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서민경제를 위협하는 담합 사건을 집중 수사해 법인 16곳과 개인 36명 등 총 5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6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먼저 국내 밀가루 시장을 과점한 제분사들의 가격 담합 사건을 수사해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사 6곳과 대표이사를 포함한 개인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9년 말부터 담합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와 폭, 시기 등을 사전에 합의해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기간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에 달하며, 밀가루 가격은 담합 이전 대비 최고 42.4%까지 인상됐다. 이후에도 가격은 담합 전보다 22.7%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75%를 차지한 상위 3개 업체가 가격 인상 폭을 결정해 나머지 업체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국내 설탕 시장을 90% 이상 과점한 제당사들의 담합 행위도 적발됐다.
삼양사 등 제당업체 3곳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설탕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해 시장 가격을 조정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규모는 3조2715억원으로, 범행 기간 설탕 가격은 담합 이전 대비 최고 66.7%까지 상승했다.
이들 업체는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설탕 가격에 즉각 반영하고, 하락할 때는 인하 폭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전력 설비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전력기기 업체들도 재판에 넘겨졌다.
일진전기 등 10개 업체는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입찰 145건에서 사전에 낙찰 업체와 투찰 가격을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입찰의 담합 규모는 6776억원으로, 업체들이 취득한 부당이득은 최소 1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일부 업체들이 담합 논의를 은폐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내부 녹취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공선생’으로 지칭하며 연락을 자제하자는 대화가 오갔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파손하라는 지침을 내린 업체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위주의 행정제재는 행위자가 아닌 사업자(법인)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는 법인의 ‘비용’ 증가로 취급돼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범행을 실행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담합 범죄의 법정형을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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