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두바이 쫀득 쿠키'로 불리는 두쫀쿠 열풍이 자본시장으로 확산되며 다층적 테마주 랠리를 촉발했다. 원재료 공급주부터 편의점 PB 확대주, 제빵·유통 인프라주까지 관련 종목들이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디저트·베이커리 유행의 통상적 수명으로 꼽히는 ‘3개월’을 넘길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의 시선은 점차 신중 모드로 이동하고 있다.
SNS를 통해 증폭된 소비 트렌드가 단기간에 주가에 반영되는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이번 두쫀쿠 사례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소비 서사가 얼마나 빠르게 자본시장의 기대 형성 과정으로 편입되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펀더멘털에 기반한 전통적 가치 평가에 트렌드 기대가 결합되며, 가격 발견 속도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가팔라졌다는 평가다.
‘두쫀쿠 수혜주’의 탄생…다채로운 동반 부상
3일 금융권에 따르면, 1월 말 SNS를 중심으로 한 두쫀쿠 콘텐츠 급증은 관련 테마주의 직접적인 기폭제가 됐다. 흥국에프엔비는 충북 음성 공장에서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생산 중이며, 트렌드 확산에 대응해 피스타치오 원물과 카다이프, 마시멜로를 해외 직수입하는 등 공급 확대에 나섰다. 다음 달 대량 입고를 앞두고 있으며, B2B 및 프랜차이즈 채널을 중심으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1월 판매량 1.1톤이 2주 만에 완판됐고, 연간 공급 목표는 75톤이다. 별도의 공시는 없었지만, 기업 설명과 증권사 확인을 통해 관련 내용이 시장에 전해지며 실질적 사업 확대 신호로 해석됐다.
이와 함께 편의점 PB 확대 기대감도 부각됐다. BGF리테일은 CU를 통해 두쫀쿠 콘셉트의 찹쌀떡 상품을 선보였고, GS리테일은 GS25 자체 브랜드와 홈쇼핑 채널 공급 가능성이 거론됐다. 제빵·가공 분야에서는 대량 생산 인프라를 갖춘 SPC삼립과 원재료 공급망을 보유한 대상·대상홀딩스, 쿠키·스낵 제조 역량을 지닌 오리온 등이 테마에 포함됐다. 유통·물류 부문에서는 CJ프레시웨이가, 포장·디스플레이 연관 종목으로는 한국가구가 간접 수혜주로 언급됐다.
흥국에프엔비가 1월 29일 상한가를 기록한 이후 관련 종목들은 동반 상승했으나, 이후 조정 국면에서는 변동성도 함께 확대됐다. 흥국에프엔비 주가는 사흘 만에 약 39% 급등해 장중 2500원선에 근접했지만, 2월 2일에는 2155원으로 조정 마감했다. 다수의 테마주 역시 유사한 급등-조정 흐름을 반복했다.
증권가는 흥국에프엔비의 기존 프랜차이즈 거래 경험과 B2B 중심 공급 구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적 반영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두쫀쿠 트렌드가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 실적 상향 여지가 존재한다”면서도 “3개월 이상 수요가 유지되는지가 분기 실적 가시성의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3개월 천하’의 경계…허니버터칩과 탕후루 전례
과거 사례는 이번 두쫀쿠 열풍의 한계를 가늠할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소비 트렌드와 연계된 주가 급등이 반드시 기업 가치의 지속적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허니버터칩’ 열풍 당시 해태제과를 중심으로 감자, 팜유 등 원재료 공급 관련 기업들이 테마주로 부각됐다. 단기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도 있었지만, 공급 정상화와 함께 소비 열기가 식자 주가는 빠르게 조정을 받았다.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다수 종목은 유행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023년 ‘탕후루’ 열풍 역시 유사한 경로를 밟았다. 과일 유통, 설탕, 포장재 관련 기업들이 수혜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유행이 정점을 지나자 빠른 속도로 조정이 이어졌다. 소비 트렌드의 확산과 자본시장의 반응은 빨랐으나, 실적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전례는 소비 유행의 수명과 기업 가치의 지속성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시장은 모든 테마주를 동일 선상에 놓지는 않는다. 두쫀쿠 관련 종목 가운데 원재료 조달 능력과 생산·공급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은 조정 국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결국 실적 확인이 변동성을 낮추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저성장 환경에서는 단기 서사가 부각되기 쉽다”면서도 “투자자들은 가격이 실적 정보를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균형 잡힌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또한 “단기 테마를 근거로 한 투자 판단에는 구조적 한계와 위험이 존재한다”며 “기업의 내재가치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의사결정은 자본시장 본연의 판단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은 유행 그 자체보다, 그 유행이 기업의 수익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을 평가하는 공간”이라며 “원재료 공급 기반과 제조 역량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 전환 가능성과 트렌드 지속성을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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