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의 도쿄포인트] 日, 한글로 쓴 ‘독도 왜곡’… 시마네현, 미래 세대 겨냥한 ‘조용한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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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의 도쿄포인트] 日, 한글로 쓴 ‘독도 왜곡’… 시마네현, 미래 세대 겨냥한 ‘조용한 침공’

포인트경제 2026-02-02 09:47:29 신고

3줄요약

독도 관련 자료가 시마네현에서 한글로 공개
해당 움직임을 분석적으로 다룬 한국 언론 보도는 제한적
일본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독도 인식의 기본 구도는 유지될 가능성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일본 측 명칭 다케시마) 관련 자료를 한글로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낯설고 불편하다. 더구나 이 자료가 단순한 행정 홍보물이 아니라 ‘한일 중학생들이 독도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성격은 분명해진다. 성인 여론이나 외교 당국이 아닌, 청소년이라는 특정 연령층을 독자로 설정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매년 반복되는 일정과도 맞물린다. 일본에서는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해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일본의 중앙정부는 공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지만, 시마네현을 중심으로 한 지방 차원의 움직임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전시관 운영, 팸플릿 제작, 다국어 웹 콘텐츠 확충은 이미 하나의 고정된 흐름이 됐다. 한글 자료 역시 이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해당 문서는 시마네현이 운영하는 다케시마 관련 공식 사이트에 일본어·영어와 함께 한글판으로 게시돼 있다. 표면적인 어조는 비교적 절제돼 있고, ‘서로의 입장을 알고 생각해 보자’는 표현도 등장한다. 그러나 전체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논리 구조가 단계적으로 배열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 설명과 국제법 해석 역시 일본 측 주장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리돼 있다.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 관련 자료를 한글로 제작해 공개한 화면/시마네현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 관련 자료를 한글로 제작해 공개한 화면/시마네현 홈페이지 갈무리(포인트경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언어 선택과 대상 설정이다. 중학생은 아직 정치적 판단이 굳어지지 않은 시기다. 이 시점에 제공되는 학습 자료는 단기적인 설득보다 장기적인 인식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한글판 제작은 일본 내 교육을 넘어, 한국 사회 내부의 독자와 미래 세대까지 시야에 넣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마네현이 한글 자료까지 제작하며 청소년을 겨냥한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문제 삼아 분석한 한국 언론 보도는 많지 않다. 그간 보도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나 교과서 기술 문제처럼 사건성 높은 이슈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고, 자료의 언어 선택과 대상 연령층 설정을 하나의 전략적 흐름으로 묶어 다루는 분석은 제한적이었다. 이로 인해 논의는 개별 사안 중심으로 흩어졌고, 인식 형성을 둘러싼 장기전의 실체는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

대한민국 외교부 갈무리(포인트경제) 대한민국 외교부 갈무리(포인트경제)

이러한 흐름은 현재 일본의 선거 국면과도 무관하지 않다. 보수 성향을 전면에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 早苗)는 선거 과정에서 외교·안보 이슈에 있어 비교적 강경한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특히 중국을 향해서는 가치와 체제를 전면에 내세운 대립 구도를 분명히 하는 발언이 잦았다. 다만 중·일 관계가 이미 구조적 긴장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이러한 노선이 곧바로 다른 외교 현안 전반의 전면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정치 환경 속에서 독도 문제 역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일본 정치권이 중국과의 갈등 전선을 관리·확장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영토·역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지방정부 차원의 메시지와 교육 콘텐츠를 통해 기존 입장을 고정·누적하려는 방식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 외교적 부담을 관리하고, 지방은 자료와 전시, 교육을 통해 서사를 축적하는 역할 분담이 반복되는 셈이다.

독도 문제를 둘러싼 이런 흐름이 이번 일본의 총선 결과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일본 정치권의 발언 수위나 외교적 표현 방식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독도를 둘러싼 기본 인식과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메시지 축적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변화가 있다면 방향이 아니라 속도와 표현의 문제에 가깝다. 중앙정부는 외교적 부담을 관리하고, 지방정부와 교육·홍보 영역은 기존의 서사를 차분히 쌓아가는 방식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시마네현의 한글 독도 자료는 바로 그 축적 과정의 한 단면이다. 독도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사건이나 발언으로만 드러나는 갈등이 아니다. 이제 그 무대는 교실과 화면, 그리고 어떤 언어로 누구에게 설명되는가라는 설계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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