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이노우에 대표 인터뷰…'사고 84년' 맞는 내일 잠수조사 재개
"DNA 감정, 상호 신뢰 속 서둘러야…배상보다 유골 수습 중시하는 韓에 감사"
"유골 수습 통해 한일 화해 이뤄지길…日가해역사 알리는 공원 만드는 게 꿈"
(우베[일본]=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희생자 전원의 유골을 찾아내고 싶어요. 하지만 무리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한국 유족과 한국인들이 생각할 때까지는 조사를 이어갈 겁니다."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水非常)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의 이노우에 요코 대표는 2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宇部)시에 있는 조세이 탄광 추도 광장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조세이 탄광은 우베시에 있는 해저 탄광이다. 1942년 2월 3일 갱도 누수로 시작된 수몰 사고로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183명이 사망했다.
1991년 결성된 새기는 모임은 지금까지 조세이 탄광 사고 실체 규명과 희생자 추모 활동을 벌여 왔다. 이 단체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잠수 조사를 추진했고, 지난해 8월 두개골을 포함한 인골 4점을 해저에서 발견했다.
오는 3일부터 11일까지는 올해 처음으로 유골 수습 조사가 진행된다. 마침 2월 3일은 조세이 탄광 사고 84주년이 되는 날이다.
3일 조사에서는 일본인 잠수사만 참여하고, 이후 6일부터는 핀란드와 태국, 말레이시아 잠수사가 투입된다.
이노우에 대표는 "이미 유골이 있는 곳을 알고 있기 때문에 3일 조사에서도 유골이 발견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세이 탄광은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13일 나라현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도가 한층 높아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양국은 유해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당국 간 실무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노우에 대표는 "DNA 감정은 빨리 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호 간 신뢰"라며 한국과 일본이 기술적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 정부는 DNA 감정 추진에만 합의했고, 유골 수습은 여전히 새기는 모임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노우에 대표는 "기본적으로 조사는 일본 정부가 해야 하고, 일본인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노우에 대표는 지난달 30일 후생노동성 관계자와 지질, 광산, 해양 분야 전문가 5명이 조세이 탄광을 찾았을 당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1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정부가 전화를 걸어와 전문가와 함께 조세이 탄광을 시찰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며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노우에 대표는 그동안 일본 정부가 조세이 탄광 조사에 대한 지원을 거부했던 표면적 이유가 안전상 우려였는데, 그에 대해 새기는 모임 측이 확실히 반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16회 걸쳐 연인원 24명이 잠수 조사를 했고 사고 없이 유골을 수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노우에 대표는 "정부 측도 추도 광장에서는 조세이 탄광이 비극적인 장소라는 것을 느끼고 나름의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며 "정부 측과 추가 현장 시찰 약속은 잡지 않았지만, 정부 내에 태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새기는 모임 등을 대상으로 포상 추진을 계획하는 것과 관련해 거듭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이노우에 대표는 한국 측이 특히 보상과 사죄가 아니라 희생자 유골 수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무척 고맙다며 "한국 정부가 끈질기게 일본 정부와 조율했기 때문에 DNA 공동 감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세이 탄광 유골 수습을 통해 양국이 역사 문제에서 화해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소망도 털어놨다.
이노우에 대표는 "우리는 한국 유족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화해해 왔다고 생각하고, 유골 수습과 추도식 등을 통해 유족들의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어졌다고 느낀다"며 이러한 화해가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차원에서 화해하려면 일본 정부가 성의를 다해야 하고, 하나라도 더 많은 유골을 한국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세이 탄광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같은 공원으로 만들고 싶어요.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평화기념공원에 가서 원자폭탄의 무서움을 배우잖아요. 조세이 탄광을 일본의 전쟁 가해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꿈입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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