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지분 감소…지배력은 왜 더 세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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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지분 감소…지배력은 왜 더 세졌나

폴리뉴스 2026-02-03 15:31:17 신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총수 개인의 지분율은 낮아졌지만, 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힘은 오히려 강화됐다.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최근 10년간 눈에 띄는 변화가 포착된다. 외형상으로는 '오너 지분 축소'가 진행됐지만, 실제로는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내부 결속이 강화되며 실질적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분석이다.

3일 기업 경영 분석 자료를 토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총수가 존재하는 대기업집단 31곳의 지분 구조를 2015년과 2025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총수 개인의 평균 지분율은 6.1%에서 3.9%로 10년 새 2.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오너 일가인 친족의 지분율도 5.3%에서 4.2%로 낮아졌다. 겉으로만 보면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진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은 절반만 맞다. 총수 개인과 친족의 지분이 줄어든 자리를 계열사 지분이 빠르게 메웠기 때문이다. 계열사가 보유한 평균 지분율은 49.4%에서 56.8%로 7.4%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임원 지분과 자기주식 등을 포함한 내부 지분율을 모두 합산하면 64.3%에서 67.7%로 오히려 확대됐다.

즉, 총수 개인이 직접 들고 있는 지분은 줄었지만, 계열사를 통한 우호 지분이 늘어나면서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 구조는 더욱 단단해진 셈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개인 자본으로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이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상속·증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개인 지분 확대 대신 계열사 자본을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이 교보생명이다. 신창재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10년 전 19.2%에서 3.0%로 크게 낮아졌지만, 계열사 지분율은 같은 기간 34.9%에서 82.4%까지 급증했다. 이에 따라 내부 지분율은 3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계열사 중심의 지분 구조가 빠르게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내부 지분 확대 흐름은 상장사보다 비상장사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상장 계열사의 내부 지분율은 10년간 평균 7.2%포인트 상승해, 상장사의 상승 폭(2.7%포인트)의 약 세 배에 달했다. 외부 감시와 공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상장사를 지배력 강화의 통로로 활용하는 경향이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산, 교보생명, KCC, 미래에셋, 현대백화점, 동국제강, 이랜드, 태영, 현대차, 태광 등 다수의 그룹에서는 비상장 핵심 계열사의 내부 지분율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지배구조의 중심축을 비상장사에 두고, 이를 통해 그룹 전반을 통제하는 구조를 강화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핵심 계열사에 대해서는 총수 개인 지분이 오히려 늘어나는 흐름도 확인된다는 점이다. 31개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기준으로 보면, 총수 개인의 평균 지분율은 20.1%에서 23.0%로 2.9%포인트 상승했고, 내부 지분율 역시 7.7%포인트 확대됐다. '중요한 곳에는 직접 쥐고, 나머지는 계열사로 묶는' 전략이 병행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지배구조 변화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개인 지분을 늘릴수록 상속·증여세 부담이 커지는 현실에서, 계열사 자본을 활용한 지배력 강화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외부 주주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나 내부 거래가 늘어날 경우, 소수 주주 권익 침해와 기업가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총수 개인의 지분 감소라는 숫자만으로는 대기업 지배구조의 실상을 온전히 읽어내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열사 자본이 촘촘히 연결되며 만들어낸 내부 지배망이 오히려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의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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