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규홍의 리걸마인드] 김건희가 쏘아올린 '법왜곡죄'...도입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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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홍의 리걸마인드] 김건희가 쏘아올린 '법왜곡죄'...도입 문제 없나

아주경제 2026-02-02 17:04: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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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건희 여사가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주가조작 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고 금품수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1년 8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특검은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20억 원과 추징금 약 9억 5,000만 원을 구형했는데, 구형에 한참 못 미치는 판결이 나오자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사법부와 재판장인 우인성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여권에서는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설 연휴 이후 법왜곡죄를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법왜곡죄란
법왜곡죄는 판사, 검사, 경찰 등 법조인이 의도적으로 법령을 잘못 적용하거나 증거·사실관계를 조작해 사건을 왜곡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말한다.

지난해 5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법관, 중재인,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들 목적으로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거나 그 점을 알면서 묵인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검사가 범죄 혐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고의로 부실하게 기소하거나 불기소 처분할 경우, 법관이 조작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아울러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사건 처리를 과도하게 지연시키거나 지연시키도록 지시한 때에도 2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했던 검찰의 선택적 수사 및 기소에 국민적 불신이 계속되면서 법안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고, 박근혜 정부 당시 벌어졌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이 불을 지피면서 본격적으로 도입이 논의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직권남용죄'가 있는데 굳이 만들어질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해당 법안은 판사와 검사에게 적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한계로 인해 도입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그간 법의 해석과 적용은 판사와 검사의 고유한 재량 영역으로 간주되어 명백한 의도가 입증되지 않는 한 처벌받지 않는 치외법권적 성격을 띠어 왔다. 실제로도 직권남용죄로 처벌된 사례가 전무해 법왜곡죄 도입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무혐의로 처분한 검찰, 김 여사 1심에서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내린 우인성 부장판사의 사례를 비롯해, 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 지귀연 부장판사의 사례 등 사회적 눈높이와 맞지 않는 사건들에 대한 법조인들의 판단이 계속 나오면서 판·검사들에게도 죄를 물어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강해졌다.
31일 오후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열린 촛불행동 집회 [사진=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열린 촛불행동 집회 [사진=연합뉴스]
해외에서의 법왜곡죄
법왜곡죄는 이미 독일, 스페인, 러시아, 덴마크, 노르웨이 등 다수의 나라에서 실시 중이다. 가장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국가는 독일로, 독일의 사례는 전 세계 법학계와 입법 과정에서 주요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독일의 법왜곡죄는 법관이나 공직자가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할 때, 법을 왜곡하여 당사자를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만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독일은 지난 2023년, 코로나19 마스크 착용 의무화 판결에서 특정 정치적 선입견을 가지고 증거를 조작·편향 인용한 판사에 대해 법왜곡죄를 적용해 처벌을 내린 바 있다.

스페인 역시 법관이 고의로 불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며, 고의뿐 아니라 중과실에 의한 왜곡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등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별도의 법 왜곡죄는 없지만 독자적인 법을 통해 판사, 검사들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증거를 조작하거나 증인을 협박하는 등 재판 과정 자체를 방해할 때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죄를 적용하고, 타인의 헌법적 권리를 방해할 경우 직권 남용(Abuse of Power)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연방 판사가 중대한 범죄나 부적절한 행위를 저지른 경우 의회 차원에서 탄핵(Impeachment)이 가능하다.

영국 역시 별도의 법왜곡죄는 없지만 판사나 검사가 의도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법을 어겼을 때는 '공직 수행 중 위법행위'(Misconduct in Public Office)법안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검사의 기소 판단이 잘못되었을 경우 시민이 직접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사법 심사(Judicial Review)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어 검찰의 기소 남용을 견제할 수 있다.
도입 문제 없나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왜곡죄에 대해 국민의힘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판결이나 기소 결과가 정치적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사와 판사를 수사하게 되면, 소신 있는 수사와 재판이 불가능해진다며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무엇이 '왜곡'인지 개념이 모호하고 왜곡의 기준이 주관적일 수 있기에 정부 여당이 반대파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재판에 불복하는 당사자들이 판사나 검사를 법왜곡죄로 고소하는 사례가 폭주해 사법 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 되고 있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서도 법안 도입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어떤 경우가 조작이고 왜곡에 해당하는 것인지 이런게 실제 규제가 가능한 건지 의문스럽다"며 "법왜곡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미지수다. 선이 쉽게 그어 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자로 재듯이 어디서 어디까지가 왜곡이다 판단 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을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 1심 판결이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이렇게 법왜곡죄를 통해 사법부를 단죄 하겠다는 것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봉정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세종로)는 "냉정하게 판단해서 실효성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법왜곡죄를 통해 법조인들이 기소되고 재판을 통해 전과자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법이 생김으로써 법조인들이 조심을 하게 되는 예방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왜곡죄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검찰개혁에 있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더 나아가서는 배심원제 도입을 위한 역할도 일정 부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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