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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전부터 ‘장수 예능의 기시감’과 ‘출연자 잔혹사’라는 숙명적 과제를 안고 시작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과연 ‘쇼미는 쇼미’였다. 환호와 비판이 교차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쇼미12’는 오히려 그 논란을 먹고 자라며 역대급 화제성을 배양하는 인상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 조사 결과 2주 연속 드라마와 비드라마 통틀어 TV 화제성 1위를 기록했고, TV를 보지 않던 MZ세대와 알파 세대마저 본방 사수하게 만들며 1020 시청률 또한 1위를 달성했다.
이번 시즌은 시작과 동시에 출연자들을 둘러싼 잡음으로 몸살을 앓았다. 과거 주취 난동으로 ‘테이저건’에 진압된 힙합계의 탕아 정상수의 재등장과 더불어, 여기에 과거 부모님의 ‘빚투’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마이크로닷이 스핀오프 격인 ‘야차의 세계’에 출연하며 온라인상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여기에 한 출연자가 정신질환을 가장해 4급 판정을 받은 병역기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잇따른 이슈에도 불구하고 화제성 지표는 견고하다. 특히 10대와 20대 남녀 시청층에서 지상파 포함 같은 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 사이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숙명적 리스크마저 콘텐츠화하는 프로그램 특유의 생존력”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쇼미더머니12’에 참가한 태국 래퍼 밀리. 사진제공 | 엠넷
이전 시즌에서도 종종 글로벌 참가자들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은 한층 본격적인 인상을 준다. 태국의 국민 래퍼이자 코첼라 무대를 수놓았던 밀리(MILLI), 홍콩 힙합의 아이콘 JB, 일본 힙합 씬의 신성 레드아이와 닐니코 등 각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대거 참전했다. 모국어로 랩가사를 쓰던 이들이 한국어를 혼용해 랩을 뱉고 한국의 시스템 안에서 경쟁하는 모습은 생경하면서도 그야말로 상징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이와 맞물려 일각에서는 아이돌을 꿈꾸는 다국적 연습생들이 ‘보이즈 플래닛’(보플) 등의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쇼미더머니’가 아시아권에서 랩스타가 되기 위한 일종의 ‘관문’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어느덧 케이팝이 음악 시장의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았듯, 이제 케이 힙합 신 또한 ‘아시아 표준’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특정 문화와 매체를 결합하는데 탁월한 한국 엔터테인먼트 특유의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에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하는 기술, 거대 자본이 투입된 압도적인 무대 연출, 그리고 방송 직후 음원 차트를 점령하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은 장르를 떠나 아시아 아티스트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자본’이다. 과거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빌보드라는 막연한 꿈을 꾸며 곧장 미국으로 향했다면, 이제는 ‘한국을 거쳐 세계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루트가 된 인상이다.
‘쇼미더머니12’에 참가한 일본 래퍼 레드아이. 사진제공 | 엠넷
“케이팝이 구축한 시스템의 권위가 이제 다른 장르로도 전이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국이나 일본의 힙합 씬도 충분히 성장했지만, 한국은 이를 ‘쇼 비즈니스’이자,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가공하는 능력에서 독보적”이라며 “아시아 대중문화의 거점이자 메가폰인 한국이 글로벌 스타로 향하는 인증 기관과 동시에 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어느덧 4회를 바라보고 있는 ‘쇼미12’는 이번 시즌에서 처음 도입되는 룰 가운데 하나인 ‘송캠프’를 앞두고 있다. 이는 앞선 미션에서 살아남은 73인의 참가자가 캠프에 입소해 총 3라운드에 걸친 배틀을 소화하는 고난도의 미션이다. 해당 미션의 첫 번째 단계는 높은 계급 래퍼와 낮은 계급 래퍼가 경연 상대로 맞붙는 1:1 계급 미션으로, 잔혹한 설정 속에서 참가자들은 창작 능력은 물론 극한의 상황 속 팀워크까지 시험받게 된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최효진 CP는 송캠프를 이번 시즌에서 가장 큰 관전포인트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미션에 수동적으로 참가하는 것이 아닌 주도적으로 이끌어갔으면 한다는 생각에 이번 미션을 추가했다”는 기획 의도도 밝혔다. 이어 “단순히 정해진 비트에 랩을 올리는 게 아닌, (참가자들의) 기획력이나 프로듀서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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