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게임의 꽃이라 불리는 'FIFA 얼티메이트 팀(FUT)'의 확률형 아이템(루트박스)을 둘러싼 오랜 법정 공방이 게임사의 승리로 일단락되었다. 2025년 12월, 오스트리아 최고법원(OGH)은 EA의 FUT 팩이 도박법상의 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는 그동안 루트박스를 도박의 범주에 넣으려 했던 하급법원들의 판단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로, 전 세계 게임 업계와 규제 당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오스트리아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본 대목은 '우연'과 '실력'의 상관관계였다. 원고 측인 소송 재단 '파드로누스(Padronus)'와 플레이어들은 실제 현금으로 구매한 포인트가 무작위 아이템으로 변하는 과정이 도박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루트박스 자체만 떼어놓고 볼 것이 아니라, 그 아이템이 사용되는 '게임 전체의 맥락'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력이 개입되는 '혼합 게임', 도박의 굴레 벗다
법원은 플레이어가 팩을 통해 무작위로 선수를 얻더라도, 실제 경기에서는 플레이어 개인이 가진 컨트롤 실력이나 전술적 판단으로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결과가 순전히 운에만 맡겨진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능력이 개입되는 '기술과 우연의 혼합 게임'이기에 이를 도박법으로 처벌하거나 규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번 판결로 인해 2023년 헤르마고르 지방법원 등이 내렸던 환불 결정 등은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되었다.
이번 오스트리아의 판결은 루트박스를 대하는 전 세계의 엇갈린 시선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현재 지구촌 곳곳에서는 루트박스를 규정하는 잣대가 제각각이다. 벨기에는 이미 2018년에 이를 도박으로 규정해 전면 금지했지만 실제 단속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고, 네덜란드는 규제 시도가 법원에 의해 좌절되기도 했다.
반면, 보다 직접적인 규제 칼날을 빼든 국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브라질은 올해 3월부터 미성년자 대상 루트박스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며, 한국은 2024년부터 아이템 획득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투명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학 연구자 레온 이소(Leon Xiao)는 "기존 도박법은 루트박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기 전에 만들어진 낡은 틀"이라며, 이번 판결이 오히려 각국 입법자들에게 더 구체적이고 엄격한 '전용 규제'를 만들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의 허점인가, 정당한 권리인가" 엇갈리는 커뮤니티 반응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게이머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그동안 '페이 투 윈(Pay to Win)' 구조에 불만을 품어온 유저들의 비판이 거셌다. "실력이 개입된다고? 메시를 가진 팀과 일반 선수를 가진 팀이 붙으면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이걸 실력의 영역이라고 보는 건 게임을 모르는 소리다."라는 반응과 함께게임사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법적 해석의 엄밀함을 강조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단순한 슬롯머신과 게임 내 수집 요소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대법원의 판단대로 결국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사람의 기술이다.", "이번 판결로 소송 대행사들의 무분별한 환불 소송에 제동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게임사들도 확률 조작 의혹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더 투명해져야 한다."와 같은 내용이다.
EA는 "이번 판결은 우리의 게임 모드가 현행법상 도박이 아님을 확인해준 것"이라며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파드로누스 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인 다른 유사 사건들을 통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루트박스를 둘러싼 법적·윤리적 공방은 202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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