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번 맞아보고 죽고 싶다”…젬백스, GV1001 조건부 허가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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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번 맞아보고 죽고 싶다”…젬백스, GV1001 조건부 허가 승부수

이데일리 2026-02-03 08:21: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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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환자들이 회사로 전화를 합니다. ‘약 한 번만 맞아보고 죽으면 안 되냐’고요. 어떤 분은 소동까지 일으켰습니다.”

김상재 젬백스 고문(창업주)이 이데일리와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지완 기자)




김상재 젬백스 고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젬백스(082270)의 계열사인 삼성제약(001360)이 최근 진행성핵상마비(PSP) 치료제 후보물질 GV1001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배경이다.

PSP란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고 평균 생존 기간도 짧은 희귀 신경퇴행성 질환을 말한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치료제가 단 하나도 없다. 진단을 받으면 병의 경과를 되돌릴 방법조차 없어 의료진조차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사실상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만 남는 병이다.

김 고문은 “환자 입장에서 1년 반 뒤에 약이 나온다는 말은 우리에게 ‘30년 뒤에 나온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며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들에게 1년은 10년, 20년과 같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는 지난 21일 김상재 젬백스 고문(창업주) 단독 인터뷰를 통해 GV1001의 PSP 조건부 허가 신청 배경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임상 끝까지 기다리면…그 사이 환자들은 다 떠난다”

젬백스는 당초 임상 3상까지 완료한 뒤 정식 허가를 고려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는 “임상 3상까지 가면 최소 1년 반~2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환자들은 기다리지 못한다”며 “두 번 허가 자료 만드는 등 회사 입장에서도 업무가 훨씬 번거로운 걸 알면서도 조건부 허가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PSP는 증상 발병 후 생존기간을 통상 5~7년으로 본다. 하지만 대부분 진단까지 지연이 흔해 '진단 후 생존'을 더 짧게 보이는 연구도 있다. 일부에선 PSP 진단 후 중앙생존이 약 1.8년으로 발표했다.

젬백스는 과거 췌장암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조건부 허가 관련 절차를 경험했다. 젬백스는 이번 PSP 조건부 허가 신청을 위해 법률 검토는 물론 규제 당국 출신 자문 인력들과의 사전 검토를 거쳤다. 하지만 결정적 이유는 환자들의 절박한 요구였다.

“보라매병원에서 임상에 참여했던 환자들이 ‘약을 더 맞게 해달라’고 합니다. 공급은 제한돼 있고, 회사로는 편지와 메일이 계속 옵니다. 읽다 보면 정말… 눈물 나는 사연이 많습니다.”



◇2년 넘게 진행 멈춘 환자들…“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GV1001의 임상 결과는 의료진들에게도 충격에 가까웠다.

김 고문은 “현재 약을 맞고 있는 환자 중에는 2년이 넘도록 병의 진행이 멈춘 분들이 있다”며 “40점, 50점, 60점대 점수였던 환자들이 2년이 지나도 그대로거나 오히려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PSP는 통상적으로 점수가 60점 수준에 도달하면 2년 내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환자들은 그 시간의 시계가 멈춰버린 것이다.

PSP는 증상이 복잡하고 진행 속도가 빠른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희귀질환이다. 이 병의 중증도와 진행 상태를 객관적인 숫자로 평가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가 바로 진행성핵상마비(PSP-RS, 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Rating Scale)다.

PSP-RS는 총 28개 평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0점(정상)에서 최대 100점(가장 중증)까지 점수가 올라간다. 점수가 높을수록 병이 더 많이 진행됐고 일상생활이 더 크게 제한돼 있다는 의미다.

PSP-RS 환자군에서 PSP-RS 총점은 보통 연간 9~12점(평균 진행 속도는 연 11.3점) 정도 악화하는 것으로 자주 보고된다. PSP-RS 40~49점 구간의 3년 생존율이 41.9%인 반면 4년 생존율은 17.9%로 더 낮아진다. 또 다른 예후 연구에선 PSP-RS가 50점대인 환자에서 앞으로 최소 3년 더 생존할 확률을 약 26%로 계산했다.

그는 “김종민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이지영 서울보라매병원 교수처럼 굉장히 보수적인 분들조차 (GV1001 투약 후) ‘(PSP 환자가) 이렇게 좋아지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라며 “힘들게 걷던 분이 다시 또박또박 걸어 들어오고 말이 어눌하던 분이 또렷하게 말하는 걸 보고 의료진이 더 놀랐다”고 전했다.



◇“치료제 부재…부작용 없고 대체약도 없다”

시장 환경은 GV1001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지구촌 어디에도 시판 중인 PSP 치료제는 없다. 경쟁 약물도 대체 치료 옵션도 없다. 게다가 GV1001은 지금까지 의미 있는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김 고문은 “시장에 약이 없고 독성도 없고 효과까지 있다면 ‘물약이라도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미국과 유럽 쪽에서도 ‘이거 패스트트랙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만큼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데이터 기준으로 PSP 환자는 16개국 합산 약 37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1%만 시장에 진입해도 약 6억달러(8644억원) 규모가 된다. 현재 희귀 신경질환 치료제들의 연간 약가는 1인당 15만~20만달러(2억1610만~2억8814만원)수준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젠의 칼소디는 21만달러(3억원), 아밀릭스는 16만달러(2억3043만원) 선에 이른다.

김 고문은 “GV1001이 3상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낸다면 더 높은 약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조건부 허가 후 환자 위한 길 찾겠다”

문제는 높은 가격으로 인한 접근성이다. 조건부 허가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환자 입장에서는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이다.

그는 “국내외 전역에서 연구자 임상, 추가 임상, 연구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해 환자들이 약을 맞을 수 있는 길을 최대한 열어보려 한다”며 “비싼 약가로 환자들이 전혀 접근 못 하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GV1001을 맞고 2년 넘게 생존하며 병의 진행이 멈춘 환자들에 주목했다.

김 고문은 “PSP는 점수가 곧 사망과 직결된다. 그 점수가 2년 넘게 멈춰 있다는 건, 이미 생존기간이 연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자체로 GV1001의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라고 표현했다.

그는 “김종민 교수가 GV1001에 대해 ‘PSP를 10년을 늦추는 약’이라고 말한 것도 그냥 홍보용 멘트가 아니다"라며 "수십 년 환자를 본 사람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뭔가를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인터뷰 내내 ‘시장’보다 ‘환자’를 먼저 이야기했다. 젬백스의 이번 조건부 허가 신청은 단순히 바이오 기업의 승부수가 아니다. 시간과 싸우는 환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치료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전략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국내에) 살아 있는 2000명 모두 다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약 한번 맞아보고 죽고 싶다’는 말을 듣는데 회사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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