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구룡포 덕장에는 꽁치들이 주렁주렁 걸린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10여 일을 견디면 은빛 꽁치는 쫀득하고 고소한 과메기로 거듭난다. 한때 생산량 급감으로 위기를 맞았던 이 겨울 별미가 이번 겨울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과메기 / 뉴스1
포항시가 3일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과메기 생산량은 전년 2128톤보다 53% 증가한 3261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액 역시 지난해 768억 원에서 50% 늘어난 1100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번 반등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2023~2024년 겨울 생산량이 전년 대비 34.68% 증가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이번 시즌에는 그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겨울철 차가운 바닷바람에 반복해서 얼리고 녹이면서 말린 생선이다. 이름의 유래도 독특하다.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뜻의 '관목'에서 출발했다. '목'이 포항 구룡포 방언으로 '메기'라 발음되면서 '관메기'가 됐고, 'ㄴ'이 탈락하며 지금의 '과메기'로 굳어졌다. 1809년 간행된 가정 백과사전 '규합총서'에는 "비웃(청어)을 들어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해 말갛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려 쓰는데 그 맛이 기이하다"는 대목이 있다. 이미 200여 년 전부터 과메기는 조선 왕실에 진상되던 귀한 별미였던 셈이다.
원래 청어로 만들던 과메기는 1960년대 이후 청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꽁치로 대체됐다. 1990년대 진공포장 기술이 도입되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전국구 인기 식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13-2014년 겨울 5440톤을 정점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2023~2024년 겨울에는 1580톤까지 떨어졌다. 10년 새 생산량이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이번 반등의 배경에는 원양어선의 꽁치 어획량 증가가 자리한다. 원물 확보가 쉬워지면서 공급이 안정됐고, 꽁치의 크기와 신선도도 개선돼 품질이 한층 높아졌다. 여기에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미디어에서 과메기가 자주 소개되면서 2030세대 젊은 소비자층의 관심도 크게 늘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가 급증한 것도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이다.
과메기의 맛은 만드는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15일가량 말린 '통과메기'는 내장의 기름이 살 속으로 스며들어 풍부한 감칠맛을 낸다. 반면 머리와 내장, 뼈를 발라낸 뒤 3, 4일간 건조한 '편과메기'는 손질이 간편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잘 만든 과메기는 속살이 곶감처럼 불그스름한 빛을 띠며, 고소하고 담백해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과메기 / 뉴스1
과메기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생미역이나 김에 과메기 한 점을 올리고, 마늘과 쪽파, 고추를 곁들여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배추나 깻잎으로 싸 먹어도 별미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해조류다. 미역과 다시마에 풍부한 알긴산 성분이 과메기의 기름진 맛을 중화하고 콜레스테롤 배출을 돕기 때문이다. 마늘의 알싸한 맛은 비린내를 잡아주고, 매운 고추는 느끼함을 날려준다.
과메기는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하다. DHA와 EPA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 건강과 뇌 기능 향상에 좋다. 건조 과정에서 이런 영양 성분의 함량이 더욱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숙취 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B12,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비타민 E도 다량 함유돼 있다. 다만 통풍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과메기에 들어 있는 푸린 성분이 체내에서 요산을 생성해 증상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메기의 제철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다. 겨울철 서리가 내릴 무렵 잡힌 꽁치는 지방 함량이 20%에 달해 가장 맛있다. 포항 구룡포는 백두대간에서 불어오는 북서풍과 동해의 해풍이 만나 과메기를 말리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다. 현재 구룡포 일대에서 200개 가까운 업체에서 과메기를 생산하고 있다.
시중에서 과메기를 고를 때는 표면에 윤기가 나고 골이 깊게 파인 것, 속살은 자줏빛을 띠고 껍질은 은색인 것이 잘 말려진 제품이다. 구입 후에는 가능한 빨리 먹는 게 좋다. 냉동 보관이 가능하지만 오래 두면 맛이 떨어진다. 1, 2일 내에 먹지 않을 거라면 신문지에 돌돌 말아 냉동실에 넣어두는 게 현명하다.
과메기는 쌈으로만 먹는 게 아니다. 각종 채소와 함께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과메기 초무침',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 '과메기 튀김', 깻잎과 묵은지를 넣어 만 '과메기 김밥', 감자와 양파를 넣고 조린 '과메기 조림' 등 요리법도 무궁무진하다. 소주나 청주에 10분간 담갔다 꺼내면 비린내가 줄고 살이 더 쫄깃해진다는 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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