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장애 근로자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이 전체 장애 직장인의 0.4%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도입된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가 오히려 장애인의 육아휴직 사용을 제약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장애인 근로자 육아휴직 현황 및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장애인 육아휴직 사용 인원은 2024년 975명으로 전체 장애인 근로자(23만9173명)의 0.40%에 그쳤다.
장애인 육아휴직 사용 연인원은 2022년 952명(0.43%), 2023년 939명(0.41%)으로 전체 장애인 근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육아휴직 평균 사용기간도 일반 근로자와 비교해 짧았다. 전체 근로자의 평균 육아휴직 사용기간은 8.8개월이었지만 장애인은 7.7개월이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전체 평균 9.4개월인 것에 비해 장애여성은 평균 8.4개월로 격차가 뚜렷했다. 남성은 전체 인구 7.6개월, 장애인 7.4개월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더해 육아휴직을 2회 이상 사용하는 비율 역시 전체 근로자는 18.9%인 반면, 장애인은 2024년 기준 8.1%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장애인 근로자의 83.8%(802명)가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300인 미만 기업에서는 16.2%(155명)의 비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대기업 근로환경에서 장애인 육아휴직 사용이 용이하며 장애인 근로자의 사업체 규모에 따른 육아휴직 접근성 격차가 구조적으로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장애인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활용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의 문제점을 꼽았다.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는 정부가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률(민간 3.1%, 공공 3.8%)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에게 부담금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연구진은 장애인 고용 확대를 목적으로 시행 중인 제도가 오히려 장애인의 육아휴직 사용을 제약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고 봤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많을수록 해당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낮아져 부담금 납부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는 육아휴직자가 ‘상시근로자’ 산정에서 제외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장애인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실제 고용관계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상 고용인원에서 제외돼 기업은 실질적으로 장애인을 고용 중임에도 고용의무 미달로 간주되어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육아휴직 부담금 부과는 결과적으로 사업주의 장애인 고용 및 고용유지 동기를 약화시킴으로 장애인고용부담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또한 장애인 육아휴직 사용은 기업에 불리하다는 왜곡된 인식이 사회에 확산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장애인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장애인 근로자의 권리보장 차원에서 감면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유지와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재정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일정 범위 내에서 부담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4년에는 장애인 근로자가 마음 편하게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 근로자의 육아휴직에 돌입할 경우 사업주의 고용부담금 납부 의무를 완화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에는 현재 육아휴직 중인 장애인 노동자가 있을 경우 사업주의 고용부담금을 감면하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정부 역시 법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입법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육아휴직 제도와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 간의 충돌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정책 충돌 해소를 위해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을 올해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앞서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지원 방안을 통해 장애인 근로자 육아휴직 확산을 위해 부담금 감면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행 고용부담금 제도가 장애인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오히려 사실상 제약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입법 지원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며 “법 통과 시점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연내 최대한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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