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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루닛(328130)은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확보하여, 이번 증자가 회사의 마지막 자본조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30일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 후 주주서한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2023년까지만 해도 헬스케어 업계에서 '핫한' 기업 중 하나였던 루닛이 불과 2년 만에 '마지막 증자' 시험대에 오르게 된 이유는 뭘까?
루닛은 창립 10주년을 맞은 2023년 시가총액 2조원을 돌파했고, 주가는 1년 새 10배 가까이 뛰며 '텐배거'(연간 주가가 10배 이상 상승한 종목) 반열에 올랐다. 서 대표는 같은해 8월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비전 2030'을 공개하며 '2033년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코스닥 상장 1년 만에 추진된 2000억원대 주주 배정 유증도 당시에는 '더 큰 성장을 위한 초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 초 루닛의 대규모 유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차갑게 돌아섰다. 루닛이 지난달 30일 정규장 마감 후 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과 1대1 무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이날 루닛의 주가는 장 중 유증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18% 급락했고, 위의 공시가 나오면서 넥스트트레이드(NXT) 시장 거래가는 4만800원으로 전일 대비 8250원(16.82%) 급락했다.
시장에서 루닛의 대규모 자금 조달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거론돼 왔다. 루닛은 지난달 초 또 대규모 자금 조달설이 불거지자 "회사는 애초에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한 바 없으며, 회사가 공식적으로 조달 규모를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투자사들과의 미팅 과정에서는 600억~800억원 규모로 얘기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루닛은 올해 전환사채(CB) 풋옵션 대규모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전환사채권자 32곳은 풋옵션을 행사할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다 같은달 30일 "2024년 5월 볼파라 인수를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는 풋옵션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시장의 불안을 키워왔다"며 "이에 루닛은 근본적 해결을 선택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조달 방식이 제3자배정 전환우선주(CPS)일 것으로 예상했던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주주 배정 유증으로 바뀐 데 대한 충격이 컸다. 한 투자자는 "결국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기존 주주들한테 부담을 전가한 것 아닌가"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최대주주인 서 대표가 이번 유증 배정 주식의 15%를 청약한다는 게 확인되면서 책임 경영 논란도 불거졌다. 다른 핵심 임원의 참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투자자들로서는 내부자들도 참여하지 않는 유증에 선뜻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투자자들이 이번 유증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루닛의 반복적인 외부 자금 조달 역사와 무관치 않다. 루닛은 2022년 코스닥 상장으로 공모자금 358억원을 확보하고 1년 만인 2023년 2002억원의 주주 배정 유증을 단행했다. 2024년에는 두 차례의 사모 CB 발행을 통해 총 1715억원을 조달했다. 최근 4년간 루닛의 누적 조달금액은 4090억원에 달한다. 이번 유증이 계획대로 완료되면 누적 조달 규모는 6590억원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루닛의 수익 구조의 가시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루닛은 지난해 매출 83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역시 831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3.4% 증가했지만 손실 규모도 함께 확대되며 '규모의 성장'이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3년간 루닛은 매년 영업수익의 2배가 넘는 영업비용을 기록해왔다.
의료인공지능(AI) 업계에선 그간 주기적으로 루닛의 재무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제기돼왔다. 한 의료AI업계 관계자는 "의료AI 1세대인 루닛의 성장 스토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회사 측이 여러 차례 흑자 전환 시점을 언급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초기 매출을 이끌어왔던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난데 이어 경영진의 주식 매도 시점에 따른 시장 신뢰가 흔들린 것도 안 좋은 인상을 줬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서범석 루닛 대표 약력
△2005년 2월 KAIST 생명과학 학사
△2009년 2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MD)
△2015년 2월 연세대학교 보건학 석사(M.P.H.)
△2016년 8월 경희대학교 경영학 석사(M.B.A.)
△2009년 3월~ 2013년 2월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2016년 6월~2018년 10월 루닛 의학총괄이사(CMO)
△2018년 10월~현재 루닛 대표이사(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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