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학원 더 가고 경쟁 더 하라'는 서울시에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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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학원 더 가고 경쟁 더 하라'는 서울시에 고한다

프레시안 2026-02-02 11:05: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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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물고기만이 물결을 따라 흘러간다.'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의 저자인 김누리 교수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을 인용하며 주입식 교육을 비판한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발의한 '학원 시간 심야 연장 조례' 역시 이 구절로 설명할 수 있다. 경쟁이 과열된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더 오래 버티고,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저 흐름에 따라가도록 강요하는 것이 과연 경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일까?

고등학생 학원 교습 시간을 밤 10시에서 자정까지 연장하는 해당 조례는 표면적으로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심야 학습 환경 확대가 곧 학습권이라는 전제 위에 놓여 있다.

조례의 이면에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더 오래 버티는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는 말이다. 보편적으로 경쟁이 전반적으로 과열됐다면, 우선 이를 관리하고 완화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경쟁 구조는 그대로 둔 채 개인에게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정작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고3 수험생 19살의 나이인 나의 친구들중, 해당 조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드물다. 일부는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거나 반기는 경우도 적게는 있다. 다른 한편에선 대입 준비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이 문제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고, 학교 밖 청소년의 일부 역시 대학이라는 문턱 앞에서는 비슷한 순응의 태도를 보인다. 특히 2028년 대학 입시 개편을 앞두고 재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학생들의 판단은 옳고 그름보다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것'에 더 치우쳐 있다.

이러한 반응은 대체로 한국이 숨 쉴 틈이 없는 사회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당장의 성적과 진로가 중요한 시기에는 사회적 담론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낙오자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는 두려움과 사회 구조에 순응하는 태도를 강화한다. 한 번 뒤처지면 영구적인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은 학습을 성장의 과정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바꿔놓는다.

이는 특정 대학, 특정 직업, 특정 진로만이 성공으로 인정받는 한국 사회의 승자독식 구조와, 더 오래 공부하거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능력주의와 맞닿아있으며, 불안감을 개인에게 전가한다. 또한 해당 조례안은 경쟁의 완화보다는 오히려 경쟁을 장기화시켜 참여하지 않거나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더 쉽게 배제한다.

청소년기는 실패를 통한 배움과 회복의 시기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는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환경, 실패 후 재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 다양한 진로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지 여부와 같은 요소들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밤늦게까지 공부하지 않거나 다른 속도로 살아가더라도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회는 경쟁의 비용을 개인에게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구조와 서로 다른 속도를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어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은 현상 유지에 순응하는 능력이 아니라 방향을 바꿀 때에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육 정책 또한 경쟁 구도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양한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학습권은 더 오래 공부할 권리가 아니라, 학습 속도와 방식이 다르더라도 배제되지 않을 권리이다.

브레히트의 말처럼 물살에 휩쓸려 가는 것은 죽은 물고기만이다. 나는 한국 사회가 아직 죽은 물고기는 아니지만, 너무 강한 물살에 휩쓸려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그저 떠내려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학원 교습시간 연장 조례는 단순히 경쟁 완화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쟁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 방식을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이 비록 물살이 거세더라도 방향을 바꾸는 용기다.

▲2027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부터 '지역의사제'가 도입된다. 지역의사제로 의대에 입학하면 정부로부터 등록금, 생활비 등을 모두 지원받고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대 입시 학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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