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부터 서해 임시조치구역(PMZ)에 자리 잡고 있던 중국의 해양 관리 플랫폼 ‘애틀랜틱 암스테르담(Atlantic Amsterdam)’이 지난달 말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조선소로 이동한 사실이 위성사진과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한때 한·중 간 해양 갈등의 상징으로 지목됐던 구조물이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3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의 분석에 따르면,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중국 예인선과 해안경비대 선박의 호위를 받으며 단계적으로 PMZ 해역을 벗어났다. 이후 이 플랫폼은 북쪽으로 약 250㎞ 떨어진 웨이하이 상업 조선소로 이동해 정박했으며, 이러한 이동 경로와 최종 위치는 31일 촬영된 고해상도 위성영상과 AIS 항적 자료의 교차 검증을 통해 최종 확인됐다.
PMZ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임시 해상 관리구역으로, 한국 정부는 이 해역에 중국이 대형 구조물을 설치한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은 본래 해상 석유 시추 플랫폼으로 건조됐으나, 이후 6층 규모의 다목적 해양 관리 시설로 개조돼 연구·생산·통제 기능을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체들은 이 플랫폼 내부에 해양과학연구소와 생산관리센터 등 다양한 기능이 입주해 있다고 보도해 왔다.
이번 이동은 단순한 장비 재배치를 넘어 외교적 함의를 지닌 조치로 해석된다. 1월 초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해양 현안에 대한 갈등 완화를 논의한 직후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우려의 대상이었던 구조물이 철거된 것을 환영한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반면 중국 측은 “민간 기관이 운영하던 시설이 민간 조선소로 이동한 것일 뿐”이라며 이번 조치에 대한 정치적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은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이 PMZ 내 활동을 종료했지만, 같은 해역에서 운영 중인 대형 해상 양식 시설인 ‘선란(Shen Lan) 1호’와 ‘선란 2호’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구조물은 단순한 양식 설비를 넘어 장기간 해상 거점을 운용하기 위한 복합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이 PMZ에서 일시적 활동이 아니라 중장기적 해양 활용 전략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한다.
CSIS 위성영상 분석 전문가들은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의 이동이 외교적 긴장 완화에는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지만, 중국이 서해에서 추진해 온 해양 인프라 확장 전략이 근본적으로 중단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수년간 서해 일대에서 해상 구조물과 연구·관리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으며, 이번 조치 역시 전면적인 철수가 아니라 운용 방식의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철수 결정이 외교적 제스처인지, 아니면 중국의 전략적 재배치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는 최소한 해상 분쟁 가능성을 완화하는 긍정적 신호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한·중 양국은 “해양 문제에서 긴밀히 소통하며 이견을 적절히 관리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PMZ에 남아 있는 다른 중국 시설들에 대한 처리 방안은 여전히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결국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의 웨이하이 이전은 한·중 관계의 긴장 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동시에, 중국의 서해 해양 전략이 단순한 후퇴가 아님을 드러내는 복합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서해를 둘러싼 역내 해양 질서의 향방은 현재 남아 있는 구조물들의 운용 방식과 향후 중국의 추가 움직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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