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S코인] ④ 합종연횡下 — 비은행 연대, 정산 레일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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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S코인] ④ 합종연횡下 — 비은행 연대, 정산 레일을 노린다

여성경제신문 2026-02-04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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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꼬리표를 떼고 결제와 송금, 자산 운용의 판을 흔드는 '금융 혈관'으로 자리잡았다. 한국도 제도권 편입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고 관리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여전히 희미하다. 여성경제신문 연중기획 [원화S코인]은 지각 변동과도 같은 금융 인프라의 전환기를 맞아 스테이블코인의 흐름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1부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경제와 산업 전반에 가져올 변화를 추적하고 제도적 빈틈을 메우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2부에서는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전문가 진단을 통해 실제 도입 단계에서 마주할 쟁점들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본 기획이 한국형 디지털 통화 체계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 장악을 위해 미래에셋증권-코빗, 한국투자증권-빗썸 연합이 격돌했다. / 각 사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 장악을 위해 미래에셋증권-코빗, 한국투자증권-빗썸 연합이 격돌했다. / 각 사

# 증권 E사는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상품’이 아니라 ‘레일 경쟁’으로 규정했다. 토큰을 발행하는 주체보다 자금이 최종 확정되는 네트워크를 누가 설계하느냐가 시장 권력을 가른다는 판단이었다. 보고서의 결론은 명확했다. 결제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정산 구조는 소수만 장악한다는 것. 이후 검토 대상은 자연스럽게 거래소·플랫폼과의 전략적 연결 가능성으로 옮겨갔다. 독자 구축이 어렵다면 접근권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 거래소 F사 역시 비슷한 시기 전략 방향을 수정했다. 매매 수수료 경쟁만으로는 다음 국면을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환경이 열리면 투자자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도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고, 그 순간 경쟁력은 ‘거래량’이 아니라 ‘정산 접속성’에서 갈린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로 수렴됐다. 은행이 관문을 묶는 동안 비은행은 레일을 노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합종연횡이 발행 단계가 아니라 정산 인프라에서 폭발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처럼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은 발행 단계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누가 코인을 만들 것인가보다 거래가 끝난 뒤 자금이 어디에서 확정되고 기록되는지가 권력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결제 화면은 플랫폼이 장악할 수 있지만 최종 정산을 통제하는 주체가 시장의 질서를 설계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관문 묶고, 비은행은 레일 노려

은행권의 합종연횡을 다룬 上편에서 확인됐듯 은행은 ‘원화 이동의 관문’을 묶어 방어하는 전략을 택했다.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은 관문을 통과한 돈이 어디에 남느냐로 이동한다. 그 답을 둘러싼 경쟁이 바로 비은행 진영에서 전개되는 합종연횡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플랫폼과 거래 인프라를 축으로 한 새로운 연대 구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 업비트의 결합은 결제 접점을 넘어 정산 단계까지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여기에 증권사와 거래소 연합까지 가세하며 ‘레일 접근권’을 둘러싼 비은행 진영의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네이버가 선택한 ‘AI×웹3’ 전략 역시 같은 좌표 위에서 읽힌다. 중앙집중 AI와 분산 네트워크를 결합하려는 시도는 기술 실험이라기보다 금융 인프라 경쟁에 진입하기 위한 경로 확보에 가깝다. 거대 모델 경쟁에서 규모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결제와 디지털 자산 영역을 새로운 출구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두나무가 보유한 거래 인프라와 이용자 기반은 이 전략에 현실성을 더한다. 다만 매매 중심 구조에 머문 거래소가 곧바로 정산 프로토콜을 설계할 권한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금융 인프라로 도약하려면 규제 체계 안에서 결제망과 보관 구조를 동시에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글로벌 사례가 자주 소환된다. 일부 해외 사업자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결제 수단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편입하며 송금과 수취, 보관과 이자 처리를 하나의 계정 구조 안에서 끝내는 모델을 구축했다. 결제 속도를 넘어 자금 확정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한 접근이다.

지난해 9월 11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스퀘어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빅테크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 연합뉴스
지난해 9월 11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스퀘어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빅테크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 연합뉴스

네이버의 AI×블록체인, 수직 인프라와
카카오의 다른 계산···결제서 표준까지
빗썸·코빗·증권사의 레일 접근권 전쟁

다만 국내 거래소들은 여전히 은행 신탁에 원화 예치금을 맡기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개 기능은 수행할 수 있지만 자금의 최종 확정 권한이 외부에 있는 한 온체인 결제를 전면에 내세우더라도 인프라 사업자로 이동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따른다.

이에 대해 류혁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국내 거래소의 한계는 개별 기업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정책·규제 구조가 금융 인프라를 어떻게 배치해 왔는지의 결과”라며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의 부속으로 두는 한, 거래소가 결제·정산 프로토콜로 확장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 “기업은 지갑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 이용자는 토큰의 편의성을 체감하지만 기업은 자금 이동의 안정성과 회계 확정성을 먼저 본다. 기술 혁신성보다는 어느 장부가 법적 효력을 갖는지가 선택 기준이라는 의미다.

증권사들도 이 변화를 관망만 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토큰화 자산과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연결할 가능성을 검토하며 정산 구조와의 접점을 탐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투자 레일’을 장악해 온 증권업이 자금 이동 레이어까지 확장할 경우 시장의 경계는 한층 흐려질 수 있다.

거래소 간 경쟁 역시 같은 축에서 재해석된다. 빗썸과 코빗은 제도권 금융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며 단순 매매 플랫폼을 넘어서는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열릴 경우 어느 금융 네트워크와 접속하느냐가 생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은행이 관문을 묶고 있다면 비은행은 레일에 접근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다. 독자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플랫폼·증권·거래소 간 전략적 결합이 늘어나는 배경이다.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정책 콘퍼런스 '디콘(D-CON) 2025'에서 를 주제로 특별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 이상헌 기자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정책 콘퍼런스 '디콘(D-CON) 2025'에서 를 주제로 특별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 이상헌 기자

AI가 거래 만들면 기록은 누가 남길까?

이 같은 정산망 경쟁은 기술 팽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인공지능(AI)은 거래 의도를 해석하고 실행을 자동화하는 ‘의미 생성 엔진’으로 기능하고 블록체인은 거래 상태를 확정하는 ‘검증·정산 엔진’으로 자리한다. 두 기술의 결합은 위아래로 맞물리는 수직 연동 구조에 가깝다.

특히 금융 AGI가 결제 판단 일부를 담당하는 환경이 현실화할 경우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정산망을 가진 기업은 거래 생성부터 확정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업자는 외부 레일에 접속하는 참여자로 남는다.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경쟁 이전에 인프라 접근권 경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AI와 블록체인이 맞물린 정산 구조 경쟁은 이미 네이버와 두나무 전략에서 감지된다. 반면 카카오는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사용자 거래 흐름을 기반으로 결제와 에스크로, 정산을 하나의 상태로 묶는 구조를 먼저 설계하고 이를 시장 표준으로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법과 규제가 사업의 출발점이라는 전통적 순서를 따르기보다 ‘사용 → 구조 → 표준 → 입법’의 역순 경로를 택한 셈이다. 정산 레이어를 둘러싼 경쟁이 단순한 기술 선택이 아니라 질서 설계 방식의 충돌로 확장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기술기업의 의지만으로 넘어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준비자산 관리와 규제 준수, 리스크 통제, 은행급 결제망이 동시에 요구되는 사업이어서 책임 구조가 지나치게 무겁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발행 이후의 통제 주체가 질서 쓴다
지급수단 vs 금융상품 구분이 관건

금산분리를 둘러싼 논쟁도 같은 맥락에서 다시 읽힌다. 전통적 은행 기능 약화가 곧바로 비은행 지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단선적 시나리오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금과 결제, 자본시장 자금이 교차 이동하는 혼합 구조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산업과 금융의 경계를 어디까지 허물 것인지가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떠오른다.

박혜진 서강대 AI·디지털자산 교수는 금산분리가 금융 안정의 해법처럼 작동하는 데에도 회의적이다. 그는 “결국 또 금융권 말을 믿고 가자는 구조가 반복된다”며 “과거에도 그렇게 믿었다가 계속 배신당해 왔다”고 언급했다. 스테이블코인 환경에서는 준비금 증명과 관리 방식 자체를 블록체인 상에 올려 강제하는 것이 핵심이지 산업 자본의 참여 여부를 막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박정호 한양대 테크노아트대학원 교수는 금산분리 논리가 전제하는 위험 경로 자체가 이미 현실과 어긋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빅테크 페이먼트, 자본시장 자금 이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혼합 구조에서 전통적 금산분리는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기보다 혁신을 봉쇄하는 규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수록 영향력은 결제·정산 인프라 사업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법적 지급수단 여부와 무관하게 ‘정산형 디지털 머니’라는 속성이 유지되는 한 레일을 가진 사업자가 프로토콜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은행 연대와 비은행 동맹은 하나의 좌표 위에서 충돌한다. 은행이 원화 이동의 관문을 지키려 한다면 플랫폼은 이용자가 머무는 결제 접점을 넓히려 할 것이고 증권과 거래소는 그 사이에서 정산 접근권을 확보하려 한다.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는 다층적 합종연횡이다.

남은 변수는 결국 제도 설계다. 스테이블코인을 지급수단으로 볼지 금융상품으로 분류할지에 따라 감독 체계와 책임 구조가 달라지고 준비자산 관리 방식과 이용자 보호 장치 역시 정산 안정성과 직결된다. 기술보다 금융 관행과 제도 논리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이유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의 본질은 블록체인 기술의 우열이 아니다. 금융 인프라의 표준을 누가 다시 그리느냐의 문제다. 발행은 시작에 불과하다. 자금이 어디에서 확정되고 어떤 레일을 따라 흐르는지가 새로운 질서를 결정하고 있다. 시장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전 없는 해외 결제부터 물류 대금 즉시 정산까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일상의 경제적 동선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성공의 열쇠는 원화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는 제도적 신뢰에 있다. /구글 Gemini 생성 일러스트
환전 없는 해외 결제부터 물류 대금 즉시 정산까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일상의 경제적 동선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성공의 열쇠는 원화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는 제도적 신뢰에 있다. /구글 Gemini 생성 일러스트

☞정산 레일(Settlement Rail) = 금융 거래에서 ‘거래 합의’ 이후 ‘자금과 자산의 최종 이전’이 이루어지는 인프라 체계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결제 네트워크를 넘어 거래 당사자 간 채권·채무를 법적으로 종결시키고 최종적인 소유권 이전을 확정짓는 핵심 플랫폼이다. 기존 은행 간 결제망(예: 한국은행 금융결제원의 BOK-Wire)이 전통적인 정산 레일이라면,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은 이 레일을 ‘실시간·프로그래머블·개방형’으로 재설계하려는 시도다.

☞수직 인프라(Vertical Infrastructure) = 인공지능 전문 용어로 AI(의사결정 및 트랜잭션 생성)와 블록체인(검증 및 정산 실행)이 결합된 ‘상의하달식 통합 스택’을 지칭한다. 이는 기존 금융이 은행·결제사·정산기관 등으로 기능이 수평적으로 분업되던 구조와 대비된다. 레이어별로 개방된 경쟁이 일어나는 수평 구조와 달리, 수직 인프라를 선점한 기업은 효율성과 사용자 경험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으나 ‘플랫폼 독점’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금산분리 =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지나친 결합을 제한하는 규제 원칙이지만 스테이블코인과 빅테크의 결제·정산 진출은 이 전통적 경계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산업 플랫폼이 실질적인 금융 정산 인프라를 장악할 경우 ‘산업’과 ‘금융’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혼합 구조’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초대형 플랫폼의 금융 인프라 독점이 초래할 시스템 리스크와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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