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용지 발송 줄며 모금액도 4년째 줄어…작년 408억원
"의무 아닌 자율 성금"…회비 모금액 99%는 재난구호 등 국내사업 사용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적십자회비 다들 내시나요?"
연말이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나오는 단골 질문 중 하나다.
적십자회비 납부는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지만, 납부 통지서가 공과금 고지서와 비슷해 세금처럼 내야 하는 것으로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적십자회비 납부가 의무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전보다는 이런 질문이 줄었다. 그러나 개인이 아닌 사업자나 법인의 경우 납부 의무가 있는지, 사업자마다 지로용지에 찍힌 액수가 다른 이유에 대한 질문은 여전하다.
연말이면 아파트 1층 우편함마다 꽂혀있던 적십자 회비 지로용지도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적십자비 모금 현황과 지로용지 발송 범위 등 적십자 회비와 관련한 여러 질문들의 답을 찾아봤다.
◇ 지난해 적십자회비 모금액 408억원…4년째 지속 감소
최근 적십자회비 모금 실적은 얼마나 될까.
적십자회비 모금액은 2021년 이후 감소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이 대한적십자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모금한 적십자회비는 총 408억3천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적십자회비 모금액은 한때 한 해 500억원을 넘기도 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2020년 437억9천900만원에서 2021년 438억4천600만원 소폭 증가했다. 그러다 2022년 427억3천400만원, 2023년 418억4천만원, 2024년 411억4천800만원 등으로 4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모금액은 4년 전인 2021년과 비교하면 6.7% 줄었다.
모금 참여 인원도 계속 줄어 2021년 320만4천50명에서 2022년 278만9천806명, 2023년 278만7천975명, 2024년 255만3천666명, 지난해 244만253명으로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수치는 개인 세대주와 개인사업자, 법인, 단체 등의 납부액을 모두 합한 것이다. 개인 세대주로만 한정해도 ▲ 2022년 193억원 ▲ 2023년 195억원 ▲ 2024년 183억원 ▲ 2025년 179억원 등 모금액 감소세가 확인된다.
납부자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절반을 차지하는 등 중장년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개인 납부자를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65만7천579명(26.9%)으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58만1천750명(23.8%)으로 그 뒤를 이었다.
80대는 5만5천834명(2.2%)으로, 60대 이상이 전체의 53.0%를 차지한다.
50대도 33만8천449명이었다.
40대 이하는 연령대별로 수만∼수백명 선에 그쳤다.
40대는 9만5천296명, 30대는 2만8천377명이었으며 10대와 20대는 각각 251명과 1천580명이었다.
◇ 적십자회비=의무 납부?…"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성금"
모금액 감소는 적십자회비 지로용지 발송을 두고 논란이 반복되자 발송 대상을 줄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적십자사는 과거 연말마다 각 세대에 지로용지 형식의 회비 납부용 통지서를 발송했는데 이를 두고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공과금 고지서와 비슷하게 생겨 납부 의무가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적십자회비를 두고 "부모님은 (반드시) 내야 하는 줄 아신다"는 등의 글이 자주 목격된다.
그러나 적십자회비 납부는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적십자사도 홈페이지에 "적십자회비는 세금이 아닌, 전 국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내 최대 모금 운동"이라고 안내한다. 지로용지 상단에도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국민 성금'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일각에선 적십자사가 의도적으로 공과금 고지서와 비슷한 형태로 지로용지를 만든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금융감독원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지로용지 형태는 적십자사가 아닌 금융감독원에서 규정하는데 공과금과 적십자회비 모두 같은 용지를 쓰고 있다.
적십자회비 지로용지가 개인정보 제공 동의와 관계 없이 만 25∼74세 세대주에게 모두 발송되는 점도 국정감사에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이것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8조'에 따라 적십자사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회비 모금, 기부금 영수증 발급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적십자사는 이 정보를 토대로 각 가정에 회비 납부용 지로 통지서를 발송해왔다. 헌법재판소도 2023년 관련 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자 적십자사는 통지서 발송 대상을 이전보다 크게 줄인 상태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지로용지 발송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불거져 개인의 경우 2022년부터 해당 연도 이전 5년간 1회 이상 납부 이력이 있는 경우에만 통지서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최근 5년 내 납부 이력 있는 개인에만 지로용지 발송
이에 따라 적십자회비 지로용지 발송 대상은 이전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22년 개인 대상 발송 건수는 1천715만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510만건, 2024년 460만건, 지난해 420만건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에는 개인 세대주 가운데 258만명이 납부했으나 2024년 236만명, 지난해 226만명으로 3년 새 32만명이 줄었다.
납부자가 매년 줄면서 지로 발송 대상도 덩달아 계속 줄고 있다.
다만 개인사업자나 법인, 단체에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체를 대상으로 지로용지를 발송 중이다.
지로용지에 적힌 (회비) 액수는 소득에 따라 다르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개인 사업자는 3만원 이상, 법인은 10만원 이상이다.
모금액이 줄면서 적십자사 내부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가장 큰 재원인 적십자회비가 줄면 결국은 사업도 축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적십자사는 매달 기부하는 정기후원과 디지털 후원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정기후원금은 2022년 413억원에서 2023년 466억원, 2024년 522억원, 지난해 596억원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십자사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로 방식으로 모금하는 이유와 관련, "지로는 모든 은행의 정보와 자동입출금기기(ATM) 등을 활용해 편리하게 납부할 수 있고, 누가 참여했는지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이 가능하며 종이 형태로 전달되기 때문에 홍보물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 적십자회비 사용처는…"99%가 재난구호 등 국내 사업에"
적십자회비는 한국전쟁 중 고아, 전상자 등을 위한 구호 성금으로 시작돼 현재는 국내외 재난 발생 시 긴급 구호와 개발 협력, 취약계층 지원 등에 쓰인다.
적십자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적십자회비를 이용해 동해안 산불과 집중호우 등 여러 재난 관련 긴급구호 활동과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 발굴·지원 사업을 했다.
적십자사가 안내 글에서 밝힌 재난구호 수혜 인원은 139만명,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은 39만명 규모다.
국제사업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란민과 아시아태평양지역 재난 피해 5개국에 288억6천만원을 지원했고 네팔·방글라데시 등 6개국에서 물과 위생·재난위험경감 사업도 추진했다. 국제사업 지원금은 적십자회비가 아닌 다른 재원에서 충당한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국민을 대상으로 모금한 적십자회비는 99%를 재난 구호 등 국내 사업에 쓴다"면서 "각종 재난재해 발생 때 가장 먼저 가서 구호 물품과 급식 등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적십자사는 모금부터 집행까지 적십자회비가 투명하게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외부회계법인과 내부 감사는 물론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사업의 투명성을 검증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비영리단체 최초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 회계 신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lucid@yna.co.kr
<<연합뉴스 팩트체크부는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factcheck@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