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제432차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나온 우원식 국회의장의 연설은 정치권 메시지에 그치지 않았다. 공정거래·플랫폼 규제·산업안전·AI 전환·지방 산업 정책까지, 산업계 전반의 경영 환경을 흔들 수 있는 입법 방향을 한꺼번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에는 ‘중장기 구조 변화’ 신호로 읽힌다.
가장 직접적인 파장은 대기업과 플랫폼 기업이다. 우 의장은 연설에서 중소기업·가맹점·하청·플랫폼 입점 업체들이 여전히 “거래 조건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가맹사업법 개정, 납품단가 연동제, 하도급 지급보증 확대, 기술 탈취 관련 증거개시 제도 도입이 이뤄졌지만, 적용 속도가 더뎌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문제의식도 분명히 했다.
이는 대기업 입장에서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다. 납품 단가, 에너지 비용 반영, 협동조합을 통한 집단 교섭 등 거래 구조 전반이 재설계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특히 심사 중인 중소기업 협동조합법이 통과될 경우, 대기업은 개별 협상에서 벗어나 집단 단위의 가격·조건 협의에 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유통·제조·플랫폼 전반에서 원가 구조와 계약 관행의 재검토가 불가피해진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메시지는 더 직접적이다. 우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자 사망 은폐 의혹을 언급하며 특정 기업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어떤 기업이든 한국에서 영업하는 이상 우리 법을 준수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발언은 플랫폼의 ‘자율 규범’이나 사후 보상 중심 대응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 보호, 개인정보, 노동 안전을 묶은 포괄 규제가 뒤따를 경우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산업안전 분야도 기업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산재 사망의 상당수가 50인 미만 사업장과 하청 구조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은 중대재해처벌법 집행 강화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수사기관 전문성 확보, 양형 기준 정비, 산재보험 선보상 제도 도입까지 언급되면서 건설·조선·제조업 전반에서 안전 투자와 책임 구조 재편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비용 문제를 넘어, 원·하청 관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AI 산업에 대해서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제시됐다. 세계 최초 AI 기본법 시행을 경쟁력 확보의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AI 확산이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국민 인식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진흥을 넘어, 고용·노동·보험 제도까지 포함한 ‘AI 전환 비용’을 기업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방향성으로 읽힌다. 특히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 영역에서 사회보험 확대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IT·콘텐츠·물류 기업들의 인건비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방 산업 정책 역시 기업 전략에 영향을 준다.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지역 본사 설립, 지역 재투자 기금, 차등·공동 법인세 구상은 아직 제안 단계지만, 제도화될 경우 대기업의 투자·입지 전략에 직접적인 변수가 된다. 지방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지역 발전에 환원하자는 언급도 에너지·제조 기업의 지역 연계 사업 확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속도’다. 우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 차례 “입법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더 이상 지연할 수 없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이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일부 쟁점 법안들이 전격전으로 처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정거래·플랫폼·안전·노동·AI 관련 법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논의될 경우, 기업들은 개별 법안 대응이 아니라 경영 전략 전반을 재점검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연설이 산업계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성장 자체보다 ‘어떤 방식의 성장인가’, 기술 혁신보다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분담하는가’가 정책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이제 규제 리스크가 아닌, 구조 변화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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