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셀토스는 기아(000270)에게 '히트작'이 아니라 '기본값'이다. 없어지면 실적이 흔들리고, 조용해지면 구조가 드러난다. 셀토스는 언제나 화려함보다 역할이 먼저다. 특정 시장을 겨냥한 전략 모델이 아니라, 국내외 어디서든 꾸준히 팔리며 기아 SUV 라인업의 바닥을 받쳐온 존재다.
이번 셀토스는 2019년 1세대 출시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단순한 세대교체라기보다, 기아의 글로벌 SUV 전략에서 가장 넓은 시장을 담당해온 기준점을 다시 세우는 작업에 가깝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셀토스를 통해 글로벌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아가 6년 만에 셀토스를 완전히 새롭게 선보이며 글로벌 소형 SUV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시 다지기 위한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 기아
이런 맥락에서 이번 셀토스에는 △전동화 전략의 확장 △디지털 경험 강화 △차급을 뛰어넘는 안전·편의 기술이 모두 담겼다. 기본값을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다.
이번 셀토스를 직접 타봤다. 시승은 서울 강동구에서 출발해 강원도 춘천을 오가는 코스로 진행됐으며, 도심과 간선도로, 고속도로, 국도 등 일상적인 주행환경을 두루 포함했다. 이 코스에서 선택한 파워트레인은 셀토스 1.6 하이브리드다.
◆디자인 눈에 띄기보다 '셀토스다움'으로
셀토스 디자인은 늘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얼마나 새로워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셀토스다워졌는가다.
이번 2세대 셀토스 역시 방향은 명확하다. 변화를 과시하기보다, 기본값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의 재정렬에 가깝다. 소형 SUV 시장에서 셀토스가 맡아온 역할을 고려하면, 과한 실험보다 익숙함의 업데이트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웅장한 그릴과 대비를 이루는 날렵한 디자인의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으로 누구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아 패밀리룩을 구현했다. ⓒ 기아
전면부는 기아의 최신 디자인 언어를 반영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수직에 가까운 헤드램프 그래픽과 간결해진 범퍼 구성은 차체를 더 단단하게 보이게 하지만, 시선을 과하게 끌지는 않는다. 셀토스 특유의 직선적인 실루엣과 SUV다운 비례를 유지하면서 신형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변화만 남겼다.
측면에서는 캐릭터 라인을 절제했다. 휠 아치와 차체 하단을 따라 이어지는 선들은 여전히 분명하지만, 불필요한 장식은 줄였다. 차급 대비 균형 잡힌 차체 비례는 그대로다. 소형 SUV이지만 경차처럼 가볍지도, 상위 SUV를 흉내 내려 무겁지도 않다. 셀토스가 그동안 유지해온 중간 지점의 감각이 이번에도 유효하다.
후면 역시 마찬가지다. 테일램프 그래픽은 최신 기아 SUV들과 결을 맞췄지만, 지나치게 미래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넓은 차폭을 강조하는 수평 구성과 단정한 마감은 셀토스가 여전히 대중적인 SUV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방향성은 분명하다. 대형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왔지만, 조작 방식은 여전히 직관적이다. 공조와 주행 관련 기능은 물리 버튼을 중심으로 배치했고, 디지털 인터페이스는 보조 수단에 가깝다. 멋있어 보이기 위한 실내가 아니라, 누구나 바로 적응할 수 있는 구조다.
측면부는 견고한 이미지의 개성있는 실루엣과 사선의 캐릭터 라인들이 다이내믹한 느낌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 기아
결국 이번 셀토스의 디자인은 이렇게 정리된다. 새로워 보이기 위한 변화가 아니라 오래 써도 어색하지 않을 형태로의 진화다.
◆하이브리드,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편안함'
하이브리드를 탔다. 이번 2세대 셀토스가 말하는 '기본값을 다시 정의한다'는 표현을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쪽이 이 파워트레인이기 때문이다.
셀토스 하이브리드는 1.6ℓ 가솔린 엔진과 32㎾급 구동모터의 결합으로 시스템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27.0㎏f·m, 최대 복합연비 19.5㎞/ℓ를 확보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자극적인 성능은 아니다. 하지만 이 숫자들은 속도를 과시하기 위한 결과가 아니라, 일상주행의 흐름을 설계하기 위해 선택된 값에 가깝다.
도심주행에서 셀토스 하이브리드는 엔진보다 모터가 먼저 나선다. 출발부터 저속 가속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매끄럽고 조용하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는 것만으로도 차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엔진 개입은 최대한 뒤로 밀린다. 계기판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엔진이 언제 개입했는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다. 전기차에 가깝다는 인상이 드는 이유다.
후면부는 와이드한 테일게이트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램프를 통해 깔끔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 기아
정체 구간에서는 이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셀토스 하이브리드는 빠르게 튀어나가려 하지 않는다. 대신 끊김 없이 이어진다. 모터가 만들어내는 즉각적인 응답 덕분에 가·감속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도 주행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하이브리드를 연비 때문에 참고 타는 차로 느끼게 만드는 특유의 이질감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 편안함의 중심에는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 3.0과 하이브리드 계층형 예측 제어(Hierarchical Predictive Control, HPC)가 있다.
셀토스 하이브리드는 단순히 감속 시 회생제동을 거는 방식이 아니라, 앞차와의 거리, 도로 흐름, 주행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속 강도를 조절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속도를 정리해주고, 운전자는 흐름만 따라가면 된다.
인상적인 점은 이런 회생제동 개입이 운전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차를 붙잡는 느낌도 없고,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감속도 없다. 감속과 재가속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계층형 예측 제어가 단순한 효율 장치를 넘어, 주행 감각 자체를 정돈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는 인상이다.
셀토스의 실내는 넓고 심플한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 기아
고속도로에서도 방향성은 같다. 절대적인 가속성능을 기대하면 욕심이지만, 일상적인 추월이나 합류 상황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141마력이라는 수치는 체감상 여유롭다기보다는 불편하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 셀토스 하이브리드는 이 선을 정확히 지킨다.
여기에 NVH 성능 개선도 체감된다. 엔진 개입 빈도가 줄어든 데다, 소음과 진동이 실내로 유입되는 방식 자체가 정제됐다. 도심에서는 정숙함이 자연스럽고, 고속주행에서도 소음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지 않는다. 조용하다기보다는 거슬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 역시 기본값을 다시 설정하는 방식이다.
연비는 결과처럼 따라온다. 주행을 의식적으로 절약하지 않아도 계기판의 수치는 꾸준히 올라간다.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연비를 신경 쓰지 않아도 효율이 확보된다는 점이다. 셀토스 하이브리드가 경제적인 선택지 이전에 편안한 선택지로 느껴지는 이유다.
*마무리하며
그래서 셀토스는 왜 계속 기본값인가. 이번 셀토스의 핵심은 명확하다. 더 빠르거나, 더 강해지려 하지 않았다. 대신 가장 많이 쓰이는 구간에서 가장 편해지는 방법을 택했다.
하이브리드는 이번 세대 셀토스의 주력이고, 변화의 중심이다. 출력 수치보다 회생제동과 예측 제어, NVH 개선이 만들어낸 체감이 먼저 다가온다. 운전자는 성능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연비를 계산하지 않아도 된다.
셀토스는 여전히 히트작이 아니다. 한 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차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차도 아니다. 대신 없어지면 구조가 흔들리고, 조용해지면 빈자리가 보인다. 이번 셀토스가 보여준 변화는 크지 않다. 하지만 그 변화는 정확하다. 기본값을 지키는 방식으로 진화했고, 기본값을 다시 정의했다. 그래서 셀토스는 이번에도 가장 셀토스다운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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