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단체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대·송달료·변호사비 등 소송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비자피해구제기금’ 도입을 추진한다. 소비자가 비용 부담 때문에 소송 참여를 포기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단체소송으로 ‘피해자 전체 배상’ 검토
|
3일 관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소비자 피해의 사후적 구제를 위한 소송 제도 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오는 6월까지 소비자 단체소송의 범위 확대와 비용 지원 방안 등도 전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개선안은 쿠팡, SK텔레콤(SKT) 등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과징금이나 시정조치를 넘어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와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작년 12월 발표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처럼 단체소송을 통해 소비자 피해 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연구용역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회와 논의해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우선 소액·다수 소비자 피해에 대해 단체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소비자 단체소송을 통해 ‘피해 유발 행위의 중지’나 ‘금지 청구’만 가능해, 실제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더해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뿐만 아니라, 승소 시 전체 피해자에게까지 판결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도와 유사한 형태이다.
이를테면 최근 SKT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1인당 10만원 상당을 지급하라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조정이 무산됐다. 그러나 단체소송 관련 제도가 개편될 경우, 집단분쟁조정 신청인(소비자 50여 명)이 단체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SKT는 신청인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피해자에게 1인당 10만원씩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가 된다.
앞서 SKT가 조정안을 수락했다면, 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게까지 보상이 이뤄져 전체 보상 규모가 약 2조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는데, 사실상 동일한 수준의 보상 부담이 소송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소비자가 인지대와 변호사비 등 소송 비용을 부담해 배상 청구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단체를 통한 배상 청구는 보다 효과적인 권리 구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독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소비자 단체가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는 단체소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해외 사례를 토대로 △손해액 산정과 분배 방식 △증거 조사 절차 △소송 비용 부담 구조 △변호사 보수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피해자기금 신설해 ‘소송비용’ 전폭 지원
소송 비용은 원청이나 가맹본부의 이른바 ‘갑질’로 피해를 본 업체들이 공정위가 부과·징수한 과징금의 일부를 활용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국가재정법 개정안에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피해를 입은 기업과 소비자를 지원하기 위한 ‘불공정거래 피해 구제 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개정안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의 최대 20%를 기금에 넣어, 피해 구제와 소송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정위의 단체소송 제도 개편과는 별도로, 법무부는 집단소송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다수의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대표로 소송을 제기하면, 그 판결 결과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는 증권분야 등 일부에서만 시행 중이고 미국과 같은 전면적인 집단소송제도는 아직이다.
단체소송이 소비자단체 등 특정 주체가 원고가 돼 개별 소비자를 대신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이라면, 집단소송은 피해자 일부가 전체 피해자를 대표해 소송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판결의 적용 범위가 더 넓다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집단소송제를 새로 도입하기보다는 이미 제도적 틀이 마련돼 있는 단체소송제를 보완·개편하는 방향이 사회적 수용성이 높고 실현 가능성도 크다는 의견도 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