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 이후 처음 열린 2일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당 갈등을 수습하는 장이 아닌 의원들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제명으로 촉발된 당의 내홍이 폭발한 자리였다.
국민의힘 '반말 의총'은 의원들 간 고성과 반말이 오가며 몸싸움 직전까지 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화합을 통한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할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재신임을 묻자는 의견과 절윤을 해야 당이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전 대표의 제명을 둘러싸고 지도부를 향한 공방이 계속되자 국민의힘은 '당원게시판 사건' 경찰 수사 의뢰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정당 내부에서 스스로 갈등을 봉합하고 정리하는 것이 아닌 경찰 수사로 확대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장 대표의 조직 통제력이 무너진 것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친한계는 장 대표 사퇴를 재차 요구했고, 일부는 재신임 투표를 거론하자 지도부는 '당원이 뽑은 대표를 치면 무엇을 걸 것이냐'는 맞불 주장을 펼치며 정치적 판단이 아닌 서로의 직을 거는 막장까지 치달았다.
'절윤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서 갈등만을 확인했으며, 다음날인 3일에도 온라인에서 추가 공방을 벌이며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두고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야 인마 너 나와""나왔다 어쩔래" 반말로 얼룩진 의총…장외설전
2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다. 국민의힘 소장파 초·재선 의원 모임 '대안과미래'와 친한계 의원들의 요구로 열렸기에 한 전 대표의 제명을 둘러싸고 시작 전부터 충돌이 예고됐다.
의원총회에서는 고성·반말이 나오며 '정치적 대안을 찾는 회의'가 아닌 '조직 충돌'의 모습을 보였다.
일부 친한계 의원들이 원외 최고위원의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의원도 아닌 사람이 왜 의총에 있느냐"며 문제를 제기했고, 참석 자격을 둘러싼 시비는 반말과 고성으로 이어졌다.
친한계 정성국 의원(55)이 조광한 최고위원(68)을 향해 "의원이 아닌데 왜 의총장에 들어오느냐"고 지적하자 조 최고위원은 "야 인마 너 나와"라고 격분했다.
정 의원도 지지 않고 "나왔다 어쩔래"라며 맞섰고, 두 사람의 감정이 격해지자 김대식 의원이 나서 만류해 몸싸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참석자에 의하면 당시 상황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2일 늦은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내대표실의 참석 요청에 따라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에 찬성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참석했다"며 자의에 의한 참석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 최고위원은 "정성국 의원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라며 고함을 쳐 아주 모욕적이고 불쾌했지만 참고 자리를 지켰다"며 "그 후 사회자가 발언권을 줘 참석 경위와 정성국 의원에게 그 어떤 결례도 범한 일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언 뒤 정성국 의원 자리로 가서 '나하고 나가서 얘기 좀 합시다'라고 했더니 정 의원이 눈을 부라리며 '어디서 감히 의원에게'라고 반말해 나이가 10살 이상 많은 제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며 '야 인마'라는 표현이 나온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정 의원도 즉각 반박하며 "조 최고위원이 발언을 마친 뒤 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야 인마, 너 나와'라며 뒷골목에서나 들을 수 있는 도발적 발언을 해 그냥 있을 수 없어 강하게 항의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저는 막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조 최고위원은 상식을 벗어난 무례한 행동에 대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이를 보면 그 분의 수준이 보인다"며 조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두 의원들 간의 막말 논란에 대해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협의회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74명의 이름으로 공동 성명서를 통해 정성국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협의회는 "정성국 의원이 조광한 최고위원에게 보인 안하무인의 무례한 작태를 우리 원외당협위원장 전체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한다"며 "조 최고위원은 경기도 남양주(병) 당협위원장이자 140명 원외당협위원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명직 최고위원임에도 삿대질과 반말을 퍼부은 것은 정당 질서의 근간을 훼손한 정치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적반하장식 여론 조작과 피해자 코스프레를 중단하라. 또 진실을 왜곡해 동지를 사지로 모는 '2차 가해'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며 "의원 배지를 '천상의 계급장'으로 착각하는 천박한 특권의식을 버리라. 13살 차이 나는 인생 선배이자 당의 어른인 조 최고위원에게 보인 무례함은 인격 수준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했다.
장동혁 "韓제명 경찰수사 결과 따라 정치적 책임지겠다"
한 전 대표 제명 논란으로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한 사퇴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장동혁 대표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 전 대표 제명과 관련한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결과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장 대표는 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찰 수사를 통해 (한 전 대표) 징계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선 오는 4일 교섭단체 연설 이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교섭단체 연설 이전에 거취 등에 대해 발언할 경우 교섭단체 연설 내용이 묻힐 수 있다는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총회에서는 당 분열에 대한 장 대표 거취 결단을 요구하며 1년 전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논란을 두둔했던 것과 달리 그 사이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선 "한 전 대표의 수석대변인 등으로 근무했을 땐 이 사건에 대해 한 전 대표에게 물을 수도 없었을 뿐더러 본질에 대해선 전혀 듣지도 못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장 대표는 당원게시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당의 당무감사위원회를 통해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오세훈 張사퇴 요구 "절윤하고 노선 바꿔야 선거 치른다"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내 유력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연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지방선거 이전에 당 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 제명 결정 직후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른바 '장동혁 디스카운트'가 이번 지방선거를 덮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당이) 명확하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절윤(絶尹)'을 분명한 기조로 해야 비로소 국민께 호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저 혼자만의 염려가 아니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각 지자체장, 출마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부분 서울시장 선거만 얘기하지만 서울에는 25개 자치구가 있고 경기도에도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굉장히 많다"며 "이분들 속이 숯검댕이일 것"이라며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입장을 유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장 대표의 입장과 노선이 변하지 않으면 제 입장도 변할 수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오 시장은 "장동혁 리스크로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이 대패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때 가서 책임을 묻는 것보다 지금 그 노선 변화를 강력한 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며 "그런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선 인재영입위원장에 한동훈과 대립·반탄 인물 인선
국민의힘은 이런 상황과는 달리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4개월 남긴 선거에 대비해 인재영입위원장을 인선하는 등 선거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인재영입위원장에 반탄 인사인 조정훈 의원을 인선해 외연 확장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2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 인재영입위원장에 조정훈 의원(재선·서울 마포갑)을 임명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은 당의 '확장성·외연 확대'를 상징한다. 수도권 재선 의원인 전면에 내세우며 중도층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의원은 22대 총선 이후 총선백서특별위원장을 맡아 한 전 대표와 각을 세운 인물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엔 탄핵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절윤을 요구하는 목소리와는 반대되는 인선이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선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어야 함에도 조 의원의 과거 행보가 중도층 표심을 잡기엔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野의원들 "핵심은 절윤…지선 준비 위한 전환 서둘러야"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당의 상황을 비판하며 '핵심은 절윤'이라면서도 당내 갈등이 재차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지방선거 준비를 위한 빠른 전환을 요구했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KBS1라디오 <전격시사> 에서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겨냥해 "갈수록 지방선거 준비가 잘 될까 하는 생각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조정훈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인선된 것을 우려했다. 전격시사>
신 전 의원은 "전두환 사진을 당사에 걸자고 주장하는 극우 인사를 '특별·특별·특별 당원'이라고 상찬한 분"이라며 "이런 인물이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고성과 막말이 오간 전날 의원총회에 대해선 "이런 상태에서 당명을 바꾼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윤어게인'을 넘어 '전두환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당 중진 의원들을 향해선 자성을 촉구하며 "당이 존폐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묵직하게 한마디로라도 내놓고 중심을 잡으려고 해야 하는데 그냥 피하는 것 같다. 비겁하다"며 지도부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장동혁 대표뿐만 아니라 대표가 임명한 인사들 역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이나 비판이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친한동훈계이자 한 전 대표 제명을 위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우재준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에서 "지방선거까지는 어쩔 수 없이 장동혁 대표 체제를 존중해 주자는 게 당내 분위기"라며 선거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김태현의>
우 최고위원은 "대다수 의원들은 제명 자체는 잘못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더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으니 이제는 갈등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지나가자고 생각한다"며 "오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1차 선고에서 내란이 유죄가 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중진들도 잇단 논란이 부각되기보다는 상황의 마무리를 원했다. 3선 임이자 의원은 3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 에서 "한 전 대표가 소명했다면 이렇게까지 치닫지 않을 수 있었다"며 한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영수의>
이어 장 대표의 재신임에 대해선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내부적으로 단합을 해야 되는데 탄압하는 과정에서 지금 서로가 갈등이 있다 보니까 최소한 재신임이라도 해서 좀 수습해야 한다"며 "재신임이 되면 힘을 실어 쭉 가고 그렇지 않으면 빠르게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였고 의총 분위기는 적극 찬성하는 흐름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당 안팎의 난맥상이 이어지는 동안 별다른 메시지 없이 4일로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위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장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 나서는 것은
별다른 공개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하루 앞으로 다가온 교섭단체 대표 연설 데뷔 무대 준비에 매진했다. 장 대표가 지난해 당대표 취임 이후 교섭단체 연설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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