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통합 가면 쓴 장동혁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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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통합 가면 쓴 장동혁 가스라이팅

일요시사 2026-02-03 15:09: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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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단식을 만류한 이후 보수 대통합·보수 결집·박근혜 후광이란 표현이 쏟아지듯 등장했다. 단식을 중단한 장 대표 앞에 제시될 요구는 과연 무엇일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22일 단식을 전격 중단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통일교·공천 헌금 의혹 관련 ‘쌍 특검’을 요구하면서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장 대표의 단식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8일 만에
단식 종료

야당의 주요 인사가 단식에 들어가면, 대통령실·여당의 주요 인사가 위로 방문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정치 문법이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지난 2018년 5월 ‘정부·여당의 드루킹 특검 수용’을 요구했을 때도 민주당 우원식·홍영표 당시 원내대표가 위로 방문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것에 대해선 장 대표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밥을 굶는다”며 “국민과 역사 앞에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몽니를 부리는 단식 쇼”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2일엔 “장 대표가 필요 없는 단식을 했다”며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하면서 잘 생각해 주길 바라고, 모든 걸 다 떠나서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여당의 무시는 장 대표가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단 사실을 드러냈다. 이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장 대표의 단식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구에서 갑자기 상경해 국회를 방문했다. 이는 지난 2016년 12월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장 대표에게 단식투쟁 중단을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물·소금만 드시면서 단식하신다는 얘기를 들어 걱정을 많이 했다”며 “계속 단식하면 몸이 많이 상해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장 대표께서 요구하시는 쌍 특검을 받아주지 않아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단식이란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며 “국민께선 정치인으로서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목숨 건 투쟁을 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부·여당이 장 대표의 단식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 자리에서 단식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장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 먼 길 와주셔서 고맙다”고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장 대표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지난달 26일 퇴원했다.

판단력 저하된 장동혁의 눈에 보인 박
조직적으로 유포된 보수 결집·박 후광

하지만 장 대표에 대해선 “대통령실·여당의 무시로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일부터 3일 동안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확인됐다. 이는 전주보다 2% 내려간 수치였고, 장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로 확인됐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 올라간 43%로 확인됐다.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은 44%였고,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율은 13%였다.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의 절반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단식을 중단한 것도 “결국 초라한 결말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83년 단식투쟁 당시 신군부 때문에 단식 시작 1주 만에 서울대병원 특실에 강제 입원당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병원에서 2주 더 단식을 이어갔다.

단식을 만류하려 병실을 방문한 권익현 당시 사무총장이 외국행을 제안하자,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이 고생하는데 내가 어떻게 외국에 나가느냐. 나를 외국으로 보내고 싶으면, 시체로 만들어 보내면 된다”며 거부했다.

단식이 8일 동안 이어지면 인지적 유연성·판단력이 저하된다. 뇌의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을 지방산에서 전환한 케톤체가 다시 에너지가 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이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늘어나 인지적 유연성이 줄어든다. 체내 수분·전해질 부족과 영양 결핍도 뇌의 피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방문한 지난달 22일은 장 대표의 인지적 유연성·판단력이 저하된 시점이었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박 전 대통령이 인자하고 다정하게 단식을 만류하니, 장 대표가 굳게 버티긴 힘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예상 못한
퍼포먼스

장 대표가 단식을 중단한 직후, 주요 언론에선 박 전 대통령·장 대표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묶어 ‘보수 결집’ 혹은 ‘보수 대통합’이라면서 기사들을 대량으로 내보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로텐더홀을 방문해 장 대표를 위로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장 대표에게 “건강을 해치지 않고 당의 중심으로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 중 국민의힘 관계자로 소개된 이는 지난달 22일 한 매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장 대표의 단식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하나로 다시 묶으면서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엔 “장 대표가 이번 주 안에 퇴원해 당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박근혜 후광’이란 제목을 단 채로 대량 보도됐다. 장 대표 측 관계자라고 소개된 이는 한 매체와 전화 통화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방문하면서 보수의 상징성이 장 대표에게 일부 이전됐다”며 “이를 발판으로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들은 대통합·결집·후광 등 표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표현들로 이어질 수 있는 단서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이후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26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의 단식은 박 전 대통령의 방문 등 보수 대통합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파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구속돼 약 4년9개월여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구속·유죄 선고에 앞장섰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옹립해 정권을 창출했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확정한 후 정권까지 창출했단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실상 사라졌단 것을 의미했다.

유 전 의원도 바른정당·바른미래당 창당을 통한 제3지대 실험 실패 이후 국민의힘에서 대선후보 경선·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등에서 연이어 패배해 정치적 영향력을 잃었다. 지난달 기준 보수 정치권에선 ▲장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각각 자신이 주도하는 정치적 집단을 거느리면서 의제를 이끌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선 토착 보수 집단인 언더 찐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들에 맞서 장외 집회·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통해 일정한 응집력을 드러내는 강경 보수 집단과 손잡고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

실타래
풀어야

따라서 현실 정치와 거리가 먼 박 전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이 장 대표를 위로 방문한 것만 두고 대통합·결집 등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위화감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한 전 대표와 이 대표를 고의로 지우려고 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장 대표·박 전 대통령·유 전 의원을 묶어 ‘보수 대통합’이란 표현을 활용하면, 박 전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은 각각 정치적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오는 6월 진행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 후보 선출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많다. 출마 후보군 중엔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을 굳이 행사 뛰는 가수에 비유하면 그렇게 몸값이 싼 분은 아니”라며 “추가로 지급할 정치적 비용이 뭔지 감도 안 잡힌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 의원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평론가가 ‘박 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장 대표 단식을 만류한 이유는 유 의원의 대구시장 공천을 위한 것’이라고 지껄였다”며 “아는 거라곤 음모론뿐인 자가 또 요설을 뱉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이 선점했던 개혁 보수 이미지는 이 대표에게 상당 부분 이전됐다. 또한 국민의힘 내에선 연이은 각종 공직 후보 경선 패배로 인해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장 대표 단식 만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도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 대표의 단식으로 인해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란 상징적 인물이 출구 전략을 마련해 줘서 단식을 끝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 대표는 살았지만, 국민의힘은 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TV조선 <강적들>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방문한 것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며 “그림이 좀 그런데, 이게 출구 전략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파면당한 대통령이 파면당한 대통령을 놓지 못하는 당 대표를 만나 악수하는 걸 보수 결집이라고 부르는 게 단식 농성의 결론이냐”며 “국민이 볼 땐 상당히 거꾸로 가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쌍 특검 등 사안과 관련된 국민의힘과의 일부 사안 공조에 대해 ‘단절’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공조할 사안이 박 전 대통령 출현이란 특이한 형식으로 종결됐다”며 “이어나가기 어려운 단절이 있었던 게 맞고, 국민의힘은 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측에 “단식 종결 과정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채무 탕감 수단은 관리형 대표로 만족?
모두 좌절 언더 찐윤 앞…김문수만 왜?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해 장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고, 장 대표가 이를 받아들인 것을 출구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아무리 복심이라고 하더라도, 초선인 유 의원 홀로 장 대표의 단식을 중단시키는 큰 그림을 그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강원·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토착 보수 집단을 형성한 언더 찐윤의 존재감을 함께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있다.

장 대표는 단식 이전까지 국민의힘에 연이어 입당한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고성국씨와의 공조를 통해 강경 보수와 손을 잡으면서도 당 바깥에선 개혁신당과 공조하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장 대표가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2월에 물러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불거진 소문 ‘2월 위기설’이었다.

2월 위기설 배포 흐름과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한 흐름을 포개어 판단하면, 장 대표에게 “출구를 열어줄 테니, 독자 행보를 걷지 말고, 관리형 대표로 만족하라”는 신호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8일 동안 단식해 인지적 유연성·판단력이 저하된 장 대표가 정상적인 정치적 판단 과정을 거쳐 단식을 중단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언더 찐윤 입장에서도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장 대표의 체면을 심하게 훼손해 지도부를 무너트리는 것에 긍정적이긴 어렵다. 언더 찐윤이 필요한 것은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방선거 공천권을 건드리지 않을 관리형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

제1야당 대표인 장 대표를 상대로 사실상 현실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없는 박 전 대통령·유 전 의원과 묶어 ‘보수 대통합’ ‘보수 결집’이란 틀에 가두고, 이를 언론에 배포하는 것에 대해선 일종의 경고란 평가도 나온다. 언더 찐윤으로서는 장 대표에게 ‘출구 전략 마련’이란 채무를 안기면서 채권자가 돼 장 대표를 포섭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장 대표는 향후 ‘보수 대통합 관리인’ 역할을 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언더 찐윤의 이해관계와 다른 선택을 했던 이 대표·한 전 대표·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각각 중징계 결정 후 탈당·제명 결정·혁신안 좌절 등 결과를 맞이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만이 언더찐윤과의 갈등을 극복하면서 ‘대선 완주’란 전략적 목표를 달성했다.

이 대표·한 전 대표·김 전 장관·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각각 국민의힘에서 축출·좌절·극복 등을 겪는 과정엔 ▲스캔들 유포 ▲조직적 불복종 ▲전격전 등 요소가 들어갔다. 마치 경찰의 대규모 노조 파업 진압 작전이 진행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당사 후보실 점거·여론 규합 등 수단을 동원해 이를 홀로 극복한 김 전 장관이 전설적인 노동운동가였단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2월 위기설
다가왔다

니코스 카난스키스 원작·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지난 1988년 작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앞에 어여쁜 소녀가 나타난다. 소녀는 “너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십자가에서 내려와 네 삶을 살라”고 유혹한다.

이에 따라 영화 속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한 후 행복한 일생을 보낸다. 그 소녀가 악마였단 사실은 죽기 직전에야 깨닫는다. 8일째 단식하던 장 대표의 눈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만류하던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소녀로 보였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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