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고양/김민영 기자] ‘스페인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가 진정한 ‘레전드의 품격’을 보여줬다.
산체스는 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6시즌 9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PB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베트남의 응우옌꾸옥응우옌(하나카드)을 상대로 시즌 3연속 우승과 무실세트 우승에 도전했으나, 세트스코어 3-4로 아쉽게 패하며 시즌 세 번째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결승 진출로 산체스는 PBA 투어 사상 최초로 한 시즌 5회 결승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6차 투어부터 이어진 4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과 7·8차 투어에서 거둔 2연속 우승의 기세를 바탕으로 3연속 우승에도 도전했지만, 마지막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결승 초반 흐름은 산체스가 주도했다. 1세트와 2세트를 각각 15:11(6이닝), 15:8(8이닝)로 따내며 우승에 한 발 다가갔다. 그러나 응우옌꾸옥응우옌의 거센 반격에 세트스코어는 3-3 동점까지 이어졌고, 결국 승부는 풀세트 대결로 향했다.
문제의 장면은 마지막 7세트 초반에 나왔다. 선공에 나선 산체스는 1이닝에서 5득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5점째 득점 이후, 산체스는 스스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심판진의 판독 결과, 투터치 파울이 선언되며 해당 득점은 취소됐다.
당시 해설진조차 산체스의 갑작스러운 판독 요청에 의아함을 드러냈고, 현장을 지켜보던 팬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비디오 판독 과정에서 수구의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됐고, 결국 투터치 파울로 인정됐다.
경기 후 산체스는 “예비 스트로크를 하면서 수구와 큐가 상당히 가까웠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큐가 공에 미세하게 닿는 느낌이 있었다”며 “직접 친 당사자가 아니면 알아차리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하필 우승을 가를 7세트 결정적인 순간이었고,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산체스는 즉각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기회를 상대에게 넘겼다.
산체스는 “오늘 밤 마음 편히 자고 싶었을 뿐”이라며 “그 상황으로 이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부분이 당구의 큰 매력이자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 알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밝히는 것도 당구의 일부”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시즌에 다섯 번이나 결승에 올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며 “물론 결승에서 지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값진 시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시즌 산체스의 활약에 팬들 사이에서는 ‘전설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산체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한 번도 떠난 적이 없고, 돌아온 적도 없다. 그저 항상 내 경기를 해왔을 뿐”이라며 “스포츠 특성상 단 한 명만 우승하기 때문에, 우승하지 못하면 잊혔다가 다시 돌아온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재호도, 강동궁도, 사파타도, 블롬달도 우리 모두는 한 번도 당구를 떠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산체스는 이번 시즌 최강자의 자리를 굳히며 월드챔피언십을 향한 기대감도 키웠다.
그는 “특별할 것 없이 하던 대로 준비할 것”이라며 “32명의 최고의 PBA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인 만큼 누구든 우승할 수 있다. 이미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월드챔피언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완벽한 시즌을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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