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모리, 가격보다 공급자 중심 '구조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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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메모리, 가격보다 공급자 중심 '구조 전환'

한스경제 2026-02-03 1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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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현존 최고 집적도' 321단 QLC 낸드 양산 개시./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현존 최고 집적도' 321단 QLC 낸드 양산 개시./SK하이닉스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다시 한번 전환점에 들어섰다. DDR4 현물 가격이 개당 11달러를 넘어섰고 서버용 D램과 낸드 역시 분기 계약가 인상 흐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표면적으로는 ‘판가 인상’이지만 업계가 주목하는 핵심은 가격보다 수급을 결정하는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범용 D램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95% 상승,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 인상률도 기존 33~38%에서 55~60%로 대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AI 메모리 수요 증가와 범용 D램 공급부족이 이어지면서 '슈퍼 사이클이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가격 상승 본질은 AI 서버...‘증설 억제’, 구조적으로 타이트해

이번 메모리 가격 반등은 전통적인 경기 회복형 사이클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마트폰·PC 수요가 폭발적으로 회복된 것도 아니고 데이터센터 증설이 전면적으로 재개된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가격이 빠르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AI 서버 중심의 수요 구조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AI 서버는 범용 D램과 낸드를 대량으로 소모하는 대신 고사양·고집적 메모리를 ‘묶음 단위’로 요구한다. HBM과 DDR5, 고용량 eSSD가 패키지처럼 함께 움직이면서 특정 제품군의 공급 차질이 전체 메모리 밸런스를 흔드는 구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처럼 일부 제품만 남아도는 국면이 아니라 한 부품만 막혀도 서버 출하 자체가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과거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은 가격 반등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지 않고 있다. 수율 안정과 공정 전환, HBM 대응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면서 범용 제품의 물량 확대를 의도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DDR4와 낸드 구형 공정의 경우 신규 투자 유인이 크지 않다. AI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영역’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단기 수요만 자극돼도 가격이 빠르게 튀어 오르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산업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가격 상승은 호황의 시작이라기보다 공급 여력이 사라진 시장의 자연 반응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점은 올해 3분기다. 통상 하반기는 서버·IT 기업들의 연간 예산 집행이 집중되는 시기다. 여기에 HBM4 전환을 앞둔 과도기가 겹치면서 범용 메모리의 가용 물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HBM4는 단순히 HBM의 세대 교체가 아니다. 패키징, 전력 설계, 테스트까지 전 공정을 재정의하는 작업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메모리 업체들은 기존 제품 생산을 유연하게 늘리기 어렵고 고객사 역시 선제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계약 물량에 포함되지 않은 고객에게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가격 협상력, 고객에서 공급사로 이동

이번 사이클의 또 다른 특징은 가격 협상력이 명확히 공급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대형 고객사가 분기마다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구도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HBM 등 공정 난도가 높은 제품의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PC나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일반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공급업체들의 가격 주도권을 강화시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과 서버용 D램 등의 폭발적인 수요와 더불어 일반 D램 가격 폭등까지 더해져 수익성이 개선됐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PC 출하량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PC D램 공급부족이 폭넓게 발생했다"며 "비교적 안정적 물량을 확보한 PC OEM도 재고가 감소하고 있고 1분기 PC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05~110% 올라 분기별 최고 가격을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가격을 조금 더 주더라도 안정적으로 제품을 받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메모리가 원가 항목이 아니라 사업 리스크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메모리가 다시 ‘전략 자산’으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메모리 사이클이 과거처럼 장기 호황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짧지만 강한 변동성 국면이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AI 인프라 투자 속도, HBM4 수율 안정 시점, 글로벌 빅테크의 자체 메모리 전략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메모리의 힘이 다시 커지는 국면에서 판을 흔드는 변수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이 오르느냐보다 누가 물량을 통제하느냐의 싸움”이라며 “HBM4 이후 메모리 산업은 다시 한 번 공급자 중심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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