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위를 가르는 한 바퀴 7.8초.
눈 깜빡할 사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19세 신성’이 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막내’ 임종언(고양시청)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금빛 스퍼트를 정조준한다.
임종언의 등장은 말 그대로 혜성이었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름값 높은 선배들을 차례로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하며 단숨에 태극마크를 거머쥐었다. 고교생 신분으로 정상에 선 그는 곧바로 시니어 국제무대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2025-2026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데뷔전부터 2관왕에 오르더니 4개 대회 동안 개인전과 계주를 합쳐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쓸어 담았다.
1천500m, 1천m, 계주까지 종목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에이스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강점은 스피드와 침착함이다.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기보다는 힘을 아끼며 흐르듯 가속하는 스타일. 작은 체구에도 레이스 운영 능력과 강심장은 이미 대표팀 내에서 정평이 났다.
하지만 성장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훈련 중 스케이트 날에 허벅지를 크게 다쳤고, 중학교 2학년 때는 정강이뼈 골절로 수술대에 올랐다.
핀 제거 후 심한 염증까지 겹치며 한동안 얼음판에 서지 못했다. 포기를 고민할 법한 시간이었지만, 그는 다시 스케이트 끈을 묶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며 품었던 ‘국가대표의 꿈’이 그를 붙들었다.
이제 시선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로 향한다. 임종언은 지난달 30일 선수단과 함께 이탈리아로 출국하며 “긴장이 돼 잠을 설쳤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첫 올림픽이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준비는 치밀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이 내 스타일을 많이 분석했을 것 같아 최근 두 달간 새로운 패턴을 연습했다.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최대 경쟁자는 ‘세계 최강’ 윌리엄 단지누(캐나다). 장신에 파워가 뛰어난 상대지만, 임종언은 스피드와 코너 플레이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다.
1천m와 1천500m는 물론, 대회 첫 메달이 걸린 2천m 혼성계주까지 출격한다.
수많은 부상과 두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난 19세. 이제 세계 무대에서 그의 스케이트 날이 한 번 더 얼음을 가른다.
그리고 그 끝에, 가장 먼저 번쩍이는 금빛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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