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창] "아프리카는 함께 살아가며 배워야 할 삶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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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의 창] "아프리카는 함께 살아가며 배워야 할 삶의 현장"

연합뉴스 2026-02-03 11:42: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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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잠언 담은 포토에세이 '최초의 낮' 출간한 김태균 탄자니아 한인회장

'서두른 걸음에는 복이 없다'…천천히 걷는 삶의 지혜 담아

김태균 탄자니아 한인회장 김태균 탄자니아 한인회장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김태균 탄자니아 한인회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책 제목 '최초의 낮'에 대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깨달음과 우리가 일상에서 놓쳐버린 하루의 진정한 의미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2026. 2. 2. phyeonsoo@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아프리카는 '돕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배워야 할 삶의 현장입니다. 그곳에서 배운 느림의 지혜를 담았습니다."

아프리카 잠언과 세렝게티 초원의 풍경을 담은 포토에세이 '최초의 낮-아프리카 잠언'(아담스)을 펴낸 김태균(50) 탄자니아 한인회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펴낸 동기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아프리카의 잠언은 수많은 세대가 걸어온 길과 쌓아온 경험이 응축된 언어의 씨앗"이라며 "그 씨앗이 각자의 하루 속에서 다시 빛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빠름과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천천히 걷는 삶의 지혜'를 건네는 격언집이다. 그는 "속도와 효율만을 좇는 삶에서 잠시 멈춰 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초의 낮-아프리카 잠언' 표지 '최초의 낮-아프리카 잠언' 표지

[아담스 제공]

'서두른 걸음에는 복이 없다', '길을 잃는 것도 길을 배우는 방법이다'와 같은 아프리카 현지 격언들은 속도와 효율을 숭배하는 현대 사회의 통념을 조용히 되묻는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달려온 이들에게 느림과 실수 또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전한다.

책 제목 '최초의 낮'에 대해 그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깨달음과 우리가 일상에서 놓쳐버린 하루의 진정한 의미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사무실 조명과 도시의 불빛 아래에서 정작 '낮'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삶을 돌아봤다"고 했다. 화려한 밤과 욕망의 소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프리카의 낮은 꾸밈없이 웃고 뛰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환기하는 장치가 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그가 아프리카 야생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 함께 실렸다. 얼룩말과 코끼리, 기린 등 초원의 생명체를 과장 없이 담담하게 포착했다. 그는 "렌즈로 자연을 설명하기보다 그 앞에 서 있는 인간의 시선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한 탄자니아 대사에게 저서 증정하는 김태균 회장 주한 탄자니아 대사에게 저서 증정하는 김태균 회장

김태균(왼쪽) 탄자니아 한인회장이 토골라니 에드리스 마부라 주한 탄자니아 대사에게 최근 출간된 저서를 증정하고 있다. 마부라 대사는 "한국어로 집필되고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담긴 이 책은 양국의 문화적 이해를 높이고 탄자니아와 한국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균 회장 제공]

짧은 문장으로 압축된 금언들은 사진과 어우러져 독자들을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오래 바라볼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풍경들이다.

추천사를 쓴 박인기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장(경인교대 명예교수)은 "이 책은 한 작가의 체험담을 넘어, 한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얼마나 깊고 넓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유의 기록"이라며 "조용하지만 깊고, 느리지만 오래 남는 보배로운 지혜가 담겨 있다"고 평했다.

김 회장의 인생 역정은 드라마틱하다. 20대 때부터 '제3세계 청소년들에게 교육과 문화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꿈을 품었다. 당시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9년 아내의 허락을 받고 회사를 그만둔 뒤 나이지리아로 떠났다.

먼저 진출했던 형의 도움을 받아 아프리카 정착이 수월했다. 전자 회사들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일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30개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2014년부터 탄자니아에 정착해 살고 있다. 현재는 디지털 전자 결제 설루션 회사 '아론 탄자니아'와 마케팅·소셜벤처 활동을 하는 'NOW'를 이끌고 있다.

2025년 설날에 한복 입은 김태균(가운데) 회장과 동포들 2025년 설날에 한복 입은 김태균(가운데) 회장과 동포들

[탄자니아 한인회 제공]

그는 회사 수익금을 기반으로 교육 환경 개선에 힘써왔다. 현지 학교와 도서관 설립, 무료 필름 아카데미 운영, 직업 훈련, 탄자니아 대학들과 KOTRA의 지원을 통해 진행한 스타트업 경진대회 등이 대표적이다. 식량 지원과 우물 사업도 병행했다.

김 회장은 단순 지원을 넘어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탄자니아 빈곤 가정 아이들을 위한 'DIY 장난감 만들기 대회'가 대표 사례다.

재활용품으로 장난감을 만드는 이 대회는 놀이의 즐거움을 스스로 창조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의료 분야에서도 활동을 이어왔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외과 의료 NGO 'IMO' 이사로 활동하며 무료 외과 수술을 지원했다. 탄자니아에서는 국제실명구호기구 '비전케어' 지부를 설립해 약 4천 건의 백내장·녹내장 무료 개안 수술을 가능하게 했다.

탄자니아 한인회 주최 2025년 추석 행사 탄자니아 한인회 주최 2025년 추석 행사

[탄자니아 한인회 제공]

이러한 공로로 2016년 나이지리아 요루바족 오바 아데레미 왕으로부터 '보바군와'(Bovagunwa)라는 추장 작위를 받았다. 2016∼2019년에는 탄자니아 한글학교 교장을 지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하나카드 지원을 통해 케냐의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선수가 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공로로 '케냐올림픽위원회 아시아 대표'에 임명됐다. 같은 해 탄자니아 천연자원 관광부 장관으로부터 '탄자니아 관광청 한국 친선 대사'로 위촉돼 2020년까지 활동하는 등 민간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그는 2020년에는 평화통일 공감대 확산 활동 공로로 대통령 표창(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장상)을 받았고, 2023년에는 탄자니아 명예 경찰 및 경찰 협력 위원으로 위촉됐다.

2023년 탄자니아 한인회 30주년 기념 행사 2023년 탄자니아 한인회 30주년 기념 행사

[탄자니아 한인회 제공]

2023년부터 한인회장을 맡아 그해 한인회 설립 30주년을 맞아 '탄자니아 한인 동포 이주 역사 자료집' 펴냈다.

그는 "아프리카의 초원을 걷다 보면 태양을 향해 당당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며 "그들은 세상의 제한과 규율보다 바람의 소리와 자유로운 리듬을 따른다"고 말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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