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 주식 등의 가격 상승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집값 하락을 유도하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개입 촉구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현저히 적음에도 '부동산은 오른다'는 절대적 믿음에 힘입어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정받아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공급에 비해 많은 수요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최대 요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믿음을 흔들만한 강력한 정책이 수반된다면 부동산에 몰린 막대한 자금을 분산시켜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금 485%, 삼전 317%, SK하이닉스 1500% 오를 때 서울 집값 상승률은 141% 기록
한국거래소,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이른바 인기 투자 자산으로 여겨지는 금, 주식(우량주), 부동산 등의 시세는 지난 10년 간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다만 상승률에선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우선 금의 경우 1돈(3.75g) 당 시세는 지난 2017년 초 17만3000원대였으나 지금(29일 기준)은 101만1787원까지 치솟았다. 무려 485%에 달하는 상승률이다.
주식, 그 중에서도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우량주 시세 역시 최근 10년 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일례로 '국민주' 수식어로 유명한 삼성전자 주가는 2017년 1월 190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50대1의 액면분할 이전 시기인 점을 감안해 지금의 발행주식수로 환산하면 약 4만원 안팎 수준이다. 약 10년 여가 흐른 현재(29일 종가) 삼성전자 주가는 16만700원에 달한다. 그 사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긴 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약 317%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인 셈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하이닉스의 주가 상승률은 경이로운 수준에 가깝다. 2017년 1월 불과 5만1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현재 85만5000으로 폭등했다. 최근 2년 사이 급등하긴 했지만 어찌됐든 10년 상승률로 따지면 1500%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손꼽히는 현대자동차 주가도 적지 않은 오름폭을 보였다. 2017년 1월 15만원 안팎에 머물던 주가는 현재(29일 종가) 52만8000원까지 상승했다. 상승률은 252%다.
같은 기간 집값도 오름세를 보이긴 했다. 다만 상승률만 놓고 봤을 땐 금이나 주식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전국에서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서울 집값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7년 1월 기준 서울 아파트(30평형대) 평균 시세(실거래가)는 6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이후 문재인정부가 추진한 고강도 부동산 규제의 부작용으로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집값도 빠른 상승세를 보였는데 상승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처음으로 아파트 평균 시세가 15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10년 간 상승률은 약 141%로 추산됐다.
상승률만 놓고 봤을 땐 금이나 우량주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음에도 우리 국민들의 부동산 투자 선호도는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유독 높은 편이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보고서'와 통계청 발표 등에 따르면 한국 부자의 자산관리 관심사 1위는 '국내 부동산 투자'(37.3%)였고 이어 '국내 금융 투자'(37.0%), '실물(금·보석) 투자'(33.3%) 등의 순이었다. 선호도는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져 한국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비중은 60~70% 수준에 달했다. 미국(32%), 일본(36.4%), 영국(51.6%)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부동산 쏠림의 원인으론 부동산 투자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경험적 믿음, 투자 기간 동안 활용 가능한 부분, 금융 시장에 대한 불신 등이 지목됐다. 이 중에서도 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론 '부동산 불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안정성'이 꼽혔다. 농경사회를 거쳐 고도성장 시기를 거친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이전에 부동산시장이 더욱 먼저 활성화됐고 그 결과 사회 전반에 걸쳐 부동산을 가장 확실한 자산 증식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이 고착화됐다. 국민 뇌리 속에 깊이 박힌 인식이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면서 '부동산=불패'라는 공식이 생겨났고 동시에 부동산 쏠림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 주택 보급률 93.9%, 주택 소유율 48.1%…"불패 믿음 깨지면 투자 수요 줄어들 것"
일부 전문가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문제의 해법도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부동산 보다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 즐비한 만큼 정부 부동산 정책 역시 시세 상승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인 '불패 믿음'을 깨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자 수요가 부동산에서 금, 주식 등으로 한 번 옮겨가기 시작하면 그 후에는 가속도가 붙어 지금처럼 공급과 수요의 심각한 불균형에 의해 생겨난 집값 폭등 문제 또한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연구원,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말 기준 서울의 주택 수는 약 390만호 수준이며 가구수는 약 410만 가구다. 단순히 주택 수 대비 가구 수만 놓고 보면 주택 보급률은 93.9% 수준이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2024년 11월 기준 서울 거주자의 주택 소유율은 48.1%에 불과하다. 1채 이상의 집을 소유한 다주택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한 사람의 여러 채의 집에서 거주할 수 없는 만큼 실제 거주하는 집을 제외한 나머지는 결국 투자 목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주변에 아파트 호실을 여러 채 가진 분들을 보면 대부분 부동산만한 투자가 없다는 강력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주식, 금 등과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부동산은 일단 사놓으면 무조건 오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정부 정책에 의해 부동산 불패 믿음이 사라지는 계기가 생겨난다면 부동산 과열 현상도 어느 정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IMF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시절에도 한 번 집값이 꺾이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니 이후에는 더욱 무서운 속도로 하락한 적 있다"고 설명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서울의 주택 소유율이 50%가 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상승하는 하는 이유는 다주택자들의 집값 추가 상승 기대감이 매물을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며 "정부가 부동산으로는 더 이상 초과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정책적으로 보여준다면 투자 수요는 빠르게 금융 자산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기형적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더욱더 정교한 세제 개편이 수반돼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