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손녀를 돌보는 일이 할아버지·할머니의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봄의 빈도나 활동 종류보다, 돌봄에 ‘참여한다는 경험 자체’가 인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Tilburg University 연구진은 영국 노화 종단 연구(ELSA)에 참여한 조부모 약 1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손자녀 돌봄에 참여한 조부모가 그렇지 않은 조부모보다 기억력과 언어 유창성 등 인지기능 지표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리학회(APA) 학술지 Psychology and Ag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와 인지기능 검사를 실시했다. 분석 대상은 손자녀 돌봄 경험이 있는 조부모 2천887명과 돌봄 경험이 없는 7천395명이다. 인지기능 평가는 언어 유창성 검사와 단어 회상 테스트 등을 통해 이뤄졌다.
그 결과, 손자녀를 돌본 조부모는 돌보지 않은 조부모에 비해 기억력과 언어 유창성 점수가 모두 높았다. 이러한 차이는 나이, 건강 상태, 교육 수준, 결혼 여부, 자녀·손주 수 등 다양한 요인을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특히 돌봄 횟수나 활동 유형과는 무관하게 나타났다는 점이 특징이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관찰됐다. 할머니의 경우 손자녀를 돌본 집단에서 연구 기간 동안 인지기능 저하 폭이 더 작았지만,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돌봄 여부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 속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플라비아 체레체슈 연구원은 “손자녀를 얼마나 자주 돌봤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보다 손자녀 돌봄에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조부모의 인지기능에 더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며 “돌봄이 주는 사회적 역할감과 정서적 자극이 인지 건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만 이번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손자녀 돌봄이 노년층 인지 건강 증진을 위한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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