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원대 '대륙의 실수'?…EV 공급망 삼킨 중국 로봇, 시장 잠식 예고
미국 '지능' vs 중국 '물량' 충돌…전문가들 "데이터 안보가 새 뇌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가 내놓은 휴머노이드 'G1'의 시작가는 1만6천 달러(약 2천200만 원)다.
옵션과 관세를 제외한 기본 가격이라고 해도 수억 원을 호가하던 기존 연구용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가격이다.
소형차 한 대 값으로 두 발로 걷고 외부 충격에 균형을 잡는 로봇의 등장은 글로벌 테크 업계에 '중국발 가격 공습'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단순한 가격표가 아니다.
과거 배터리와 공급망을 장악해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을 잠식했던 중국의 '성공 방정식'이 로봇 산업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생산 기지인 프리몬트 공장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생산 라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휴머노이드 시장은 이제 '제2의 전기차 전쟁'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지능'의 미국 vs '물량'의 중국…EV 생태계의 충돌
현재 글로벌 판세는 '미국의 뇌'와 '중국의 몸'으로 명확히 갈린다.
미국은 AI 소프트웨어, 즉 '로봇의 두뇌' 고도화에 사활을 걸었다.
테슬라, 피규어AI(Figure AI) 등은 거대 언어 모델(LLM)과 시각 정보를 결합한 '엔드투엔드(End-to-End)' 신경망 기술을 앞세운다.
별도의 코딩 없이 로봇이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일반 로봇 지능'을 구현해 하드웨어의 열세를 소프트웨어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중국은 압도적인 '제조 인프라'로 맞선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 주도로 2027년까지 휴머노이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위협적인 건 CATL, BYD 등 중국 전기차·배터리 공룡들의 참전이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 CATL은 자사 공장에 로봇을 투입해 실증 데이터를 쌓고 있다. 전기차에서 확보한 배터리, 모터, 제어기 부품 공급망을 로봇에 그대로 이식해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이는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때 썼던 전략과 판박이다.
◇ "걸어 다니는 정밀 스캐너"…데이터 안보 '새 뇌관'
하지만 중국산 저가 로봇의 급격한 확산은 가격 파괴라는 혜택 이면에 '데이터 안보'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보안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휴머노이드를 사실상 '걸어 다니는 정밀 스캐너'로 간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로봇에 장착된 고성능 라이다(LiDAR)와 카메라는 공장 내부나 가정의 구조를 실시간으로 스캔해 3차원 정밀 지도로 데이터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방대한 데이터가 어디로 전송되고 저장되는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만약 검증되지 않은 펌웨어가 탑재된 로봇이 국가 주요 시설이나 반도체 공장에 투입될 경우 단순한 영상 유출을 넘어 설비의 입체 좌표와 공정 노하우 등 민감 정보가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과거 화웨이 통신 장비 사태와 유사한 '공급망 보안' 이슈다.
사이버 보안 업계 관계자는 "물리적 제어권 탈취 가능성보다 시급한 문제는 수집된 데이터의 전송 경로를 투명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향후 로봇의 부품 출처와 보안성을 검증하는 '인증 장벽'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 넛크래커 넘으려면…'보안·통신' 인프라 선점해야
미중의 기술 패권 경쟁 사이에서 한국은 제조 단가로는 중국을, 원천 AI 기술로는 미국을 당해내기 어려운 '넛크래커'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5G·6G 통신과 시스템 반도체, 보안 플랫폼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로봇의 '몸체'는 가성비 좋은 중국산 하드웨어를 쓰더라도, 이를 제어하고 관제하는 '두뇌와 신경망'은 국산 기술로 대체하는 전략이다.
특히 로봇의 오작동을 즉각 차단하고 해킹을 방어하는 '초저지연 통신 보안' 기술은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단순 제조 경쟁이 아닌 '가장 안전한 로봇 운용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한국형 휴머노이드 산업의 생존법이라는 지적이다.
president21@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