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콘텐츠 사용료(프로그램 사용료)를 두고 유료방송사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의 콘텐츠 사용료 가이드라인 공개가 계속 지연되는 가운데, 보다 못한 케이블TV(SO)가 콘텐츠 사용료 지급액을 낮추는 방향의 자체 산정안을 마련했지만 PP업계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주무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으로 갈등 조정의 역할을 사실상 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예고된 사고가 터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와 ‘한국방송채널사용사업협회 PP협의회’는 최근 케이블TV 업계가 마련한 콘텐츠 사용료 대가산정 기준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케이블TV는 지난해 콘텐츠 사용료 자체 산정안(산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초 SK브로드밴드와 아름방송을 제외한 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해당 산정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산정안의 핵심은 콘텐츠 대가 총액에 유료방송사의 매출액(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액)의 증감률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케이블TV는 콘텐츠 대가 지급률이 다른 유료방송사 평균보다 5% 이상 높은 사업자에 대해 향후 3년간 콘텐츠 대가 총액을 점진적으로 감액하는 조건을 신설했다. PP업계는 이 조항이 사실상 대부분의 MSO에 적용될 수 있어 콘텐츠 사용료 총액이 연쇄적으로 줄어든다고 판단하고 있다.
PP업계는 유료방송사가 그동안 지급해온 콘텐츠 사용료의 절대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산정안이 콘텐츠 대가 총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해진 것도 문제지만 또 사용료가 콘텐츠의 질이나 인기보다 플랫폼의 재정 여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PP업계는 “케이블TV의 수신료 매출 하락과 경영 악화 책임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있지 않다”며 “방송 요금 현실화나 매출 다변화 같은 근본적 해법 대신 콘텐츠 비용 절감이라는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부담을 PP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케이블TV가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의 상당 부분이 지상파와 종편에 집중돼 있어 일반 PP에 돌아오는 몫은 이미 제한적 상황이라는 것. 산정안이 실제로 적용될 경우 향후 3년간 약 775억원 규모의 콘텐츠 사용료가 삭감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PP업계는 “이미 다년 계약이 체결된 지상파 재송신료에는 동일한 기준 적용이 사실상 어렵다”며 “결국 협상력이 약한 PP에게만 기준이 적용돼 콘텐츠 대가가 일방적으로 삭감되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새로운 산정안 적용으로 오히려 콘텐츠 사용료가 인상되는 채널도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콘텐츠 대가 총액을 객관적 상대평가가 가능한 ‘채널군’ 단위로 설정한 뒤 동일 채널군 내 사업자 간 상대 평가 결과에 따라 배분함으로써 기존의 협상력 중심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는 “기존에는 채널별 협상력을 기반으로 사용료가 결정됐지만, 채널군별 상대 평가 방식은 협상력이 낮아 성과 대비 사용료를 받지 못하던 중소 콘텐츠사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 산정안 마련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케이블TV 측 주장이다. 케이블TV의 경영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전체 케이블TV 매출액은 2014년 3조2459억원에서 2024년 2조7272억원으로 16%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96.3% 급감했다. 적자 기업 수도 2014년 15개에서 2024년 52개로 크게 늘었다.
케이블TV 업계는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등 주요 재원은 감소하는 반면 콘텐츠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수신료 매출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비율이 이미 90%를 넘고 있다”며 “현 구조에서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기준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료방송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PP 역시 안정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품질을 높일 수 있다”며 “상호 상생을 통해 선순환적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부는 콘텐츠 사용료를 두고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2020년 당시 CJ ENM과 딜라이브 간 갈등 때 정부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중재에 나섰지만 일시적인 해결에만 집중할뿐 콘텐츠 사용료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는 매출의 약 90%를 PP에 지급하고 있지만 IPTV는 약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플랫폼 간 협상력 차이다. 또한 케이블TV가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 중 상당 부분은 지상파와 종편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 관련 연구반을 진행하면서도 이들을 논의 구조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PP가 케이블TV 등 플랫폼과 협상이 결렬될 때는 항상 블랙아웃(송출 중단) 카드를 꺼냈다. 유료방송 사업자 역시 콘텐츠 사용료가 계속 인상되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요금 인상을 사실상 할 수 없다. 그간 성장해 오던 홈쇼핑 업계의 송출수수료 인상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해왔지만 이제는 홈쇼핑 역시 송출수수료를 인하하려 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및 물론 현실적인 요금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요금은 정체돼 있고 프로그램 사용료를 계속 올라서 생기는 문제”라며 “정부 주도로 현실적인 요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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