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Rocket Man)!”, “미치광이 늙다리(Dotard)!”
2017년 봄, 태평양을 가로지른 북미 간 원색적인 비난이 전쟁의 전주곡처럼 한반도 상공을 배회했다. 모두가 불안에 떨던 위기의 정점에서 필자는 역설적으로 그 폭풍의 눈, 파주 민간인통제구역(CCZ) 철책 안으로 짐을 꾸려 들어왔다.
남들은 곧 전쟁이 터질 사지(死地)로 들어간다고 걱정했지만 필자에게는 방치된 채 신음하는 숲이 더 위태로워 보였다. 필자는 그곳에서 호미 한 자루를 쥐고 세상의 소란과는 무관한 나만의 전쟁을 시작했다.
2018년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두 정상이 마주 앉았을 때 세상은 금방이라도 영원한 평화가 도래한 양 들썩였다. 그러나 환희는 짧았고 침묵은 길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치적 격랑 속에서 필자가 목격한 것은 하늘을 떠도는 화려한 담론이 결코 이 땅의 잡초 하나, 무너진 둑 하나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차가운 진실이었다.
바깥세상 사람들은 이곳을 ‘손대지 않은 태고의 원시림’이라 상상한다. 하지만 돌보는 이 없는 숲은 평화로운 낙원이 아니라 생태적 균형이 무너진 혼란의 현장이다. 맹렬한 칡넝쿨과 외래식물이 나무의 숨통을 조이고 무관심의 장막 속에서 파괴는 암암리에 진행된다.
척박한 땅에 이끼를 심고 빽빽하게 자란 나무 사이를 솎아 베어 볕이 머물 자리를 만들어주며 나는 확신했다. 무조건적인 방치는 결코 보전이 될 수 없다. 철책 안에 가둬 두고 바라만 보는 것은 이 땅을 생명력 잃은 박제로 만들 뿐이다.
필자는 단절된 보전과 탐욕적 개발, 그 양극단을 넘어서는 길을 제안한다. 바로 생태적 실용주의다. 민간인통제구역의 숲을 기후 위기 시대의 강력한 생태적 안전판이자 지친 몸과 마음을 되살리는 치유 자산으로 경영해야 한다. 군사적 긴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숲을 건강하게 가꿔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거점으로 삼고 DMZ의 평화를 개인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웰니스(Wellness) 로 전환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지역과 함께하는 모델, 그것이 내가 현장에서 시도하고 있는 ‘DMZ숲’의 실험이다.
앞으로 이어질 글을 통해 필자는 추상적 평화론 대신 민간인통제구역이라는 특수한 규제 공간을 어떻게 미래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해법을 이야기하려 한다. 이것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번영의 문제다.
철조망 안에도 나무는 자라고 계절은 흐르며 사람은 산다. 이제 우리의 시선은 상징적인 선(Line)을 넘어 그 안에 실재하는 공간(Zone)으로 향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가능성의 숲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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