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쌀 독점에 국회·정부 장악…일본 국민 장바구니 삼킨 '농협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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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 독점에 국회·정부 장악…일본 국민 장바구니 삼킨 '농협 마피아'

르데스크 2026-02-03 16:20: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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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열도를 강타하고 있는 '쌀값 폭등'의 주된 원인으로 일본 농협인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이하 JA전농)와 집권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사이의 '농정 유착'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정부 비축미의 90% 이상을 장악한 JA전농은 자민당의 표밭을 자처하고 자민당 내 '농림족(農林族)' 의원들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이들의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공생 구조가 쌀값 폭등 사태의 발단이 됐다는 주장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농·정 관계 투명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시 급등하는 일본 쌀값…정부 비축미 '독점 유통' 권한 움켜쥔 JA전농 배후설 술렁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본 전국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쌀 평균 가격은 5kg 당 4355엔(원화 약 4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로 2000엔 수준을 유지하던 2024년 초와 비교하면 약 2년 만에 무려 100% 넘게 급등했다. 일본의 쌀 평균 가격은 2024년 초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의 영향으로 지난해 5월 4285엔까지 치솟았다. 이후 정부 개입으로 지난해 8월 3542엔까지 하락하며 안정세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불과 몇 달 만에 하락분을 모두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현지에서는 'U턴형' 가격 폭등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내각 개편을 지목하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5월 이시바 내각의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성 대신(장관)은 부임 직후 스스로를 '쌀 장관'이라 부르며 쌀값 안정화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쌀값 폭등을 국민 생존권의 문제로 규정하고 비축미를 도매 시세보다 20~30% 낮은 가격에 방출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가격 하락을 유도했다. 동시에 JA전농이 보유한 민간 재고 물량까지 조기에 풀도록 강력하게 압박했다. 고이즈미 대신은 취임 연설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조직이나 단체에 아부하지 않는 것이다"며 사실상 JA전농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본 전국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쌀 평균 가격은 5kg 당 4355엔(원화 약 4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일본 미야자키현의 한 슈파마켓에 진열된 쌀 대형 포대.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10월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이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쌀 시장 개혁을 주도하던 고이즈미 대신이 국방부장관 격인 방위상으로 전보되고 그 자리에 스즈키 노리카즈 신임 대신이 발탁되면서 쌀값은 다시 폭등하기 시작했다. 스즈키 대신은 쌀값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해 온 인물이다. 앞서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쌀값은 시장에서 자연스레 결정돼야한다"며 "옷이 비싸다고 정부에서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현지 매체를 비롯한 여론 안팎에선 스즈키 대신이 줄곧 JA전통과 가까운 인물을 일컫는 '농림족' 정치인으로 분류돼 왔다는 점을 이유로 'JA전농의 배를 불리려는 의도'라는 의혹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JA전농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 비축미를 독점하고 쌀값 상승을 유도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쌀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5월에도 JA전농은 이시바 내각이 시장 안정을 위해 방출한 비축미 31만톤 중 90% 이상인 29만6000톤을 낙찰 받았지만 실제 시장(도매업자)에 넘긴 물량은 10만4000톤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슈퍼마켓 등 최종 소비자 단계까지 도달한 물량은 겨우 2만톤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러 JA전농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끌었다. 당시 JA전농은 정미 공정 지연과 운송 차량 확보의 어려움 등 물리적 한계를 이유로 들었으나 현지에서는 쌀 유통 전 과정을 장악한 조직이 내놓은 궤변에 가깝다는 냉담한 반응이 쏟아졌다. 산케이신문은 "정부 비축미를 사실상 독점 낙찰 받는 JA전농이 의도적으로 출하를 늦춰 공급 병목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표밭 관리부터 후원, 직접 정계진출까지…악어와 악어새 관계 흡사한 JA전농-자민당 유착 

 

▲ JA전농의 일본 정계 영향력은 무려 1000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으로 구성된 막강한 조직력에서 나온다. 사진은 JA농협 산하의 한 지역 지점. [사진=Japanese Agricultural Cooperative (JA) Group]

 

1972년 출범한 JA전농은 일본 전역의 지역 단위 농협을 회원으로 두고 지역 농협 수장인 조합장들이 참여하는 총대회를 통해 조직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특히 2005년 지배구조 개혁에 따라 도입된 최고 의결·감독 기구인 '경영관리위원회'는 JA전농 권력의 중추로 평가된다. JA전농 회장으로 불리는 인물 역시 이 조직의 수장을 의미한다. 한국의 농협중앙회와 거의 판박이로 평가된다. 회장은 각 지역 농협 조합장들이 논의를 통해 경영관리위원 후보를 추천하면 총 대회 승인을 거쳐 선출된 20명 내·외의 위원들이 후보 중 한 명을 투표나 합의를 통해 선출한다. 회장은 총 3년 임기이며 연임도 가능하다.

 

일본 현지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그동안 JA전농은 무려 1000만명에 달하는 조합원 규모와 전국 각 지역에 뻗어 있는 촘촘한 조직망을 통해 일본 정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정치권 입장에선 지역 표심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팔수'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대변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각 지역 조합장들은 선거 때마다 자민당 내 70~90명에 이르는 의원들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왔으며 이런 식으로 의원직을 유지하는 의원들은 '농림족'이라 불리고 있다. '농림족' 의원 대부분은 주로 자민당 내에서 농림수산전략조사 또는 농림부회에서 핵심 보직을 맡았다.

 

자민당의 거물로 꼽히는 모리야마 히로시 현 일중우호의원연맹 회장이 대표적이다. 모리야마 회장의 지역구였던 가고시마현은 일본의 대표적인 농촌 지역이다. 아베 내각 시절 농림수산성 대신을 지내며 농정 개혁과 예산 배분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재임 기간 내 농업 관련 예산 편성 시 매년 JA전농이 요구하는 수준의 보조금과 지원책을 정부 예산안에 관철시켰다. 모리야마 회장은 아베 내각의 급진적인 농협법 개정 속에서도 지역 농협의 자율성과 JA전농의 사업 구조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중재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 일본 쌀 유통을 장악한 JA전농의 정계 네트워크.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스즈키 노리카즈 현 농림수산성 대신 역시 일본 정계에서 차세대 농림족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지역구인 야마가타현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곡창지대이자 과수(사과, 체리 등) 원산지다. 스즈키 대신은 자민당 내에서 농업 정책을 다루는 농림부회장 등을 거치며 줄곧 JA전농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특히 JA전농 청년부 등 젊은 농업인 조직과 매우 밀접하게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A전농의 농림족 의원 후원은 단순히 선거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JA전농은 '전국농정연맹'이라는 별도의 정치 후원 단체를 전면에 내세워 정치 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따르면 전국농정연맹 각 지역 본부에서 자민당의 정치자금 모금 기구인 '자유국민회의' 등에 기부하는 금액은 드러난 것만 연간 평균 약 1억엔에서 1억5000만엔(약 9억~13억원) 안팎 수준이다.

 

JA전농 출신 인사들이 직접 정계로 진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JA전농 출신 정치인들은 대다수가 정계 진출 이후엔 노골적으로 JA전농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현재 자민당 비례대표 의원을 역임중인 야마다 도시오 의원(3선)이 대표적이다. JA전농 임원 출신인 그는 과거 아베 정권 당시 정부가 JA전농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농협법 개혁을 추진할 때 당내에서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며 개혁안을 무산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가고시마현의 노무라 데쓰로 의원(4선) 또한 JA전농 가고시마현 조합장 출신으로 기시다 내각에서 농림수산성 대신을 역임하기도 했다.

 

▲ 스즈키 노리카즈 현 농림수산성 대신은 일본 정계에서 대표적인 친 JA전농 인사로 분류된다. 사진은 스즈키 노리카즈 농림수산성 대신. [사진=스즈키 노리카즈 의원실]

 

JA전농의 손길은 정치인들 외에 관련 부처 고위 공무원들에까지 뻗치고 있다. JA전농 산하 기업 고문이나 사외이사 자리에 농림수산성 요직 출신의 '아마쿠다리(낙하산)' 인사들을 재취업시켜주는 식이다. 일례로 미나구와 요시쓰구 전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이 꼽힌다. 미나미 전 차관은 퇴임 후 JA전농의 사업 자금을 뒷받침하는 JA뱅크의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일본 농복 연계 협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스에마쓰 히로유키 전 농림수산성 사무차관 역시 퇴임 후 JA전농의 위탁 연구를 수행하는 도쿄농업대학 종합연구소 특명교수로 부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JA전농과 정치권, 고위 공무원까지 연계된 일본의 '농정 카르텔'은 오랜 기간을 거치며 영향력과 조직력이 비대해져 지금은 완벽한 권력 집단으로 자리매김했고 그 부작용의 여파가 서민 경제를 송두리째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한국 역시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농정 유착을 철저히 경계하고 농업 분야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정책적 장치를 마련해 일본의 쌀값 대란과 같은 '국가적 재앙' 수준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의 쌀값 대란은 정치권과 얽힌 이익 공동체가 시장을 독점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며 "우리나라도 농업 조직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특정 이익 집단이 정책 결정 과정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상시적 감시 체계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필수 소비재인 쌀을 둘러싼 정경유착의 고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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