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날이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그해 2월 4일 개막해 20일에 막을 내렸다. 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선수단은 대부분 2월 22일 러시아로 돌아갔다. 자국 선수단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진격을 명령했고 이 전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한창 열리던 2022년 2월 11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언제든 시작될 수 있는 시기다. 올림픽 기간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은 기다렸다. 만약 올림픽 기간 내에 전쟁을 시작할 경우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중국과의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 선수단이 중국에 있는 가운데 전쟁이 일어나면 러시아 선수들이 온갖 비난에 휩싸여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다 자칫 자국 선수 신변에 위협이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4년의 시간이 흘러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제 세계의 시선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부에 쏠리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전쟁은 시간 문제로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을 포함해 베네수엘라 사태 당시보다 더 큰 규모의 미 해군 함대를 이란 인근으로 이동시켰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고조됐고 이에 따라 지난 주말 국제 유가는 3% 이상 급등했다.
이번 주 들어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 위기 속에서 고위급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진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이란이 진지하게 대화에 나서고 있다"며 협상 진행 상황을 언급했다. 앞서 이란 정부의 최고 안보 책임자도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윗코프 트럼프 대통령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현지 시간 오는 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나는데 이란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협상이 펼쳐진다. 양측의 만남은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이후 처음이다. 중동 지역의 긴장을 완화할 계기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핵프로그램과 미사일은 물론 중동 전역에 있는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핵 프로그램만 협상 테이블에 올릴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의 국방력과 미사일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끝내 파국을 맞는다면 양국의 갈등을 최고조에 이르게 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옵션, 즉 이란 공격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미국이 전쟁 카드를 꺼낸다면 그 시점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폐막(22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번 올림픽에 역대 최대 규모인 232명의 선수단을 이탈리아에 파견한다.
미국 선수단이 본국으로 모두 귀국하는 25일 이후에 이란과 전쟁을 시작하면 자국 선수 안전에도 문제가 없고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NATO 회원국 이탈리아가 개최하는 올림픽을 망쳤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게 된다.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라 불린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엘리스의 이피토스가 평화로운 올림피아 경기 진행을 위해 선수와 관중의 안전한 통행을 허용하는 조약을 스파르타, 피사와 체결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현대 올림픽에서는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IOC가 이를 제안하면서 전통이 부활하는 듯했다. 올림픽 개막 1주일 전부터 패럴림픽 폐막 1주일 뒤까지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와 각국의 이익 앞에서 실제로 올림픽 휴전이 성사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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