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급물살…행정·재정권한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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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 급물살…행정·재정권한 뒷받침돼야

더리더 2026-02-02 09:20: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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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지방선거 앞두고 속도전, 명칭·재원 줄다리기 속 ‘상생’ 꾀해야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수도권에 맞서는 생존전략으로 ‘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도권과 달리 소멸위기를 걱정하는 처지의 지자체끼리 살아남으려면 몸집부터 불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배경이다. 특히 6·3 지방선거가 불과 4개월 남짓 남은 상황에서 광역단체 간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선거가 이른바 ‘초광역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동안 행정통합은 정치권의 일방적 주장에 머물거나 지역 내 이견으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행정통합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토균형발전 구상인 ‘5극3특’ 전략과 맞물리며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양상이다. 5극3특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의 5대 권역과 제주·강원·전북 특별자치도를 축으로 한 국가 재편 구상이다.

아울러 정부가 통합 지자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월 16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통합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지원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과 지위 부여 △부단체장 직급 차관급 격상 △내년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우선 고려 등의 인센티브 지원안을 발표했다.



◇지방선거 전 통합 가능할까…지자체는 특례 마련 등 ‘분주’



행정구역 통합 논의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지역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다. 광주와 전남은 행정구역 통합 추진을 공식 선언하고, 통합 지방정부 출범을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정부·여당 차원의 지원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12일 통합 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광주·전남 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전·충남은 통합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1월 15일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257개 특례조항을 담은 통합안을 발표하는 등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그러나 통합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민주당이 통합특별시 명칭으로 가칭 ‘충청특별시’를 제안하자 충북 등 인접 지역에서 반발이 나왔다. 이에 따라 주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주민투표로 통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광주·전남과 대전·충남은 현재 ‘통합자치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2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3월 통합준비단을 가동해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오는 7월 1일 통합 지자체를 출범한다는 구상이다.

부산·경남은 올해 주민투표를 거쳐 2028년 행정통합을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지난 1월 28일 제시했다. 두 시도는 완전한 행정통합 추진을 위해 올해 안에 행정통합 필수 절차인 주민투표를 하고, 2027년 통합 자치단체의 권한과 책임을 담은 특별법을 제정한 뒤, 2028년 통합 자치단체장 선거로 행정통합을 완성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정·자치 분권 등 그간 준비해온 내용이 반영된 특별법을 정부가 수용할 경우 주민투표 절차를 거쳐 통합 자치단체 출범 시기를 그보다 앞당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과거 두 차례 통합에 실패했던 대구와 경북도 다시 논의에 나섰다. 그동안 통합 자치단체의 운영 방식과 권한 배분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행정통합이 성사될 경우 정부의 대폭적인 권한 이양과 재정 특례가 기대되는 만큼, 통합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논의 재개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구와 경북은 지난 1월 20일 행정통합 추진협의회의에서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2월 국회 특별법 통과를 목표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한편 경북도의회 및 경북 북부권 주민 설득을 위한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다만 경북 북부 지역의 반대 여론과 일부 도의원의 이견, 대구시의 신중한 태도 등으로 통합 추진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살기 위해 합친다”…소멸 극복하고 수도권 대항


지자체들이 행정통합에 나서는 이유는 지역 소멸 위기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역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지역 소멸 위험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130곳(57%)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소멸 위험 지역의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전남과 경북이 각각 20곳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 16곳 △전북 13곳 △경남 13곳 △충남 12곳 △부산 11곳 △충북 9곳 △경기 6곳 △대구 4곳 △인천 3곳 △대전 2곳 △울산 1곳 등 순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역의 급격한 인구 감소가 1인당 서비스 및 인프라 제공 비용을 증가시키는 반면,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은 저하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 유출 지역은 △노동력 및 숙련 인력 부족 △부동산 가치 하락 △세수 기반 약화 △공실률 증가 등의 문제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인구와 재정 기반이 축소될수록 행정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규모가 작은 도시일수록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지자체들의 입장이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행정통합을 제시했다. 개별 지자체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묶을 경우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광역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고, 대형 국책사업 유치나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통합 지방정부를 추진하는 지자체들은 조직·재정 특례 부여와 국비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행정통합이 이뤄질 경우 각 권역은 단숨에 초광역 단체로 도약할 전망이다. 아울러 중앙정부 권한 이양과 각종 특례가 더해질 경우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책 추진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광주와 전남의 경우 하나로 묶이면 인구 320만명, GRDP 150조원 규모의 초광역특별시가 탄생한다. 양 시도는 행정통합을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전환 등 신산업 육성과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충남이 통합하면 인구 약 36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90조원 규모의 거점 도시가 형성된다. 광역도시계획 수립이 가능해지고 국세 이양과 지방세·교부세 조정 등을 통해 연간 최대 8조8000억원의 추가 재원 확보도 기대된다.

부산과 경남이 통합할 경우 인구 670만 명, GRDP 240조원 규모로, 서울·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지방정부가 된다. 공론화위원회는 통합 이후 GRDP가 연평균 15%, 연간 40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통합할 경우 인구 486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200조원 규모의 광역경제권이 형성된다. 공항과 항만을 연계한 물류 체계 구축과 미래 혁신 인재 양성을 통해 환태평양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통합 필수조건, 특례 확대와 권한 이양



광역행정통합의 핵심 쟁점은 특례 확대와 권한 이양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행정통합이 실질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인센티브’와 자치권 이양이 필수적이어서다.

권한이 확대되지 않으면 행정통합이 추진되기 어렵다. 실제로 2022년 전국 최초로 광역 통합을 추진한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은 정부의 행·재정권 이양이 뒷받침되지 않아 지방권력 교체 이후 좌초됐다.

반대로 2010년 탄생한 통합창원시(마산·창원·진해)의 경우에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특례를 약속받았다. 보통교부세 추가 지원이 대표적인데, 통합 전 3개 시가 받던 보통교부세 총액의 6%를 10년간 매년 추가로 받았다. 이 밖에도 △특별교부세 지원 △통합 비용 국가 지원 △국책사업 우선 시행 등이 있다. 사무 위임 확대, 부시장 직급 및 수 확대 등 광역시에 준하는 자율권도 부여했다.

정부가 4년간 최대 20조원의 인센티브를 약속했지만 각 지자체가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환영의 뜻을 내비친 반면,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국세 이양을 포함한 재정분권과 세원,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와 경남도도 통합 지방자치단체의 위상에 걸맞은 행정적·재정적 자치권을 담고 있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홍준현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시적 재원 특례가 아닌 영구적 재원 증대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전국에서 광역행정통합이 이뤄진다고 했을 때 재정 지원이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특례의 영역인지에 대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충? 충청?…통합 명칭 두고 줄다리기, 과거 사례 보니



통합 지자체의 명칭을 두고도 지자체 간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름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이나 통합의 주도권, 정책 방향성 등이 드러날 수 있어 핵심 쟁점으로 논의되고 있다. 

가칭 ‘광주전남특별시’로 논의해온 명칭에 대해 전남도의회의 반발이 이어지자 양 시도 및 지역 국회의원은 논의 끝에 공식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로 변경했다. 다만 약칭은 ‘광주특별시’로 사용키로 했다. 대전과 충남은 통합 자치단체 명칭을 두고 ‘대전충남특별시’, ‘충청특별시’ 등 다양한 안을 놓고 이견을 보였으나, 민주당은 지난 1월 29일 명칭을 ‘충남·대전 통합특별시’로,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결정했다.

명칭에 대한 논란은 과거 행정통합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산·창원·진해 통합 당시 신설 지자체명을 ‘창원시’로 결정한 것을 두고 마산과 진해 지역에서는 ‘흡수 통합’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는 통합 이후에도 갈등이 지속되기도 했다.

반면 지자체 간 합의를 통해 명칭 갈등을 해결한 사례도 있다. 1998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 통합 당시 ‘통합 여수시’ 명칭을 두고, 여천 지역에서는 인구수가 많은 여수시에 흡수 통합된다는 위기의식이 일었다. 이에 각 지자체는 명칭을 여수시로 정하는 대신 통합 시청사의 본청을 여천에 두는 것으로 합의했다.

홍 교수는 “지역명을 병행표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명칭을 두고 통합 논의가 늦어지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기에 통합특례시가 잘 운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통합되면 지역 공동화 심해질 수도…“농어촌도 발전해야”


일각에서는 광역행정통합 안에서 또 다른 쏠림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통합특별시 내의 대도시에 인구와 인프라가 몰려 농어촌은 더 빨리 낙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낙인 전 서울대학교 총장(헌법학자)은 “통합특별시 안에서 대도시는 거점 역할을 하고, 농어촌은 자연친화적으로 가는 등 지역의 특성을 살려 세밀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통합을 추진하는 지자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23년 부산연구원이 낸 ‘부울경특별연합 및 행정통합 병행 추진 방안’에는 광역교통망 확충에 따라 경남의 서비스 산업과 의료·교육 등이 부산으로 유출돼 지역소멸 위기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제시됐다.

농어촌 지역이 많은 전남에서는 같은 위기감을 보인다. 지난 1월 전남도민공청회에서 한 주민은 농어촌 소외와 인구·인프라 쏠림을 걱정하는 의견을 냈다. 이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소멸지역을 위한 균형발전기금 신설과 농어촌 기본소득을 활용해 어느 한쪽도 손해 보지 않는 통합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창원시를 보면 마산·진해의 공동화 현상 등 지역 내 불균형이 커졌다. 지난해 창원시 청년 인구의 절반 이상(50.3%)이 옛 창원 지역인 성산구와 의창구에 거주하는 반면, 고령 인구의 46.1%는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에 몰렸다. 청년들이 대거 떠나면서 한때 50만 명이 넘었던 옛 마산 지역 인구도 35만 명대로 급감했다.


◇속도전 경계…“주민 공감대 형성 중요”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진행되는 행정통합이 섣부르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민수용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한 행정통합은 장기적 갈등 요소로 존재해서다. 2010년 통합창원시 출범 당시 마산·창원·진해 지역은 주민투표 대신 지방의회 동의로 통합을 결정했지만, 아직도 지역 간 갈등과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마산시의회 전직 의장 9명은 “구체적인 마산 발전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통합 창원시에서 마산을 분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초광역권 형성의 방향성은 옳지만, 속도전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무 이양, 국가 재원 조정 등 세밀한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광역행정통합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각기 다른 상황을 가진 지역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역할과 권한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정치적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공론화 과정을 통한 주민 의견 수렴 과정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방선거가 주민투표를 진행할 기회”라며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주민들에게 행정통합의 장단점을 세밀히 알리고 지방선거와 주민투표를 함께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특별법 통과·주민투표…행정통합 과제 산적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6월 지방선거 통합단체장 선출을 위해서는 늦어도 후보 등록 전에 법적 근거가 확정돼야 한다. 여당 의원들은 2월 안에 통합특별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후, 늦어도 4~5월 초까지는 정당 공천 및 후보등록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해당 시·도의회의 승인, 주민투표 등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지방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광역행정통합인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성 전 총장은 “정부가 발표한 20조원 지원을 넘어서 기업과 사람, 지역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사람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적으로 광역행정통합이 진행 및 유지되려면 초광역정부와 대도시권 기초자치단체, 일반기초자치단체의 분업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역 단위 내에서 기초단위 등 복합적 계층제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초광역정부 안에서 광주, 대구, 대전 등 광역시의 거점 기능은 유지하고, 인구소멸지역 등의 기초자치단체 역할은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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