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 접어든 2월이다. 밭이나 들판을 정리하다 보면 이맘때 유독 눈에 띄는 풀이 있다. 땅에 바짝 붙어 잎을 퍼뜨린 모습 때문에 잡초로 오해받기 쉽다. 실제로 봄맞이 정리를 하다 무심코 뽑아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식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함부로 손대지 않는다.
이 식물은 바로 '씀바귀'이다. 씀바귀는 겨울 내내 땅속에서 버티다 흙이 녹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나물이다. 달래와 냉이처럼 봄을 알리는 식물이지만, 쓴맛 탓에 식탁에서는 점점 자취를 감췄다. 그럼에도 예부터 귀하게 여겨졌고, 약재와 식재료로 쓰이며 인삼에 견줄 만큼 값지게 다뤄진 기록도 남아 있다.
쓴맛에서 비롯된 이름, 씀바귀의 정체
씀바귀라는 이름은 뿌리와 잎을 자를 때 나오는 흰 유액에서 비롯됐다. 맛이 유독 쓰다. 지역에 따라 씀바귀, 쓴귀물, 싸랑뿌리, 씸배나물로 불렸고, 한약명에는 산고채, 고채, 황과채 같은 이름이 남아 있다. 모두 '쓸 고(苦)' 자가 들어간다. “씀바귀가 아무리 쓰다 한들 실연의 아픔에 비하랴”라는 속담이 전해질 만큼, 이 쌉쌀한 맛은 씀바귀를 떠올리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씀바귀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전국 산과 들, 길가 풀밭에서 자란다. 추위와 가뭄에 강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버틴다. 경기도와 충청권을 중심으로 노지 재배도 이뤄지고 있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나물
씀바귀는 키가 25~50센티미터 정도 자란다. 잎은 땅에 바짝 붙어 둥글게 퍼지고, 뿌리잎은 길고 좁은 형태다. 꽃은 5~7월에 피며 황색이나 백색을 띤다. 꽃 속 수술이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이라는 점이 고들빼기와 구분되는 기준이다. 고들빼기는 수술이 노란색이고 잎이 조금 더 넓다. 씀바귀의 쓴맛은 이눌린 성분에서 나오는데, 이 성분은 혈당이 빠르게 오르는 것을 막는 데 관여한다.
또한 철분과 엽산이 들어 있어 혈액 생성에 도움을 주고, 봄철 쉽게 느끼는 어지럼이나 기운 저하를 줄이는 데 쓰여 왔다.
쓴맛을 살리는 손질과 조리
씀바귀 요리의 핵심은 맛 조절이다. 뿌리에 흙이 많아 여러 번 씻어야 하고, 거뭇한 부분과 잔털은 제거한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분 정도 데친 뒤 바로 찬물에 헹군다. 더 부드럽게 먹고 싶다면 쌀뜨물에 30분 정도 담가둔다. 씀바귀의 맛을 그대로 즐긴다면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된다.
가장 많이 먹는 방식은 무침이다. 초고추장에 무치면 한결 부드러워지고, 된장 양념을 쓰면 구수함이 살아난다. 양념은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나눠 넣어 간을 맞춘다. 살살 버무리는 것이 풋내를 줄이는 요령이다.
씀바귀는 김치나 겉절이로 담가도 좋고, 된장찌개에 넣어도 어울린다. 장아찌로 만들어 두면 보관도 쉽다. 남은 나물은 키친타월에 싸서 냉장 보관하면 비교적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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