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노르웨이가 다연장로켓 천무 도입을 결정하면서, 한국·폴란드·노르웨이를 잇는 이른바 ‘유럽 다연장로켓 벨트’ 구상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기술, 폴란드의 생산, 노르웨이의 운용이 결합된 장거리 정밀화력 체계가 구축된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유럽 방산 협력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 노르웨이, 첫 장거리 정밀화력 확보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과 한화에어로스페이는 지난달 30일 천무 16문,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하는 총 9억22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천무 풀패키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노르웨이는 이번 계약을 통해 처음으로 장거리 정밀화력(LRPF) 전력을 확보하게 되며 장비와 훈련 체계는 2028~2029년, 미사일은 2030~2031년 사이 단계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국제 경쟁입찰 방식으로 추진됐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를 비롯해 유럽 주요 방산업체들이 참여했으며, 노르웨이 당국은 성능과 사거리, 납기, 가격, 산업 협력 조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천무가 요구조건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의회는 예산 승인 과정에서 장거리 정밀화력을 “노르웨이 육군이 처음 확보하는 능력이자 최근 수십 년간 최대 규모의 전력 투자 가운데 하나”로 규정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31일 노르웨이에서 귀국해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계약으로 북유럽 시장 전체로 본격 진출하는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노르웨이가 한국을 선택함으로써 인근의 스웨덴, 덴마크 등도 ‘한국을 검토해보겠다’는 흐름이 만들어지는 게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이후 다른 나라로 (수출 영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폴란드 유도미사일 생산…천무 시장 확대 견인 기대
이번 계약의 또 다른 특징은 생산 구조에 있다. 디펜스 뉴스 등 군사전문 매체에 따르면 노르웨이에 공급될 천무 유도미사일은 폴란드에 구축된 현지 합작법인을 통해 조달될 예정이다. 이는 폴란드가 이미 천무 계열을 대규모로 도입하면서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폴란드는 총 288문의 천무 체계를 도입한다는 계획으로, 유도미사일의 상당 부분을 자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 기술·폴란드 생산·노르웨이 운용’이라는 역할 분담이 실제 계약과 생산 계획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무기 수출과 구분된다. 노르웨이 정부는 유럽 내 생산 기반을 활용함으로써 전시와 평시 모두에서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으며, 방산 전문 매체들도 이를 유럽 고객을 전제로 한 공급망 설계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 다연장로켓 수요는 확대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등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수 나토 회원국이 방위비와 탄약 생산·조달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장거리 정밀화력은 여러 국가에서 전력 보강의 우선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3년 ‘탄약생산 지원법안(Act in Support of Ammunition Production, ASAP)’ 프로그램을 통해 약 5억유로(약 8500억원)를 투입해 유럽 내 탄약과 미사일 생산 능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방산전문매체 ‘유러피언 시큐리티 앤 디펜스(European Security & Defence)는 특히 북유럽과 발트 지역을 중심으로 200~300km 이상 사거리의 다연장로켓 체계 확보가 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매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이 장거리 화력 전력을 ‘수십 문’이 아닌 ‘수백 문’ 단위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노르웨이의 천무 도입은 개별 국가의 무기 선택을 넘어, 유럽 지역에서 다연장로켓 수요가 하나의 시장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폴란드에서 유도미사일 생산시설을 구축해 2030년 전후로 생산·인도를 시작한다는 계획은, 향후 추가 수요가 발생해 유럽 국가들이 다연장로켓을 도입하거나 추가 구매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르웨이의 선택이 단발성 계약에 그칠지, 아니면 유럽 전반으로 확장되는 출발점이 될지는 향후 추가 도입국의 결정에 따라 가늠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사례는 K방산의 유럽 진출이 단순 판매를 넘어 생산·공급·운용이 결합된 구조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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