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조선’ 빗장 푼 미국···“동맹의 가치, 이젠 ‘숫자’로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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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조선’ 빗장 푼 미국···“동맹의 가치, 이젠 ‘숫자’로 증명하라”

직썰 2026-02-04 08:41: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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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썰 / 안중열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열고, 원자력과 핵추진 잠수함, 조선, 대미 투자 확대를 포괄하는 한미 협력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외교·안보 의제를 산업과 투자,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체적 실행 영역으로 묶은 만큼, 이번 회담은 한미 동맹의 작동 방식에 변화를 예고한 계기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동맹의 가치를 선언이나 상징이 아닌 실제 기여로 증명하자는 데 있다. 민간 원자력과 핵잠, 조선 협력을 한데 제시한 것도 미국의 핵심 산업과 안보 역량을 함께 뒷받침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국이 투자 확대와 입법 추진으로 대응하면서, 한미 동맹은 안보 원칙을 유지한 채 혈맹 중심 관계에서 공급망 파트너십 중심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

◇안보 넘어 산업으로…원자력·조선·투자를 한 축으로

미 국무부는 회담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두 차례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정신에 따라 미래지향적 의제를 중심으로 동맹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민간 원자력, 핵추진 잠수함, 조선, 미국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로이터통신, AFP, AP, BBC,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회담의 가장 큰 특징은 협력 의제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다. 전통적인 안보 협력 틀은 유지하되, 동맹의 실질적 작동 단위를 원자력·조선·핵잠·대미 투자라는 산업·경제 영역으로 구체화했다. 외교적 합의가 산업 협력과 투자 확대와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공식 문안에 담았다.

민간 원자력과 핵추진 잠수함은 기술과 안보 민감도가 높은 분야다. 미국이 이들 영역에서 신뢰 가능한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해온 점을 고려하면,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명시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조선 협력 역시 미 해군과 상선 시장 재건이라는 미국의 중장기 산업 전략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분명히 드러낸 대목이다.

국무부가 산업 협력 분야를 구체 항목으로 나열한 점도 눈에 띈다. 안보 동맹의 가치를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산업 역량과 투자 실적으로 확인하겠다는 인식이 문안 구성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은 동맹의 범위를 넓혔다기보다, 동맹을 평가하는 기준을 바꾼 사례로 해석된다.

◇비핵화 원칙은 유지…공급망에서 분명해진 역할

루비오 장관은 회담에서 안전하고 회복력 있으며 다각화된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한국이 수행한 역할에 감사를 표했다. 회담이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를 앞두고 열린 만큼, 이는 단순한 외교적 표현을 넘어 역할 분담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광물과 첨단소재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은 생산·가공·투자 측면에서 주요 협력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공급망 안정 문제는 외교·안보 의제와 분리되지 않고 함께 논의됐다.

양측은 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 의지를 재확인하고, 역내 안정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를 위해 미·일·한 3국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국무부는 관련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했지만,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명시해 기존 안보 원칙을 유지했다.

안보 원칙은 유지됐지만, 문안의 중심은 산업과 공급망으로 옮겨갔다. 이번 회담은 한미 동맹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관세는 문안에서 빠졌다…동맹의 기준은 ‘선언→이행’으로

미 국무부가 공개한 회담 발표문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對)한국 관세 인상 방침과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통상 현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외교 채널의 공식 문안에서는 해당 사안을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와 통상을 분리해 관리하는 미국식 접근이 이번에도 유지됐다.

다만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 장관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배경으로 거론한 한국 국회의 ‘대미 투자 특별법’ 입법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관세 인상 계획의 철회 또는 보류를 요청했다. 조 장관은 출국 전 “양국 정부 간 합의에 따라 국회 절차를 거쳐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를 미측에 설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식 문안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논의 자체는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번 회담을 종합하면, 한미 양국은 비핵화와 미·일·한 공조라는 안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동맹의 실질적 가치를 원자력·조선·핵심광물·대미 투자라는 산업·경제 성과로 증명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교는 원칙을 확인했고, 산업과 투자는 그 원칙을 입증하는 기준으로 제시됐다.

관세 압박 국면에서도 미국은 공식 외교 문안에서는 통상 이슈를 분리해 관리하는 한편, 한국에는 투자 확대와 제도 이행을 통해 동맹의 실행력을 보여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한미 동맹은 이제 선언의 단계가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는 이행 단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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