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두 극심한 내부 갈등에 빠졌다. 민주당에선 정청래 대표의 조국혁신당 합당 제안을 둘러싸고 찬반 진영이 충돌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사태 이후 친한계와 당권파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분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정상적인 선거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내홍은 정 대표가 던진 혁신당과의 합당 구상이 촉발했다. 정 대표는 합당을 ‘통합’으로 규정하며 당원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시기와 절차,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반발이 거세다.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친정청래계와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맞붙는 장면이 연출됐고, 합당 논의가 당의 분열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개회식을 마친 후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이언주 최고위원. / 뉴스1
특히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에서는 합당 논의를 중단하거나 최소한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일부 의원은 합당 논의가 국정 뒷받침과 선거 준비보다 당권 경쟁 구도를 먼저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내 친명계 모임에서도 정책 연대나 선거 협력 등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합당부터 꺼내 든 접근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공개적으로 절차적 문제를 언급하며 합당 논쟁에 가세하면서 갈등은 한층 증폭됐다. 김 총리는 통합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논의와 과정이 없을 경우 국정 운영과 여권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발언을 두고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경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시기 정 대표가 추진 중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당헌 개정 역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 제도가 차기 전당대회에 곧바로 적용될 경우 당내 권력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앙위원회 표결 결과는 사실상 정 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 성격을 띠고 있다. 합당 논쟁과 제도 개편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민주당은 지방선거 전략보다 내부 셈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민의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이후 당은 친한계와 당권파 간 대립이 전면화됐다. 제명 결정이 내려진 지 나흘 만에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책임론을 둘러싸고 격한 설전이 오갔고, 당의 분열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한계와 소장파 의원들은 제명 과정의 정당성과 지도부 책임을 따져 물었고, 당권파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도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맞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 뉴스1
장동혁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사퇴 요구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책임 회피라는 비판과 함께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확산했다. 일부 의원은 전 당원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며 정면 승부를 요구했고, 이에 반발하는 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개적으로 장 대표 책임론을 거론하며 압박에 나서자 당내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반면 지도부를 두둔하는 최고위원들과 중진 의원들은 외부 인사들의 공개 비판이 오히려 당의 혼란을 키운다고 반발한다. 서울시장 후보군을 포함한 당내 인사들까지 가세하면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은 계파를 넘어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 정비와 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지도부 리더십과 당권 문제로 소모적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3 지방선거를 향한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여야가 내부 갈등을 얼마나 빨리 수습하느냐가 선거 판세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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