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김울프의 K-지오그래피 이야기…시간과 얼음이 빚은 산과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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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김울프의 K-지오그래피 이야기…시간과 얼음이 빚은 산과 바위

연합뉴스 2026-02-03 10:52: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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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빙벽' '빙벽'

[청송군 제공, 이복현 작가 사진]

매끈하고 세련된, 새롭고 빛나는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 온갖 가지 상품과 물건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 언젠가부터 나는 팔리기를 바라는 물건 속에서 약간의 피로감을 느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많은 것이 모두 내게 정말 필요한가?'

'이제는 나를 둘러싼 많은 유혹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나는 몇 년 전 '불혹(不惑)'이 됐다.

그래서인지 나는 언젠가부터 새로운 것보다 오래된 것이 좋다. 울퉁불퉁한 세월의 흔적, 시간이 켜켜이 쌓인 부분에 마음이 스며 아름다움을 느낀다. 물건도 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것이 더 좋아지고, 많이 웃어서 생긴 눈가의 주름도 내겐 소중하다.

오래된 것 중에는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크기, 금방 만들어 낼 수 없는 것도 있는데, 그중에서도 으뜸은 '자연' 그 자체다. 자연이라는 곳, 산, 바다, 평원, 강, 호수와 같은 지형적 요소는 지구 환경이 변화해서 남게 된 기록이다.

지각, 대기, 물, 생물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구의 모습을 바꾸어왔다. 자연은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들여다보는 맛이 있다.

자연을 바라보면 다양한 감정이 스친다. 특히 크게 압도되는 장면도 있는데, 수평의 세계에서 수직으로 우뚝 선 기암괴석(奇巖怪石)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수억 년의 시간이 만들어 낸 자연의 작품, 산과 바위는 문명과 인류가 아무리 발전해도 만들어 낼 수 없다.

'자연의 숨결' '자연의 숨결'

[청송군 제공, 한상관 작가 사진]

산은 융기, 화산 활동으로 주변보다 높아지고, 침식 작용에 의해 형태가 만들어진다. 맨틀이 움직일 때 맨틀 위에 떠 있는 지각도 따라 움직이게 된다. 십여 개의 암석 덩어리(판)로 분리된 지각이 맨틀과 함께 움직이다 보면 서로 충돌하는 일이 생긴다.

해양판과 대륙판이 부딪히면 무거운 해양판은 아래로 내려가고, 가벼운 대륙판은 위로 솟구친다. 지하에 있던 마그마가 벌어진 지각 틈을 통해 지표 밖으로 분출하는 화산 활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구 내부에 원인을 둔 운동이 융기와 화산 활동을 일으켜 지각을 주변 지역보다 높여 산이 만들어진다.

융기와 화산 활동이 산의 높이를 결정한다면, 암석 성질에 따른 차별 침식은 산의 형태를 결정한다. 지하에 있던 마그마가 지상으로 올라오면 마그마의 온도와 압력이 낮아진다. 온도와 압력이 낮아지면 마그마에 녹아 있던 가스가 폭발하듯 탈출하여 화산재가 된다.

뜨거운 액체가 빠르게 식으면 튼튼한 결정 구조를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뜨거운 마그마에서 탈출한 가스가 빨리 식어 만들어진 화산재는 결정 구조가 튼튼하지 않은 유리질 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화산 분화구 경사면을 타고 흘러내린 화산재는 지상에 쌓여 암석으로 바뀐다.

지상에 쌓인 화산재가 찬 공기와 만나 암석이 되는 과정에서 빠르게 식으면 수축이 전체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화산재 내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그 결과 화산재가 굳은 응회암에는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처럼 틈이 많이 생긴다. 결정 구조가 튼튼하지 않은 응회암에 생긴 틈은 풍화·침식을 가속한다.

비가 내려 암석 틈에 고인 물은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얼고 녹기를 거듭해 암석에 난 틈을 벌린다. 결국 헐거워진 암석은 틈을 따라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암석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다. 이런 침식 과정이 반복해서 일어나 기암단애, 급수대 주상절리, 용추협곡, 용연폭포가 만들어졌다.

청송의 빙벽 청송의 빙벽

[김울프 작가 사진]

이는 모두 화산 활동의 우연과 기후와 날씨가 수억 년 동안 빚어낸 자연의 작품이다.

서두가 길었지만 최근에 다녀온 경상북도 '청송군'을 이야기하려고 배경을 정리해봤다. 청송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됐다. 암석은 지구 역사가 기록된 나이테다. 선캄브리아 시대 변성암, 중생대 쥐라기 화강암, 백악기 퇴적암과 화성암 등 다양한 암석이 나타나는 청송은 세계적으로도 지질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청송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주왕산 권역과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신성계곡 권역으로 나뉜다.

청송 세계지질공원에는 한반도 형성 과정이 남아 있다. 1억 4천만 년 전 옛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밀고 들어가는 지각 운동이 일어났다. 판과 판이 부딪치며 한반도 동해안 지역에 화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여러 차례 이어진 화산 활동이 화산재와 암석 조각을 분출해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인 주왕산을 만들었다.

'주산지 겨울' '주산지 겨울'

[청송군 제공, 박치성 작가 사진]

화산 활동이 지각을 가르고 움푹 내려앉게 해 한반도 동남부 경상도 지역에 분지를 형성했다. 분지 안에 고생물의 흔적과 역동적인 지구 역사를 간직한 퇴적암층 위를 신성계곡이 '감입곡류'(융기된 산지 사이를 깊게 파고들며 굽이쳐 흐르는 하천) 형태로 흐른다.

기암단애, 청송 얼음골, 신성리 공룡발자국 등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명소 24개소를 보유한 국가·세계 지질공원 지역이다. 청송군 면적 전체(846㎢)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될 만큼 곳곳에 귀한 바위가 있다.

청송에서 운전하다 보면 곳곳에서 하얀 얼음벽을 볼 수 있다. 길가 바로 옆에 웅장하게 솟아 있는 얼음벽을 보며 '세상에 이런 풍경이 있구나'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기암괴석 위에 켜켜이 쌓인 하얀 얼음이 풍성해 한참을 바라봤다. '빙벽'은 기암괴석 위에 추위와 매일의 시간이 빚어낸 겨울의 작품이다. 인공폭포의 물을 조금씩 흘려보낸 것이 바위의 결을 따라 얼어붙고, 바람에 흩날리며 얼음 위에 붙어 좋은 볼거리가 됐다.

청송 빙벽 청송 빙벽

[김울프 작가 제공]

멀리까지 산속을 헤매고 비집고 들어가지 않아도, 몇 걸음 걷지 않아도 깎아지듯 웅장한 절벽에 가득한 얼음을 볼 수 있는 곳이 청송에는 흔하게 있다. 겨울왕국이 따로 없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의 골짜기(얼음골)로 유명한 청송 부동면에는 청송군이 조성한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이 있다. 얼음골 약수터 옆 계곡에 조성된 62m 높이의 인공폭포 앞에 세워진 이 공간에서는 '국제산악연맹(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대회가 2011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대회는 세계 각국의 선수가 참가해 난이도 경기와 속도 경기를 벌인다. 한국 아이스클라이밍 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최고다. 이곳 경기장에서는 여름에도 드라이툴링(암벽이나 인공구조물을 빙벽 등반 장비를 이용해 오르는 클라이밍의 한 분야) 대회가 열린다. 클라이밍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청송은 상징적인 장소이다.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김울프 작가 제공]

오래전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안에 펼쳐진 드넓은 평원, 강, 호수가 있던 청송에는 공룡이 터를 잡아 살기도 했고, 엄청난 화산 폭발로 화산재로 뒤덮이기도 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마그마가 땅 근처에서 빠르게 식으며 암석에 꽃을 피워내기도 했다.

지구의 역사가 고루 담긴 곳 청송에서 바위와 얼음을 바라보며 '세월이란 멋진 것이구나' 생각했다.

김정욱 (크루 및 작가 활동명 : KIMWOLF)

▲ 보스턴 마라톤 등 다수 마라톤 대회 완주한 '서브-3' 마라토너, 100㎞ 트레일 러너 ▲ 서핑 및 요트. 프리다이빙 등 액티비티 전문 사진·영상 제작자 ▲ 내셔널 지오그래픽·드라이브 기아·한겨레21·주간조선·행복의 가득한 집 등 잡지의 '아웃도어·러닝' 분야 자유기고가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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