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부평역 환기구 설치를 둘러싸고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백운공원 일부가 장기간 공사구역으로 통제되는 데다 벌목까지 진행되면서 “사실상 공원을 빼앗겼다”는 불만도 나온다.
GTX-B 노선은 인천 송도(인천대입구)에서 용산·청량리를 거쳐 경기 남양주 마석까지 연결되는 국가철도사업으로, 정부 재정구간(용산~상봉)을 제외한 민자구간 사업비는 4조2894억원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GTX-B 부평역 환기구 공사는 앞서 지난해 12월22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 백운공원 일부 구간에서 착수됐다가, 주민 반발로 일주일 만에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수목 92주가 제거됐고, 6주는 공원 내 재이식된 것으로 파악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시공사 측은 지난달 20일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과 인천광역시, 부평구청 관계자들은 “전체적으로 협의를 거쳐 진행된 사업”이라며 “이 자리는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할 수는 있으나 원상복구나 위치 이전에 대해선 명확히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주민들은 “절차적 하자가 있음에도 당시 공무원이 승인을 해줬다”고 반박하면서 ▲공사 승인 과정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공사 잠정 중단 및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부평역 환기구 위치가 당초 십정3 재개발구역 내 소공원에서 백운공원으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해당 소공원은 인천시가 지난 2019년 정비계획을 변경하면서 폐지돼 공공주택 부지로 전환됐다.
주민들은 백운공원이 환기구 부지로 검토된 경위가 공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인천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시공사는 지난 2023년 8월 실시설계 때부터 공사 위치를 백운공원으로 이전 추진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과 2024년 1월 두 차례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에선 여전히 기존 예정지 기준으로 설명됐으며, 실시계획 승인 이후에도 변경 사실이 고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인천광역시 철도과 관계자는 2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기존 예정지 용도가 토지 이용계획상 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다른 환기구 입지가 필요해 대안 부지로 백운공원을 찾은 것”이라며 “당시 시행사(지티엑스비) 측에서 검토해 국토부가 실시계획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변경 사항에 대해 설명회가 개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주민설명회 개최의 법적 절차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서 이행되는데, 본안 반영 이후엔 설명회를 별도로 개최하지 않고 기후에너지환경부 협의를 거쳐 실시계획 승인 절차로 넘어가도록 돼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GTX-B 공사는 지난해 8월 착공해 72개월간 진행돼, 그동안 백운공원 족구장과 일부 녹지 구간은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며 “중앙부처에서 협의해 실시계획 승인 및 환경부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과의 소통 부재는 인지하고 있다”면서 “국가사업이다 보니 지자체 권한이 제한적이지만, 제기되는 민원을 최대한 국토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시사>는 이날 국토부에도 ▲대체지 검토 관련 자료의 공개 여부 ▲위치 변경 시 주민 생활 영향은 검토됐는지 등을 묻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본안 반영 이후의 추가 주민설명회는 법령상 필수 절차로 규정돼있지는 않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협의 이후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관계 부처의 검토를 거쳐 수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환기구 위치 변경으로 장기간 공원 점용이 불가피해지는 등 생활권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은 만큼, 변경 과정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설명과 검증이 필요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즉 필수 절차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아쉬움도 존재한다.
또 공원 내 환기시설 개구부가 설치될 경우, 어린이에게 위험할 수 있고 기계로 인한 저주파 소음 문제 등으로 공원 기능이 훼손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시민 교통편의를 위한 국가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불편은 불가피하고, 해당 시설이 급기시설(외부 공기를 내부로 공급하는 시설)로 계획돼 환경적 위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사 전면 중단보다는 추가 대책을 전제로 한 협의가 현실적이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 진행한 주민설명회 직후 시공사는 현장에 방음벽·분진망을 설치하는 등 보완 조치에 나섰다. 부평구 공원녹지과도 환기구 지하화와 상부 환기구 면적 최소화, 공사완료 후 공원시설 원상복구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GTX 사업으로 주민 갈등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 동대문구 일대에선 GTX-B·C 노선 ‘청량리 변전소’ 설치를 둘러싼 반대 논란이 지난 2024년 말부터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아파트 단지와 변전소 사이 거리가 환경영향평가 초안엔 36m로 표기됐지만, 실시계획 승인 과정에서 18m로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확산됐다. 전자파·화재 위험 등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은 설치 계획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집회 등을 이어갔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도 “GTX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주민 안전과 맞바꾸는 개발은 있을 수 없다”며 “구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안이 마련될 때까지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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