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웅 칼럼]케빈 워시 새 연준 의장 등장이 원/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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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케빈 워시 새 연준 의장 등장이 원/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은

비즈니스플러스 2026-02-02 08:21: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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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주필
이용웅 주필

이재명 대통령은 1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관련 책임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대통령의 환율 하락 언급 이후 실제 10원 넘게 떨어지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대통령은 당국자들의 분석을 옮긴 형식으로 환율에 대해 언급한 것이지, 직접 공격적인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환율을 전망하는 자리가 아님은 물론이다.

다만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누적되고 있던 글로벌 통화정책 기대가 표면화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인 데에는 미국 정부와 당국자들이 고환율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낸 점, 일본 엔화가 강세 전환 조짐을 보인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케빈 워시가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유력하다는 외신 보도 역시 시장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워시는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발언을 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워시 체제의 연준이 조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를 선반영하며 달러 약세, 비달러 통화 강세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이 공식화된 지난 30일 글로벌 금융시장은 정반대의 반응을 나타냈다. 달러 가치는 크게 상승했고, 그동안 안전 자산 및 대체 자산으로 부각됐던 금·은 가격과 가상화폐 가격은 동반 급락했다. 유로화와 엔화 역시 달러 대비 약세로 전환되며 최근 형성됐던 '비달러 강세' 흐름이 흔들렸다. 이에 따라 원화 역시 다시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시장 반응은 워시 개인의 성향 변화라기보다, 그가 연준 의장으로서 금리 인하만을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케빈 워시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 지명자 / 사진=EPA연합뉴스
케빈 워시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 지명자 / 사진=EPA연합뉴스

◇케빈 워시에 대한 엇갈린 평가, 핵심은 '정책 방향'이 아니라 '정책 순서'

워시는 전통적으로 비둘기파보다는 매파에 가까운 인물로 분류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 이후에도 시장 일각에서는 그가 단순한 금리 인하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정상화와 금융시장 안정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러한 인식은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월가의 전설'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케빈 워시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한 케빈 워시는 연준 의장으로서 지구상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워시가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췄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또 드러켄밀러의 발언을 인용해 "워시는 영구적인 매파가 아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동안 매파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온 워시가 무조건 금리를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실용주의자라는 점을 부각한 평가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역시 워시에 대해 "통화정책의 매파가 아니라 정치적 동물에 불과하다"면서 "워시를 매파로 묘사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권 성향에 따라 입장을 바꿔온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워시는 민주당 행정부 시절에는 긴축을 주장하며 경기 부양에 반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이후에는 금리 인하를 옹호해왔다"라고 지적했다.

반센그룹의 데이비드 반센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CNBC 인터뷰에서 "연준 의장 자리에 앉게 될 사람 중 단기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워시를 매파로 분류하는 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데는 그의 금리 인하 지지 발언에 주목한 것이 분명하지만, 시장에서는 워시가 기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동시에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자산을 줄이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병행할 가능성에 더 크게 주목한 것이다. 이 경우 단기 금리는 내려가지만 장기 금리는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실제 채권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 지난 30일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2.7bp(1bp는 0.01%포인트) 하락한 3.524%를 기록한 반면, 30년물 금리는 2.2bp 오른 4.876%로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됐다.

미국 국채 30년물-2년물 금리 차이(%포인트, 수치가 클수록 장단기 금리차 확대) / 자료=FRED
미국 국채 30년물-2년물 금리 차이(%포인트, 수치가 클수록 장단기 금리차 확대) / 자료=FRED

이러한 정책 기조는 환율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연준이 대규모 채권 매각을 강행한다면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강세 요인이 작동하게 된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대가 재차 부각되면 달러 자산의 매력이 줄어들어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연준이 채권을 사들이면 시중에 달러를 뿌리는 셈이 되고 반대로 채권을 팔면 시중의 달러를 흡수하는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2023년 양적 긴축 국면에서도 미국 금리 급등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자 환율은 다시 안정세를 보였다.

현재 주요 기관들은 2026년 원/달러 환율을 평균 1450원 수준으로 전망하면서도,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인하와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 효과로 1360~1400원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워시 체제의 통화정책은 그의 메시지에 따라 달러 강세(연준의 채권 매각)와 달러 약세(기준금리 인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환율 변동성 확대라는 시련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개인 투자자는 환차손·환차익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기관투자자는 금리·환율 헤지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통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르지만, 워시의 방식(금리 인하 + 채권 대량 매각)은 장기 채권 가격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연준이 보유한 장기 채권을 시장에 대량으로 팔면, 시장에는 채권 공급이 넘쳐나고 공급 과잉은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준금리인 단기 금리는 내려가도, 10년물·30년물 같은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최근 레버리지를 활용해 미국 장기채에 집중 투자한 국내 서학개미들에게 '금리 인하의 배신'으로 다가올 위험이 크다. 미국 장기 국채 ETF(상장지수펀드)나 장기물에 투자한 사람들은 금리 인하 소식에도 불구하고 계좌 평가액이 오히려 깎이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만약 지난 30일 미국 금융시장에서 벌어진 일처럼 달러 강세가 유지된다면 투자자들은 버틸 수 있다. 환차익으로 가격 하락을 벌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가 일시적 현상에 머물고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다시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워시 리스크'와 서학개미의 딜레마, 변동성이 지배하는 뉴노멀

결국 케빈 워시의 등장은 기대했던 '금리 인하'의 단맛 뒤에 '유동성 회수'라는 쓴 약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장에서 의심하고 있다. 워시 체제의 연준이 단기 금리를 내려 정부의 경기 부양 요구에 부응하는 듯 보이나, 동시에 단행될 공격적인 채권 매각은 장기 금리를 끌어올려 달러 가치를 지지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환율이 1400원 아래로 안착하기를 바라는 우리 당국의 기대와 달리, 고환율이 '뉴노멀'이 되는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

특히 미국 장기 국채에 베팅해온 서학개미들에게는 가혹한 시험대다. 금리 인하 호재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물량 공세로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역설적 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가 유지되는 동안은 환차익이 방어막이 되겠지만, 하반기 달러 약세 전환 시 자산 가격 하락과 환차손이라는 이중고를 견디지 못한 투자자들의 대거 이탈이 우려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채권 규모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13억116만달러(약 16조3731억원)에 달한다. 이는 2년 만에 8.7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2025년 말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20조원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장기채 비중이 높다.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채권 상품은 수익률 극대화를 노린 '3배 레버리지 장기채 ETF'나 '20년 이상 장기 국채 ETF'에 쏠려 있다.

따라서 향후 환율 전망의 핵심은 연준이 금리 인하와 채권 매각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달려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물론 기관투자자들 역시 단순히 금리 방향성에 의존하기보다 장기 금리의 추이를 냉정하게 살피며 포트폴리오의 만기를 조절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변수는 또 있다. 바로 청문회 일정이다. 현재 상원 내 정치적 갈등으로 인준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워시 체제의 본격적인 출범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고, 청문회 과정에서 그를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공격할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그가 어떤 답변을 하느냐에 따라 시장은 다시 한번 위아래로 요동칠 수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사교 클럽인 '알팔파(Alfalfa) 클럽'의 연례 만찬에 참석해 만약 워시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라는 '정치적 농담'을 던진 상태이다. 비록 '농담'의 형식을 빌렸으나, 이는 워시가 취임 전부터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채의 무게를 상징한다. 시장은 이제 워시가 내릴 금리 인하 결정이 경제적 판단인지, 혹은 '고소'로 대변되는 백악관의 서슬 퍼런 압박에 대한 굴복인지를 끊임없이 시험하려 들 것이다. 인준 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올봄까지, 환율은 이 같은 안개 속 정국을 반영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른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용웅 주필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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