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벅스 DT(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주문하고 있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나 일부 매장에서는 주문을 받는 목소리의 주체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다.
매장 내부 계산대 뒤에서는 바리스타들이 가상 개인 비서를 통해 음료 레시피를 확인하고 근무 일정을 관리한다.
매장 뒤편에서는 재고 수량을 일일이 세는 고된 작업을 자동 스캔 도구가 맡고 있다. 이는 소매업 현장에서 가장 번거로운 업무 중 하나로, 회사가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온 품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신기술 도입은 최근 수년간 매출 부진에 시달려온 55년 역사의 커피 기업 스타벅스가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해 온 수억 달러 규모의 전략의 일부다.
이 같은 노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도 보인다.
스타벅스는 지난주 미국 내 기존 매장의 매출이 2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스타벅스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최대이자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수익성을 훼손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 속에 회사 주가는 5% 하락했다. 이번 투자에는 인력 확충을 위한 5억달러(약 7289억원)도 포함돼 있다.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니콜은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면 이러한 문제 역시 결국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향후 3년간 20억달러(2조9150억원)의 비용 절감을 약속한 상황에서, 매출 회복이 실제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니콜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변화는 결국 맞물려 작동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올바른 계획을 갖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니콜은 2024년, 스타벅스가 여러 압박에 직면한 시점에 회사에 합류했다.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고객들의 반발이 커졌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었다. 여기에 임금과 복지 문제를 둘러싼 노조 결성 바리스타들과의 갈등, 이스라엘-가자 전쟁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며 불매 움직임도 이어졌다.
당시 52세였던 니콜은 패스트캐주얼 멕시코 음식 체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실적을 반전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그는 취임 직후 가격 인상 중단을 선언하고 메뉴를 단순화했으며, 바리스타들이 주문을 4분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스타벅스는 이와 함께 수천 명에 달하는 본사 인력을 감축하고,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정리했다. 또 중국 사업에서 상당한 지분을 매각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이자 오하이오주 마이애미대학교 출신인 니콜은 스타벅스의 위기를 숫자와 효율성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는 회사가 재무 지표와 평균치에 지나치게 매달리면서, 지역 사회의 커피하우스라는 본래의 정체성에서 멀어졌다고 진단한다.
니콜은 "우리는 효율성과 기술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경험과 고객, 그리고 연결이라는 핵심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평균적인 사업이 아니라, 매장 하나하나가 쌓여 만들어지는 커피숍 비즈니스입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직원들에게 고객의 이름을 컵에 직접 손으로 쓰는 방식을 재개하는 방안도 나왔다.
스타벅스는 또 안락의자와 새 페인트, 도자기 머그잔을 들여놓는 등 매장 환경 개선에도 나섰다. 이는 매장당 15만달러(약 2억1855만원)를 투입하는 이른바 '업리프트(uplift·매장 환경 개선 사업)' 계획의 일환으로, 완료까지 약 4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보다 강경한 운영 방침도 병행됐다. 직원 복장 규정을 강화하고, 구매 없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칙이 도입됐다.
개인적 접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영진의 메시지와 동시에 인공지능(AI) 도입을 추진하는 모습은 다소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니콜은 두 방향 사이에 큰 충돌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경험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고객의 기분에 맞춰 음료를 추천하는 인공지능 기반 챗봇을 시험 운영하고 있으며,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주문 예약 기능도 도입하고 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는 주문 처리 시스템을 자동화해 직원들이 환대 서비스나 음료 제조에 더 집중하도록 하는 방안도 시험 중이다.
최근 열린 스타벅스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니콜은 사업이 분명한 탄력을 받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확장 구상을 제시하며, 향후 수년 내 전 세계 매장 수를 현재의 거의 두 배 수준인 약 4만 곳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니콜은 "상황이 실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수익성에 대한 분석가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회사는 지난해와 달리 가격 인상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니콜은 이에 대해 "가격 인상은 내가 가장 마지막에 쓰고 싶은 수단"이라며 "불가피할 경우에도 인상 폭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최근 몇 년간 급등했던 커피 원두 가격도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거시적 환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몇 달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커피를 관세 대상 품목에서 제외하면서 지난해 상승했던 비용 부담도 일부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를 향한 소셜미디어상의 불매 기류는 최근 들어 다소 누그러졌지만, 노조와의 갈등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노조 측은 니콜 CEO가 단체협약 협상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니콜의 원격 근무 관행과 전용기 이용, 보수 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니콜은 2024년에 9700만달러(약 1414억원), 지난해에는 3000만달러(약 437억원)의 보상 패키지를 받았다. 이는 스타벅스 평균 직원 연봉인 약1만7300달러(약 2520만원)와 큰 격차다.
니콜은 이에 대해 "대화에는 매우 열린 입장"이라고 말하면서도 노사 합의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합의에 이르고 싶다"고 했다.
"실행 가능하고 지속될 수 있는 합의여야 합니다."
니콜은 비용 절감을 추진하면서도 인력에 대한 투자는 뒤로 물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스타벅스의 경쟁력이 커피 그 자체보다 매장이라는 공간에 있다고 보고 있다.
니콜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여덟 살 어린아이든 여든 살 노인이든, '제3의 공간'은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어요. 모두가 안전하고 환영받으며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면,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그 해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타벅스 '카공족' 제재 후 무엇이 달라졌나?
- 스타벅스부터 옷 색깔까지...한국에서 '정치적 중립'이란?
- 북미 스타벅스, '주문 안 할거면 나가라'
- 스타벅스가 베트남을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