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한국과 일본, 생존비가 삶의 자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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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한국과 일본, 생존비가 삶의 자리를 바꾼다

월간기후변화 2026-02-04 09:50:00 신고

2023년을 기점으로 동아시아 사회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구조적 압력이 동시에 작동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기후 변화다. 폭우와 해수면 상승, 태풍 경로의 변화, 장기화되는 폭염은 “어디에서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생존의 문제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의 확산은 “어떤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쓰게 만들고 있다.

▲ 해수면 상승과 태풍 영향으로 침수된 한국의 해안 지역 모습이다. 기후 변화가 더 이상 예외적 재난이 아니라, 거주 가능성을 직접 위협하는 일상적 위험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두 흐름은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후 위험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을 찾아 이동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주거비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반면 AI는 고용 구조와 임금 체계를 흔들며 소득의 안정성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비싸진 안전 지역에 머물 수 없고, 다시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위험이 큰 지역으로 밀려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한 이사가 아니라, 생존을 전제로 한 삶의 재배치다.

 

그래서 이 흐름을 한국과 일본에 대입해 보면, 2023년 이후를 출발점으로 2030년, 2040년, 2050년까지 주거비와 생존비를 둘러싼 압력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경로가 드러난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이란 감정적 표현이 아니다. 주거비와 냉방비, 보험료 같은 고정비가 늘어나고, AI 도입과 플랫폼화로 소득의 변동성이 커지며, 침수와 폭염 같은 위험 지역이 확대되면서 이동 비용 자체가 생활비로 편입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은 국제기구 자료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IPCC는 아시아 전반에서 극한 폭염 증가와 강수 패턴의 극단화, 해수면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2050년 고탄소 배출 경로를 가정할 경우, 해안 홍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인구를 한국은 약 42만 명, 일본은 약 400만 명 규모로 추정한 자료도 제시돼 있다. 이는 곧바로 난민 수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노출 인구가 커질수록 이동 압력이 구조적으로 커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동시에 노동시장도 안정적이지 않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생성형 AI를 포함한 기술 변화로 상당한 직무 재편이 발생하고, 일자리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경우 주택가격 대비 소득, 임대료 대비 소득 지표가 장기적으로 악화돼 왔다는 점을 OECD가 정리한 바 있다. 저소득 임차가구의 주거비 과부담 현상은 이미 보편화 단계에 들어섰다.

 

그럼으로 여기서 제시되는 수치는 미래를 단정하는 예언이 아니라, 사회에 가해질 압력의 크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기후 재난 노출 인구, 내부 기후 이동 가능성, AI로 인한 직무 재편, 주거비 부담 구조를 함께 놓고 보면, 한국과 일본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큰지가 드러난다.

 

2023년 당시 기준선은 이미 기울어져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제도와 문화는 다르지만, 주거와 노동 구조에서는 공통점이 적지 않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폭염과 침수 같은 기후 스트레스는 고령층에 더 치명적이며, 이들은 이동 자체가 쉽지 않다. 동시에 AI 도입의 충격은 청년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무·관리·중간 기술 직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 침대와 책상, 간이 주방이 한 공간에 밀집돼 있으며 생활 동선은 최소한으로 압축돼 있다.주거 면적은 계속 줄어들지만 임대료와 관리비, 에너지 비용은 크게 낮아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된 대도시 주거 현실을 상징한다.특히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청년층과 1인 가구가 비용 부담을 감수한 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거 형태라는 점에서, 생존비 경쟁이 일상화된 도시의 단면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대도시 집중이다. 물리적 위험과 경제적 위험이 같은 공간에서 겹칠 경우, 해당 지역의 ‘살아가기 위한 비용’은 급격히 상승한다. 한국에서는 주거비 부담이 이미 주요 사회 갈등의 축으로 자리 잡았고, 일본 역시 대도시 권역에서 임차비와 생활비, 기후 대응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조건 위에서 2023년 이후에는 기후 리스크 프리미엄과 AI 임금 프리미엄이 동시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안전한 지역과 건물, 인프라에는 추가 비용이 붙고, AI를 다루거나 대체되기 어려운 직무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이 붙는다. 문제는 이 두 프리미엄이 같은 공간에 집중될수록 주거비 상승 속도가 임금 상승을 앞지른다는 점이다.

 

이 조건들이 겹치면서 2030년을 향한 변화는 비교적 명확해진다. 이동은 더 이상 예외적 선택이 아니라 생활비 항목으로 편입된다. 기후 충격은 단발성 재난이 아니라 반복되는 사건이 되고, AI 도입은 실험 단계를 넘어 일상적 운영 단계로 들어선다. 그 결과 주거비는 지역 간, 계층 간 재분배 압력을 강하게 받는다.

▲ 집중호우와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한국의 해안 및 저지대 주거 지역이 침수된 모습이다. 과거에는 일시적 재난으로 여겨지던 침수가 특정 계절마다 반복되며, 일부 지역에서는 사실상 상시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주거 안정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복구 비용과 보험료, 이주 비용이 누적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존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확대된다.    

 

한국의 경우 해안과 저지대 침수 위험이 커지면서 특정 지역에서는 침수가 계절적 현상으로 굳어진다. 폭염이 누적되면 야외·현장 노동자의 건강 비용이 증가하고, 냉방비는 선택이 아닌 생존 비용이 된다. 동시에 기업들은 인력 감축과 AI 역량 채용을 병행하며, 중간층 사무직의 임금 협상력은 약화된다. 실업률이 급증하지 않더라도 소득의 불안정성이 커질 경우, 주거비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빠르게 좁아진다.

 

그 결과 2030년의 한국 사회에서는 월세, 관리비, 대출 이자, 보험료, 냉방비가 하나의 묶음 비용으로 인식된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계층만이 도심 핵심지에 남게 되고, 주거비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노동이나 복수 소득원이 필요한 계층은 저소득층을 넘어 중간소득층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역시 방향은 다르지 않다. 재난 대응 경험과 인프라는 갖추고 있지만, 반복되는 재난이 만들어내는 비용이 가계로 전가될 경우 문제가 된다. 보험료 인상, 방재 리모델링 비용, 에너지 비용은 장기적으로 누적되고, AI로 인한 임금 정체가 겹치면 주거 안정성은 빠르게 약화된다. 그래서 주거 문제는 집값 자체보다 기후 위험을 포함한 총거주비 문제로 전환된다.

 

2040년을 향하면 ‘기후 난민’의 모습도 달라진다. 국경을 넘는 대규모 이동보다는 국내 이동이 더 일반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세계은행은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내부 기후 이동이 크게 늘 수 있다고 전망하며,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해안과 하천 인근의 반복 침수 지역에서 영구 거주가 줄고, 계절적·간헐적 이동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고령층의 경우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사람이 움직이기보다는 돌봄과 시설이 이동하는 방식이 늘어난다.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정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AI는 노동을 더 세분화하며, 한 개인의 소득원이 여러 개의 단기 계약이나 플랫폼 수입으로 분산되는 경향을 강화한다. 안정적 월급을 기반으로 한 주거 구조는 점차 약화된다.

 

이에 따라 주거 시장은 도심과 비도심의 구도가 아니라 안전 등급에 따라 층화된다. 침수 위험이 낮고 단열과 냉방 효율이 높은 건물, 의료·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더욱 비싸지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은 기후 위험과 이동 비용이 높은 곳일 가능성이 커진다. 소득이 낮을수록 위험 지역에 머물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2050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한 난민 숫자가 아니라 압력의 크기다. 해안 홍수 노출 인구로 제시되는 한국 약 42만 명, 일본 약 400만 명이라는 수치는 해당 지역의 보험·금융·인프라 조건이 구조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변화는 직접 피해 지역을 넘어 주변 지역까지 확산되며, 실제 이동은 노출 인구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AI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2050년의 위험은 대규모 실업보다 소득의 변동성이다. 안정 소득과 변동 소득의 격차가 커질수록, 주거비는 가장 먼저 취약성을 드러낸다. 폭염은 냉방비를, 침수와 태풍은 보험료와 수리비를 생존비로 만든다. 이 비용이 증가하는 순간,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은 가장 먼저 주거를 포기하거나 위험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 한국과 일본에서 기후 난민을 만들어내는 직접 원인은 물과 더위지만, 사람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메커니즘은 주거 시장과 노동 시장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기후 난민을 만들어내는 직접 원인은 물과 더위지만, 사람을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메커니즘은 주거 시장과 노동 시장이다. 기후는 위험 지역을 만들고, 금융과 인프라는 그 위험에 가격을 매기며, AI는 임금과 소득 구조를 흔든다. 주거는 이 모든 비용을 하나의 청구서로 통합한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이동이 생활비가 되고, 2040년에는 안전 등급이 도시의 새로운 계층 구분이 되며, 2050년에는 위험 노출 인구가 곧 사회 전체의 비용 문제가 된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에서 주거비와 생존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사람은 일부가 아니라 다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와 AI는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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