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줄고 경쟁력 논쟁은 커졌다...‘여대’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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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줄고 경쟁력 논쟁은 커졌다...‘여대’의 미래는

투데이신문 2026-02-02 17:30: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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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자대학교 김명애 총장이 지난해 12월 3일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15일 동덕여자대학교 주차장 입구에 공학반대 래커칠이 되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동덕여자대학교 김명애 총장이 지난해 12월 3일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화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15일 동덕여자대학교 주차장 입구에 공학반대 래커칠이 되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김유현 인턴기자】“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민주동덕 여성교육 지켜내자!”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 문구 일부)

지난해 12월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확산됐다. 대학가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는 이화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 등 다른 여대생들의 연대 대자보와 여성단체들의 잇따른 지지 성명 발표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공론장에 진입했다.

초기 여대는 남성 중심의 고등교육 시스템에서 배제됐던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출발했다. 그러나 2009년 여성의 대학진학율(82.4%)이 남성(81.6%)을 앞지르고 2015년 이후 4년제 대학 학생 수는 줄고 있으나 여학생의 감소폭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여성 네트워크’ 형성, ‘여성 리더십’ 함양, ‘여성 인재’ 양성 등 사회 구조적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돼 왔다.

하지만 여성의 고등교육 접근성이 양적으로 대등한 수준에 이르자 여대의 존재 이유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7개 여대 중 6개가 ‘인서울’에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여대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여기에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첨단산업 인재·취업률 중심 대학평가체제가 여대에 구조적 압박을 가하며 ‘여대 존폐’는 한국 사회 전체가 마주한 질문이 됐다.

여대 “더는 필수 아냐”...생존 전략 묻는 시대

학령인구의 감소 추세는 고등교육 전반에 걸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례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대학교 학령인구(18-21세)는 2022년 210만명에서 2040년 119만명으로 급감하고 2072년에는 85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 등 해외 대학들이 재정난을 등록금 인상으로 해결해 온 것과 달리 국내 대학 등록금은 사실상 2009년부터 약 15년간 동결돼 왔다.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통해 등록금 인상을 간접적으로 규제했던 정부의 기조가 변화하면서 주요 사립대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기 전까지 누적된 재정 압박은 대학 운영 여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에 모든 대학이 학생 유치 경쟁에 내몰린 상황에서 모집 대상을 여성으로 한정해야 하는 여대의 구조적 한계는 더욱 부각된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노현경 교수는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대학 간 학생 유치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학이 구조조정되거나 폐교되는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체제 전반에서 반복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대와 유사한 맥락에서 등장한 미국의 흑인 전통 대학도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조 개편을 선택한 사례가 있다”며 “대학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더 다양한 학생층을 확보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여대가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는 흐름 역시 이러한 구조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 교수는 “과거에는 여성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별도의 제도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교육 접근성 측면에서 여성이 더 이상 소수자 위치에 있지 않다”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여대가 과거만큼 매력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25-34세 여성 고등교육 이수율(77%)은 같은 연령대의 남성(63%)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학생들도 여대의 개편 논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여대 재학생 A씨는 “여대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공간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의 재정 상황과 경쟁력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입학 자원과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여대가 생존 전략으로서 남녀공학 전환을 포함한 구조 개편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재정 위기에 시달리고 주요 평가 지표에서도 뒤처지는 대학이 된다면 학생들이 가장 먼저 그 영향을 체감하게 된다”며 “대학의 이미지와 사회적 평가가 개인의 미래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업을 앞둔 학생의 입장에서 내가 졸업할 대학이 경쟁력 있는 학교로 인식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그런 맥락에서 남녀공학 전환만이 정답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하나의 선택지로서 진지하게 논의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서울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김현경 교수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서울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김현경 교수 ©투데이신문

‘진학률’ 평등으론 부족...“실질적 차별 여전해”

형식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이미 남성을 넘어섰다. 그러나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를 곧바로 성평등의 달성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녀공학의 교육 환경, 졸업 이후 노동시장 진입 과정 그리고 성별 임금 구조까지 함께 살펴보면 여성들이 체감하는 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여대 존폐를 둘러싼 논쟁 역시 ‘실질적 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김현경 교수는 “대학 진학률이 역전됐다고 고등교육에서의 성평등이 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에는 평등한 교육 공간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여대들의 남녀공학 전환이 추진됐지만 2000년대 초 발표된 논문과 연구를 통해 결국 남성 중심적 학교 문화로 귀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2010년대 중반 이후 페미니즘 담론이 대중화되면서 과거에는 큰 저항 없이 이뤄졌던 공학 전환이 학생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대는 여성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학생회장, 동아리 대표, 조별 발표자 모두 여성이 맡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체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고등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결 지점에서 여전히 심각한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보다 낮고 성별 임금 격차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상위권에 속하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교육부가 발표한 ‘2024학년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남성 졸업자의 취업률(71.2%)이 여성(68.2%)보다 높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조사한 성별 임금 격차 역시 남성 1인당 평균임금(9780만원)이 여성 1인당 평균임금(6773만원)보다 높다.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 성별에 따른 불균형이 남아 있다고 여겼다. 여대 재학생 B씨는 “여대의 존재 유무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에는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며 “교육 현장과 사회 전반에서 성별에 따른 불균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대가 유지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여대는 단순히 성별로 구분된 교육기관이 아니라 구조적인 성차별이 잔존해 있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위축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교육 공간”이라며 “교육적으로는 발언과 도전의 기회를 성별 제약없이 제공하고 사회적으로는 여성이 주체적인 공동체 구성원이 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대에 형성돼 있는 여성 중심적 발언 문화와 리더십 경험이 남녀공학으로 전환될 경우 약화될 것”이라며 “전환에 앞서 기존 여대가 지닌 교육적 가치가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존치·폐지 넘어 여대를 ‘재구성’하다

여대를 존폐 이분법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여성의 적극적·공개적 발화에 대한 구조적인 혐오가 한국 사회 기저에 깔려있어 다양한 선택지가 논의될 수 있었음에도 단기간에 여대를 폐지하자는 결론으로 도달했다”고 짚었다. 

이어 “순위로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한 특성이 학교마다 있는데 한국에서는 1·2·3위가 아니면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며 “학교마다 다른 역사와 학풍을 살려 각자에게 맞는 경로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일본 사례를 통해 여대가 단순히 사라지거나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40개가 넘는 일본의 여대들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일본은 전통성을 고수하기보다 여대의 정체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해가면서 유지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후쿠오카여대는 공학 전환 대신 트랜스젠더 여성을 입학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을 논의하는 등 시대에 맞게 정체성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대의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 교수는 “지금의 고등교육은 경쟁에서 뒤처지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며 “여대의 필요성이 입증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여대만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여대가 어떤 학생을 선발하고 어떤 여성상으로 키워낼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여대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특수 프로그램이나 여성 중심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할 수 있다면 여대가 도태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난 9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본부 측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지난 9일 동덕여자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본부 측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대 재편, 학생들과 민주적 합의 전제돼야

학생들·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지점은 여대 존폐 자체가 아니라 그 결정이 내려지는 방식이었다. 유지든 재편이든 해당 논의는 학내 구성원을 배제한 일방적 통보가 아니라 충분한 대화와 민주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동덕·성신여대생들의 반발은 남녀공학 전환 자체보다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에 대한 것”이라며 “핵심은 어떻게 논의하고 결정할 것인가와 그 과정에 누가 참여하는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 역시 이에 공감을 표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상임대표는 동덕여대 사태를 언급하며 “교내 사안은 학생들과 함께 민주적으로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동덕여대는 전환 과정에서 이러한 절차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제3자의 입장에서 여대는 존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히면서도 “만약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여대보다 남녀공학이나 새로운 방향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양 대표는 “중요한 학내 주체인 학생들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는 학내 자치 영역이므로 학생들과 협의하며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최근 사태와 관련해 “사안을 경찰·법원 등 외부 기관을 동원해 법적 절차로 해결하는 방식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여성 교육의 확대와 권리 향상을 위해 설립된 여대가 중장기적 논의 없이 폐지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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