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FS 엄성환 전 대표·정종철 대표 퇴직금법 위반 혐의 기소
'상근성·계속성·종속성' 인정 "퇴직금 권리"…외압 의혹 수사 탄력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안권섭 특별검사팀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전현직 대표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에는 쿠팡의 물류센터 일용직 근로자를 상용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플랫폼 일용직 노동자가 건설업 근로자 등 기존의 일반적인 일용직 노동자와 달리, 사용자의 관리·감독하에 계속적·종속적으로 근무하는 새로운 형태의 '상근 일용직 노동자'인 만큼 퇴직금을 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쿠팡CFS 엄성환 전 대표이사와 정종철 현 대표이사, 법인을 기소하면서 퇴직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퇴직금법은 계속 근로 기간이 1년 이상이고 4주 평균 주간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된다고 규정한다.
법원은 판례를 통해 이런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사용자가 정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이 유지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용근로자 여부를 판단한다.
특검팀은 이 같은 퇴직금법과 판례에 비춰봤을 때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근로자의 상근성과 계속성, 종속성이 인정돼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플랫폼 일용직 노동자도 반복 갱신된 계약 기간이 1년을 넘으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의) 체결과 종료를 반복한다고 해도 그것이 누적되면 근로관계의 계속성과 상근성이 인정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쿠팡이 일용직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만들고 관리한 '쿠팡 블랙리스트' 명단을 쿠팡 측이 일용직을 상용직 근로자처럼 관리한 근거로 보고 종속성 또한 충족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특검팀은 쿠팡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직원을 조사하면서 쿠팡이 일용직들을 대상으로 사직서를 받고, 주 52시간 근무 준수 여부를 관리하는 등 그들을 상용직 근로자처럼 관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앞서 쿠팡 측은 근로자가 갑자기 일을 나오지 않아도 회사는 문제 삼지 않고, 다른 근무지에서 일하는 것도 막지 않으며, 선착순으로 당일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해 당일 급여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일용직 근로자의 상용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해 2월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일용직 근로자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 1심에서 ▲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용직 근로계약서' 작성 ▲ 임금을 하루 단위로 지급 ▲ 사용자가 근로자의 결근 기간이나 사유를 기록하지 않음 등을 이유로 근로자들에게 퇴직금 청구권 발생 요건이 없다고 봤다.
다만 특검팀은 이와 같은 상황이 일용직 근로자의 상근성과 계속성 등을 부정할만한 사정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단위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등 일용직 근로관계의 외관을 갖춰도, 사용자의 실질적인 관리·감독하에 1년 이상 장기간 근무한다면 상근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법원 판단에 따라 플랫폼 일용직 근로자들의 근로기준법상 지위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팀은 "본 사건은 쿠팡CFS에서 근무하는 일용직 근로자들 뿐만 아니라 이와 동일한 형태로 채용돼 근무하고 있는 다수의 플랫폼 근로자들의 상용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은 쿠팡이 지난 2023년 5월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 성격의 금품을 체불했다는 의혹이다.
쿠팡은 퇴직 금품 지급 관련 규정을 '일용직 근로자도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만 제외'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로 변경했다.
근무 기간 중 하루라도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하인 날이 끼어있으면 퇴직금 산정 기간을 이날부터 다시 계산하도록 해 '퇴직금 리셋 규정'이라고도 불렸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해당 사건을 지난해 4월 무혐의·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문지석 검사는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급자인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와 김동희 부산고검 검사(당시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 조건을 까다롭게 한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이 불법이라고 결론 냈으나, 지휘부가 무혐의 처분하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이 쿠팡 일용직 근로자를 상용 근로자라고 판단한 만큼,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부천지청 지휘부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특검팀은 쿠팡이 대관 조직을 이용해 고용노동부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고, 강남에 대관 인력을 배치해 '비밀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의혹 등 쿠팡을 둘러싼 남은 사건 수사도 이어 나갈 전망이다.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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