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마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에 케빈 워시 전 이사가 지명되면서 한국의 통화정책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실제 취임은 5월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매파적 성향으로 알려진 ‘워시 체제’의 정책 방향을 선반영하고 있다.
달러 약세 흐름 속에 143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그의 지명 직후 1450원대로 급등했다. 환율 변동성은 향후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워시 체제 출범을 앞두고 한국은행에 대한 환율·물가·금리의 3중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 공식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워시 전 이사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케빈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함을 기쁜 마음으로 발표한다”며 “나는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며 그가 위대한 연준 의장 중 한 명, 아마 최고의 연준 의장이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오는 5월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임기 만료 후 공식 취임하는 워시 지명자는 ‘매파적 인물’로 알려졌다. 연준 이사 시절 양적완화에 비판적이었고,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와 시장 개입 최소화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워시 지명자 취임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가 과거에는 매파적 주장을 펼쳤지만, 그간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인 만큼 시장 예상과 다른 통화정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시 지명자의 성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명 소식 이후 달러 강세와 함께 환율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 불똥은 한국으로도 튀었다. 미국의 관세 위협에 따른 약달러 현상에 1430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2일 1460원에 육박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물가 상승 압력 재부상
워시 지명과 이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는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압박한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다. 워시 체제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하더라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기조가 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보유 자산을 줄여 시중 달러 유동성을 회수하면 강달러 압력은 커진다. 이는 원화 약세로 연결돼 외환시장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 한은은 경기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 운용이 한층 더 어려워진다.
김경훈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귀금속과 비트코인, 달러 등 주요 자산 가격의 움직임에는 연준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종료 국면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반영되고 있다”며 “워시 지명 이후 시장이 우려하는 긴축 스탠스로 실제 정책이 급격히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통화정책 운영 방식에 대한 불확실성 자체가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도 문제다. 통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자재와 소비재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은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지난해 말 1480원대 고환율의 영향은 이달 이후 물가 지표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물가 상승률 2%를 목표로 하는 한은은, 워시 지명에 따른 환율 변동성과 물가 상승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은, 불확실성에 고민 깊어진다…복잡해진 금리 셈법
‘금리’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연준은 워시 지명자가 취임한 이후인 오는 6월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한은은 경기 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워시 체제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와 양적긴축을 병행할 경우, 달러 강세와 환율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시 지명 이후 한국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원달러 환율 안정 흐름은 끝나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은 국내 증시로도 확산됐다. 2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2% 안팎 하락하며 출발했다. 특히 연일 상승세를 이어오던 코스피는 하락하며 장중 5000선이 무너졌다.
가장 큰 문제는 워시 체제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다. 매파적 기조로 알려진 워시 지명자와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 간의 입장 차는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박성우 DB증권 애널리스트는 “워시 지명자는 인플레이션과 국채시장 안정을 위해 기본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중시할 가능성이 큰 반면, 트럼프 정부는 국채시장 불안 시 연준의 국채 매입을 선호한다”며 “이 같은 입장 차이는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 수장 교체기를 앞두고 강달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한국은행은 금리, 환율, 물가라는 세 개의 제약을 동시에 안게 됐다. 워시 변수로 촉발된 글로벌 통화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한은은 경기 대응보다 금융 안정과 물가 관리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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