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설비 담합 기소, 공공 발주 구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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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설비 담합 기소, 공공 발주 구조 ‘흔들’

투데이신문 2026-02-03 15:52: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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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이유라 기자】국내 전력기기 제조사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한 전력 설비 입찰에서 8년간 담합(짬짜미)을 벌인 혐의다.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입찰 145건에서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고 낙찰 순번을 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혼란을 끼쳤다는 것이다. 담합 규모는 약 6776억원에 달한다.

3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담합을 주도한 4개사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번 수사에는 일진전기,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전기·전력 기자재 시장을 주도해 온 주요 업체들이 포함됐다.

GIS는 송·변전망의 핵심 설비로, 대규모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국가 전력 인프라의 중요 구성 요소다. 문제는 소수 업체가 관련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어 경쟁이 제한되는 구조다. 이 같은 과점적 시장 구조가 장기간 반복된 담합을 가능하게 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법 이슈를 넘어 산업·정책 전반으로 논의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향후 전력 인프라 투자 환경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대규모 송·변전망 확충과 전력 설비 투자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검찰은 장기간 담합으로 공공 발주 입찰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전력 설비 입찰이 대부분 공공 재원과 연동돼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분석도 나온다. 담합으로 경쟁이 제한될 경우 전력망 투자 비용이 왜곡되고, 그 부담이 전기요금이나 재정 투입 등 다양한 형태로 분산될 수 있어 소비자와 무관한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도 사안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검찰이 큰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이를 공유하며 법정형 상한 개정과 담합 업체의 부당 이익 환수, 부당하게 인상된 물가의 원상 복구 방안 등 제도적 보완 조치를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형사 재판을 넘어 제도 전반으로 논의가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소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은 사법 판단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담합과 관련해 기소가 이뤄진 상황이지만, 회사가 아닌 개인이 기소된 사안으로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영장이 발부되고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단계인 만큼 향후 절차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준법 경영을 준수하고 있으며, 특정 사안에 대해 추가로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LS일렉트릭 역시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안”이라며 “기소된 인물은 이미 퇴임한 임원으로 현재 회사에 재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공공 입찰과 관련한 내부 통제와 준법 경영 강화 여부에 대해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와 관련해서는 “판결 전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효성중공업은 취재진과의 연락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반면 일진전기는 취재진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검찰의 기소로 이번 사건은 본격적인 사법 판단 단계로 접어들었다. 향후 재판을 통해 담합 성립 여부와 책임 범위가 가려질 전망이며, 형사 절차와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 제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국면에서 이번 사건이 전기·전력 기자재 시장의 경쟁 질서와 공공 발주 구조, 나아가 소비자 부담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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