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통신·석유·항공기 등도 구매 합의…단계적으로 이행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미국과 인도가 오랜 협상 끝에 무역 협정을 맺기로 합의하면서 인도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이 기존 50%에 18%로 대폭 조정된 대가로 인도는 그동안 엄격하게 보호한 농업 분야 일부를 개방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양국이 무역 협정을 맺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상호관세를 25%에서 18%로 낮출 뿐만 아니라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도 철회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에너지, 기술, 농산물, 석탄 등 미국산 제품 구매액을 최대 5천억달러(약 723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정에 따라 인도가 통신과 제약 등 미국산 제품도 구매하는 데 합의했으며 일부 농산물 시장에 접근하도록 미국에 허용했다고 밝혔다.
인도 입장에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 개방은 모디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 생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엄격하게 보호해왔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인도가 협정 1단계 체결을 위한 미국의 즉각적 요구를 수용하면서 수입차 관세도 인하했다"며 "미국 제품 구매는 국방, 석유, 항공기 등 분야를 포함하고 이는 향후 몇 년에 걸쳐 이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인도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88% 증가한 855억달러(약 123조원)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460억8천만달러(약 66조5천억원)였다.
케네스 저스터 전 주인도 미국 대사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인도 관계에 매우 긍정적 소식"이라며 "이번 협정은 1단계에 불과하고 양국이 계속 협력하면 관세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이 인도산 제품에 적용할 관세율 18%는 베트남(20%), 방글라데시(20%), 인도네시아(19%) 등 인근 국가보다 낮다.
블룸버그는 중국을 대체할 생산 거점으로 더 많은 제조업을 유치하려는 인도에 투자가 몰릴 수 있으며 인도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률을 회복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50% 관세로 어려움을 겪은 의류, 신발, 보석 등 인도의 노동집약적 수출업체가 회복될 전망이다.
미국은 인도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인도 전체 수출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4월 인도에 국가별 관세(상호관세) 26%를 부과했고 이후 양국은 5차례 협상했지만, 미국산 농산물 등에 부과하는 관세 인하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인도가 중단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여 합의하지 못했다.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드는 자금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미국은 지난해 8월 말 기존보다 1% 낮춘 상호관세 25%에 러시아와의 석유 거래에 따른 제재성 관세 25%를 추가로 인도에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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