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기율위 아닌 국방부 전광석화 숙청 발표로 '권력 암투설' 고개
시진핑의 2027년 대만 무력통일 전략 이견 관측…장유샤 반기 들었나
인민해방군 기관지, 사설로 정치 재교육 '정치 정훈(整訓)' 강조 주목
장유샤·류전리에 반역죄 적용 가능성…인민해방군에 시진핑 장악력 확대할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장유샤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연합참모부 참모장) 숙청 이후 중국 행로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고위직 숙청이 다반사이지만 '권력이 총구에서 나온다'는 중국에서, 장유샤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빼면 인민해방군 실질적 지휘탑이고 류전리는 한국의 합참의장 격으로 군을 총괄해온 직책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중국 국방부가 숙청을 전격 발표한 이후, 중국 당국은 암중모색 행보다.
이런 가운데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를 통해 '군심(軍心)',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당심(黨心)'이 종종 불거져 나오고, 이를 인용한 중화권 매체들에서 중국 권력 내부의 속사정이 조금씩 읽히고 있다.
◇ 베일에 가려진 장유샤·류전리 전광석화 숙청 과정
통상 공산당 당적을 가진 고위직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려면 당의 조사가 선행된다.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가 나서 구금 상태에서 조사한 뒤 혐의를 확인하면 쌍개(雙開·당적과 공직 박탈) 처분과 함께 검찰에 넘겨 조사 후 기소토록 한다. 이 시점에서 중국 고위직의 비리 혐의가 공개된다.
그러나 장유샤·류전리 상황은 이와 달랐다. 중앙기율위·국가감찰위가 아닌 국방부가 나서 숙청 사실을 공개했으며, 이 때문에 그 이전의 체포 상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장유샤·류전리 체포·숙청과 관련해 권력 암투설이 제기된 직접적인 배경이다.
두 인물이 어떻게 체포됐는지는 중국 당국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을 철통 봉쇄하는 가운데 '숨바꼭질 소문'만 무성하다.
장유샤가 지난달 17일 베이징 하이뎬구 소재 인민해방군 전용 호텔인 징시빈관(京西賓館)에서 군 병력이 아닌 공안 경찰들에게 체포됐다는 설(說)에서 지난달 19일 장유샤가 경호원 4명만 대동한 상태에서 매복 공격을 받아 붙잡혔다는 이야기까지 들리지만, 공식 확인된 것은 없다.
이런 가운데 장유샤가 작년 11월 러시아 방문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류전리를 만나 승진을 거론하면서 '회유'했다는 설도 돈다. 류전리를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시키고 장유샤를 제거하려 했으나, 류전리가 강력하게 거부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 주석과 동행했던 차이치 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류전리가 격한 다툼을 벌였다는 것이다.
실제 장유샤는 작년 11월 러시아를 방문해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담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같은 달 20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해 장유샤·류전리 제거를 위한 작업이 수개월간 초읽기에 들어갔다가 지난달 전격적인 체포 조치가 있었고, 두 인물에 대한 숙청 발표를 당 중앙기율위·국가감찰위가 아닌 국방부가 나서게 됐다는 추론도 나온다.
한편, 중국 국방부의 장유샤·류전리 숙청 발표 이후 며칠간 소셜미디어 위챗 등에 베이징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군용 차량 행렬이 목격됐고 각종 차량의 고속도로 운행을 차단한다는 알림판 등의 내용이 게재됐으나 곧바로 삭제 조치 됐다고 한다.
◇ '시진핑 1인 체제' 속 장유샤·류전리 숙청 왜 필요했나
사실 장유샤는 당 중앙군사위 수석 부주석으로서 인민해방군 최고사령관인 시진핑에 이은 '군 2인자'라는 점보다는, 시 주석의 인민해방군 장악을 뒷받침해온 대부 격이라는 점에서 그의 숙청이 갖는 파장이 지대하다는 평가다.
장유샤는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과 혁명 전우였던 장쭝셴(張宗遜)의 자제로, 말 그대로 '훙얼다이(紅二代)' 출신이다. 시 주석보다 3살 위인 장유샤는 중국-베트남전 참전 경험도 있고, 인민해방군에서 잔뼈가 굵은 야전 군인으로서, 시 주석의 '무력'을 떠받쳐왔던 인물이다.
2012년 11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당 중앙군사위 주석을 승계한 시진핑은 장유샤를 통해 인민해방군을 장악하고 전면적인 군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시진핑은 2016년 2월 장유샤의 전면적인 지원을 받아 인민해방군을 7대 군구(軍區)에서 5대 전구(戰區)로 개편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재편이 아니라 육군 중심 방어체계에서 육·해·공군, 로켓군 4개군의 합동 작전이 가능한 현대적 공격형 군대로 전환한 대대적 조치였다. 무엇보다 인적 쇄신이 대거 이뤄졌다는 점에서 인민해방군 내 반발이 컸으나, 장유샤를 통해 이를 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22년 10월 20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주도로 당 중앙군사위 7인 체제가 구축됐으며, 나머지 5인 임명과 관련해 인민해방군 내 장유샤 인맥이 대거 등용됐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3기 집권 이후 장유샤의 인맥이 산재한 로켓군에 대한 고위직 숙청이 지속해온 데다 당 중앙군사위 주요 인물들이 가차 없이 사라진 과정에 주목한다.
리상푸 전 국방부장(2023년), 먀오화 중앙군사위원(2024년), 허웨이둥 부주석(2025년)이 부패 혐의로 낙마했고 장유샤·류전리가 사라짐으로써 중앙군사위에는 시 주석과 장성민 중앙군사위원(지난해 부주석 승진) 둘만 남은 상황이다.
적어도 시진핑 3기 집권 이후 장유샤와의 관계에 이상이 생겼고, 악화해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 시진핑 '2027년 대만 무력 통일 전략' 갈등이 숙청 원인 가능성
이런 가운데 대만 매체를 중심으로 장유샤가 시 주석이 주창해온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2027년)의 대만 무력 통일 목표 전략에 반기를 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무력 통일 목표 전략을 바탕으로 시 주석은 내년 말 제21차 당대회에서 '4기 집권'을 무난하게 달성하는 장기 독재를 염두에 뒀으나, 장유샤 등이 반기를 들면서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시 주석이 깃발을 들고 나아갈 중국 군사 전략 방향과 관련한 근본적인 의견 차이를 드러낸 것으로, 거중 조정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장유샤는 물론 앞서 숙청된 리상푸·허웨이둥은 1979년 중국-베트남전쟁 참전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에서 베트남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전해왔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쟁 초기 이후 베트남군에 시종일관 고전해 인민해방군의 무력함을 고스란히 드러낸 전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장유샤·리상푸·허웨이둥 이외에 류전리 역시 최근 몇 년 새 시 주석의 대만 공세 드라이브를 경계해왔으며, 이런 상황이 이들의 갈등·대립으로 격화했다는 추론이 나온다.
시 주석을 추종하는 인민해방군 내 무(無)참전 신진 세력은 대만 무력 통일 드라이브를 하는 데 대해, 장유샤 등이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하다가 결국 숙청됐다는 것이다.
실제 2024년 1월 미국 정보당국은 중국 서부의 대규모 미사일 사일로 단지에서 연료 대신 물이 채워졌는가 하면 미사일 자체가 발사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돼 대규모 숙청이 있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인민해방군의 전쟁 수행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부족하다는 것으로, 장유샤 등은 이를 근거로 2027년 대만 무력 통일 목표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사회는 무엇보다 리상푸·먀오화·허웨이둥 3인에 대해 부패 혐의가 적용된 상황에서, 장유샤·류전리에 대해 부패 혐의 이외에 그 이상의 '중범죄' 혐의가 거론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반역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5대전구로 운영되는 인민해방군에 '예산 자율성'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부패 혐의 적용은 부패 단죄도 될 수 있지만 정적 제거 수단으로서도 용이하다는 지적이다.
장유샤·류전리에 대해 중국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통상 부패 혐의 때 쓰는 표현인 "심각한 기율 위반 및 불법행위"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지난달 25일 사설을 통해 부패 혐의 이외에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책임 제도를 짓밟고 훼손했다"고 썼다.
모든 군사 문제에 대해 절대적인 최종적인 결정권을 쥔 시진핑 중앙군사위 주석을 유린했다는 표현이다.
해방군보는 지난달 31일 장유샤·류전리에 대한 조사·처리는 반부패 투쟁의 중대한 성과이자 인민군대가 잔재를 제거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했고, 이날 논평을 통해선 장유샤·류전리 숙청 이후 '정치 정훈(整訓)'을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현재 인민해방군은 복잡하고 심오한 세계·중국·공산당·군사정세 변화를 겪고 있으며, 정치정훈은 인민해방군을 안팎으로 철저히 단련하고 정화하는 과정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작년 10월 제20차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에서도 "지속적인 정치정훈 심화"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훈은 정돈과 훈련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치정훈은 시 주석의 확고한 목표인 2027년 대만 무력 통일 전략에 대한 정치적 재확립 교육을 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장유샤·류전리가 중국 핵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숙청됐다고 보도했으나, 중국에서 가질 수 있는 걸 다 가진 두 인물이 그런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중국 당국이 서방의 유력 매체를 통해 정보를 흘리는 식으로 '여론 조작'을 해왔다는 점에서 역정보일 가능성이 있다.
◇ 향후 중국 행로는…인민해방군에 대한 시진핑 장악력 확대할듯
장유샤·류전리 숙청 이후 입을 꽉 다문 중국 당국은 인민해방군 내부의 급변 사태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시진핑 인맥으로 군 지휘부를 재편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두 인물을 철저히 조사해 '적절한' 죄목을 씌워 사법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인민해방군 안정화와 시진핑의 장악력 확대가 우선시될 것으로 보인다.
당 중앙군사위원으로서 기율 부문을 총괄해온 장성민 부주석 주축으로 사정 작업과 함께 인민해방군 대수술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장유샤·류전리를 추종하는 동·남·서·북·중부 전구의 사령원(사령관)과 부사령원, 정치위원을 걸러낸 뒤 시진핑 충성파로 채우는 한편 장유샤·류전리 후임을 누구로 할지가 핵심 작업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그 작업이 언제 완료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 7인 체제는 내년 말 21차 당대회 때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가 시진핑·장성민 2인 체제로 가동되는 상황에서 인민해방군에 대한 통제 부족으로 우발적인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대만에서는 장유샤·류전리 숙청 이후 대만해협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미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장유샤 실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중국군의 이상 징후를 주시하고 경계 및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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