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4일 여권을 겨냥한 '묻지마 공세'로 점철된 국회 연설에 나섰다. 한미 관계를 포함한 국제 정세에 대해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유사한 시각을 드러냈고, 한국 경제의 고환율·고물가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돈을 많이 풀어 서 그렇다'고 단순화해 진단했다. 시행하지도 않은 '노란봉투법'을 기업의 시각에서 악마화하는가 하면,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철 지난 '색깔론' 공세를 폈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진행했다. 장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지난해 8월 대표로 당선된 뒤 처음이다.
연설 초반, 장 대표는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미중 패권 경쟁을 언급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의 선택을 묻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쿠팡 사태를 거론했는데,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제재와 관련 '미국이 중국 이-커머스의 한국 시장 잠식을 우려한다'고 주장하거나, 공화당 인사들의 반발을 주로 소개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자국의 특수부대를 투입하고, 이란 해역으로 함대를 이동시키는 것처럼 "한국에는 관세 폭탄을 떨어뜨린 것"이라는 비유도 했다. 장 대표는 "미국 가서 '땡큐'하고, 중국 가서 '셰셰'하는 외교는 실용 외교라 할 수 없다"며 "이재명 정부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한미동맹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현금 살포라는 반시장적 포퓰리즘을 선택했다", "이재명식 기본사회로 가는 확장 재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과도하게 풀린 돈은 고환율, 고물가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고환율이 통화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보수진영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최근 한국은행이 정면 반박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달 20일 '최근 유동성 및 환율 상황에 대한 오해와 사실'이라는 자료를 통해 통화량(M2) 증가율은 2022년부터 빠르게 하락하다가 2024년 이후 다소 반등했지만 과거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량이 늘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주장 역시 '통계적인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한은은 "2024년 말 이후 한국과 미국 간 통화량 증가율은 유사한 수준이고, 물가상승률은 미국이 한국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그간의 원화 약세가 이러한 통화량 증가율을 통해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장 대표는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문제 삼으며 이 대통령을 향해 "북한의 입장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입장에 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노동정책은 "이재명 정권은 자본을 약탈자로 보는 경제관, 기업을 근로자의 적으로 보는 노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노란봉투법 시행 유예를 촉구했다. "거대 노동조합의 투쟁 일변도 체질도 개선해야 한다"고도 했다.
장 대표는 기업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를 제안하며 "법인세 최고 세율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인하하자", "규제는 풀고 지원은 늘리고 정부의 간섭은 최소화하는 규제혁신기준 국가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검찰 해체 시도"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또 윤석열 정부 비위를 겨냥한 2차 종합 특검 대신 △대장동 항소포기 특검 △더불어민주당·통일교 게이트 특검 △민주당 공천 뇌물 특검 등 '3특검'을 실시하자고 요구했다. 자신의 단식 명분이었던 '쌍특검'에 대장동 항소포기 특검을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다.
그밖에 장 대표는 "(대학생) '천원의 아침'을 '천원의 삼시세끼'로 확대", "군복무 경력의 호봉 인정을 법제화", "소형모듈원자로(SMR)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 마련",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요건 대폭 축소", "선거 연령 16세 하향" 등을 제안했다.
한편 장 대표는 인구 대책을 발표하며 "헝가리는 결혼하면 대출해 주고 아이를 낳으면 탕감해 주는 정책으로 혼인과 출산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며 무주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일부 탕감하거나, 전액 면제하는 제도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정책은 윤석열 정부 당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제시한 건데, 곧장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인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며 거리를 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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