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확정된 국가 전략사업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 정치권의 '나눠먹기'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용인시민들이 총궐기에 나섰다.
(가칭)'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이전 반대 시민추진위원회'(위원장 송주현)는 지난 31일 용인시청 야외음악당에서 시민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사수 촛불문화제'를 열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조 원 투자 프로젝트를 정치 도구로 삼는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LED 촛불 점등과 문화공연, 취지문·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으며, 송주현 위원장 등 시민 3명이 삭발식을 하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12월까지 순항하던 '천조개벽'...지방선거 앞두고 급제동 위기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12월 10일 이후 느닷없이 용인 반도체를 마치 파전 갈라먹듯이 갈라먹자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2023년 7월 삼성 용인 국가산단, SK 원삼 클러스터, 삼성 기흥 캠퍼스 3곳이 국가 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받으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경기도 8개 도시가 도전했지만 용인과 평택(삼성 고덕) 두 곳만 특화단지 지정을 받았다.
이 시장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용적률이 350%에서 490%까지 올라가게 된다"며 "SK는 2복층 팹을 짓다가 3복층 팹으로 바꿔 투자가 122조 원에서 600조 원으로 늘어났고, 삼성도 2년 뒤 첫 팹을 올리는데 3복층으로 하게 돼 단독 천조 원 투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502조 원 투자였는데 이제 천조개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천조 원 투자로 늘어났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라의 운명을 위해 두 앵커 기업이 투자를 하고 속도를 내면서 진행해 온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발언 후 민주당 "새만금 가능" 해석...각 지자체 유치전 돌입
이 시장은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미 결정된 것을 뒤집을 수 없다'는 말만 하셨어도 됐다"며 "여기서 끊었으면 '아, 용인에서 그대로 가는구나' 이렇게 될 텐데, 송전과 관련해서 지방에서 투쟁체가 조직되고 있다는 걱정의 말씀을 하셨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통령 발언 직후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민주당 의원이 '오늘 대통령 발언은 용인 반도체 산단을 새만금으로 가져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해석했다"며 "이후 새만금, 전남, 충남, 경북 구미에서 '우리 전기 있으니까 가져오자'며 야단법석"이라고 말했다.
시민추진위는 "특정 지역을 거론한 이전 주장으로 불필요한 지역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 모든 정치적 발언과 행태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정부 관계자들의 엇갈린 발언으로 국민과 기업에 혼선을 준 점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와 명확한 입장 정리를 즉각 요구한다"고 밝혔다.
11차 전력계획·국가 수도계획에 명시...산업부 장관은 사인 미루기
이 시장은 "11차 전력수급계획과 작년 12월 확정된 국가 수도기본계획에 용인 국가산단·일반산단의 전력과 용수 공급 계획이 모두 포함돼 있다"며 "대통령이 '이미 수립된 계획, 그것도 정부가 수립한 계획을 반드시 그대로 하겠다'고 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송전과 가뭄 대책을 조정하고 해결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그런데 그 말씀을 안 하고 계시니까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 시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차 전력수급계획에 삼성전자 1·2단계가 잡혀 있는데 다 합의를 봐놓고도 사인을 안 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인을 해야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촉구했다.
시민추진위는 "이미 계획·행정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된 국가산단을 이전 대상으로 거론하는 행위는 국가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전력·용수·교통 등 핵심 인프라 구축은 기업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 의무"라고 천명했다.
"정책 신뢰 흔들면 투자 위축...속도 늦으면 뒤처져"
이 시장은 "정책의 신뢰성, 정책이 신뢰받지 못하면 흔들리면 불투명하면 기업은 투자를 못하고 주저하게 된다"며 "그러면 속도가 늦어지게 되고, 속도 조금 늦으면 우리 뒤처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야무지게 딱부러지게 '우리는 계획대로 용인에서 그대로 간다'고 해줘야 한다"며 "현수막에 '어디로 안 갑니다 걱정 마세요' 이 정도 가지고 안 된다. '용인에서 계획된 10개의 반도체 팹은 반드시 계획대로 한다. 전력·용수는 계획대로 정부가 책임지고 공급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추진위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전제로 형성된 지역경제 활성화 구조가 이전 논의로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며 "소상공인, 중소기업, 연관 산업, 고용 창출 등 지역 경제 전반에 예상되는 위축 가능성을 시민 시각에서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민추진위는 또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계획·추진 중인 교통, 주거, 교육, 생활 SOC 등 사회 인프라 구축이 이전 논의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정부 정책 발표를 전제로 이뤄진 민간 투자, 토지 이용 계획, 도시인프라 확충 계획이 정책 변경 가능성으로 위협받으면 시민의 재산권과 생활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용인만의 이익 아닌 국가 운명...균형발전은 이식이 아냐"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는 용인만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며 "이 나라 반도체 산업의 운명이 걸려 있고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용인에서 잘 지켜내야 반도체도 세우고 나라도 살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열심히 해서 반도체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대한민국 곳곳이 균형 발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균형 발전이라는 것이 어느 동네에서 잘되고 있는 것을 빼다가 전혀 환경이 없는 곳에 이식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며 "그렇게 하면 이것도 죽고 저것도 죽는다. 새만금은 2023년 7월 2차 전지 특화단지가 됐으니 2차 전지 잘하면 되고, 새만금 데이터센터 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시민추진위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이전론이 기업 투자 위축과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국익 훼손 행위"라고 규탄했다.
시민 6만명 서명·30개 단체 연대..."대통령·총리 나서라"
시민추진위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안정적 추진이 국가 산업 경쟁력과 정책 신뢰성 유지에 필수적"이라며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이 변함없는 국가 전략사업임을 공식 선언하고 이전 논란을 종식시킬 것"을 촉구했다.
시민추진위는 또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국가가 공식 지정한 국가 전략산업임을 분명히 하며 어떠한 정치적·지역적 고려로도 그 추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시민, 자영업자, 노동계, 문화예술계 등 지역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를 외면한 채 추진되는 그 어떤 이전 시도에도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결의했다.
앞서 용인특례시 범시민연대, 용인미래걷기운동본부, 처인시민연대 등 용인지역 30여 개 시민단체는 지난 1월 5일부터 용인시청 브리핑룸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 국가산단 원안 추진을 촉구해 왔다.
용인시민들도 올해 1월부터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이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펼쳐 소상공인·농민·여성단체, 교육 관련 단체, 공동주택 거주자 등 6만 894명이 서명했다. 이상일 시장은 지난 26일 국토교통부를 찾아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이 서명부를 전달했다.
시민추진위는 "본 행사는 평화적 촛불 문화행사로 진행해 공공질서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성숙한 시민 참여 문화를 구현하고자 한다"며 "110만 용인 시민과 함께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국가 전략사업을 완수할 때까지 지속적이고 평화적인 행동과 연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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